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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국민정당 비판 - 노무현과의 연대는 퇴보다

개혁국민정당 비판

노무현과의 연대는 퇴보다

김어진

이회창 같은 우익 정치인들을 지긋지긋하게 여기고 민주당에도 실망했지만 민주노동당을 당장 현실적 대안이라고 여기지 않는 사람들한테 개혁국민정당이 관심의 대상이다.

그러나 개혁국민정당의 주장과 대안은 그리 참신하지 않다. 개혁국민정당의 중심 인물인 유시민은 민주노동당더러 노무현과 정책연합을 하라고 제안한다. 민주노동당이 너무 급진적인 태도를 취하면 대중의 지지를 얻기 힘들다는 것이다. 유시민은 10월 11일 서울대에서 열린 대선 토론회에서 “신자유주의 저지” 같은 “부담스런 주장”을 하기 때문에 “민주노동당은 구닥다리”라고 말했다. 그는 시장 경제를 수용하는 자신을 “신보수”라 칭했다.

이런 그가 대안으로 여기는 것은 ‘독일식 자본주의’다.

그러나 유럽 시장의 주축인 독일 자본주의는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한 위기에 빠져 있다. 제2차세계대전 이래 가장 많은 기업이 파산했고 주요 경제 지표들은 6∼7년 사이 최저치다. 올해에만 일자리 60만 개가 사라졌다. 독일을 대표하는 은행인 코메르츠 방크는 큰 손해를 본 뒤 주가가 급격히 떨어졌다.

유시민은 개혁국민정당의 강령이 독일 사회민주당을 본받았다고 말한다. 그러나 독일 사회민주당이 집권 기간 내내 한 일이 무엇인가. 가난한 사람들한테는 실업 수당이라도 받으려면 임시직 일자리를 받아들이라고 강요했다. 반면에 부자들에게는 세금을 대폭 감면해 주었다.독일 자본주의 수장인 슈뢰더는 전쟁과 시장을 지지했다. 슈뢰더는 히틀러 패망 뒤 최초로 독일 전투 부대를 외국에 파병했다. 반면에 부유세를 주장한 전 재무장관 오스카 라퐁텐을 해임했다.

유시민이 옹호하는 시장 개혁이야말로 늙고 병든 자본주의를 더한층 위기로 빠뜨리는 구닥다리 처방이다. 슈뢰더는 균형 재정을 위해 긴축 예산을 짜는 방향으로 적녹 연정 2기 경제 정책을 짜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가뜩이나 소비가 감소해 ‘일본형 디플레이션’에 빠질 위험이 있는 독일 경제를 더 위축시킬 것이다.

유시민은 신자유주의와 시장 개혁이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고 민주노동당을 닥달한다. 그는 신자유주의 반대 같은 구호는 스스로를 주변화할 뿐이라고 말한다. 이것은 사실이 아니다. 최근 독일 총선에서 슈뢰더가 승리한 것은 전쟁과 시장에 대한 열렬한 지지를 거둘 태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기업에 대한 감세 조치를 철회하겠다고 약속한 덕분에 슈뢰더는 간신히 권력을 유지할 수 있었다. 시장에 대한 대중의 반감은 유럽의 기성 정치인들을 곤란에 빠뜨리고 있다. 일련의 대규모 반자본주의 시위도 그것을 입증하지 않는가.

유시민은 극우파의 헤게모니를 저지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가 무기로 삼는 노무현은 너무도 빈약한 수단이다.

노무현은 기성 정치에 태생적으로 뿌리박힌 친미주의와 어떤 단절도 하지 않는다. 노무현은 살인 미군을 법정에 세우라는 요구를 거부한다. 그는 김대중 정권의 부정비리도 옛 정권들과 비교하면 얼마 안 되는 액수라며 부패를 두둔하고, ‘사기업화를 계속 추진’해야 한다고 말한다. 또, 부자들한테 세금을 더 거두는 것에 본능적인 반감을 드러낼 정도로 부자들의 체제에 충성하고자 한다.

노무현 지지는 미래를 위한 전진이 아니라 퇴보다.

이회창을 물리치기 위해서라도 노동자들의 정치적 독립성이 중요하다. 부패, 친재벌, 친미, 친시장주의로 얼룩진 우익을 물리치려면 전쟁과 신자유주의에 일관되게 저항할 힘을 결집해야 한다. 노동자들이 기성 정당과 단절하고 자신들의 집단적 힘을 보여 주는 것이야말로 우익의 준동을 막을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