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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부자 ‘천국’과 무주택 서민 ‘지옥’은 어떻게 만들어졌는가

부동산 투기로 축재한 청와대 사회경제수석 박미석은 사임하면서 “억울하다”고 했다. 사실, 대통령을 비롯해 장관·청와대비서관·국회의원 대부분이 ‘강부자’이고 부동산 투기꾼인데 자기만 물러나는 게 억울할 만도 하다.

일제 시대에 토지가 ‘근대적 소유관계’에 따라 사고팔 수 있는 상품이 된 이래 부동산은 한국 부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투자’ 대상이었다.

그 결과는 극단적이다. 좁은 땅덩이임에도 한국은 국공유지 비율이 30퍼센트밖에 안 된다. ‘사유재산’의 천국 미국조차 국공유지 비율이 50퍼센트이고 선진국 대부분이 50~70퍼센트 수준이다.

한국인의 상위 1퍼센트가 전체 사유지의 51.5퍼센트를, 상위 5퍼센트가 82.7퍼센트를 소유하고 있고, 최고 땅부자 10명이 소유한 토지 면적은 서울시 5개 구(중구, 광진구, 양천구, 동대문구, 금천구)를 합친 것과 맞먹는다.

부동산 값 폭등 속에 집 없는 서민들의 내집 마련 꿈은 그야말로 꿈이 됐다. 개발과 주택 공급 확대 속에서 건설업자와 투기꾼들은 배를 불렸지만, 무주택 가구의 비율은 1989년 48퍼센트에서 2007년 45퍼센트로 제자리걸음이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 김유선 소장은 2004년 현재 전체 노동자의 1년치 임금이 3백42조 원인 데 비해 1년 동안 땅값 상승으로 생긴 불로소득은 3백46조 원이라고 지적한다.

부자들의 지극한 ‘땅 사랑’에는 이유가 있다. 한국 사회에서 부동산 투기로 얻는 자산소득은 근로소득, 이자율, 심지어 기업의 생산부문 이윤율보다 대체로 높았다. “1974년부터 1백 퍼센트의 자금을 시설에 투자한 기업은 1987년 3백31퍼센트의 이윤을 얻었지만 땅과 시설에 각각 50퍼센트를 투자한 기업은 6백12퍼센트, 1백 퍼센트 땅에 투자한 기업은 1천4퍼센트의 이윤을 얻었다.”(1992년 〈한국일보〉 보도)

부동산 투기는 한국 자본주의 발전 과정의 뗄 수 없는 부산물이다. 박정희 정권은 급속한 자본축적을 위해 사실상 제로 금리를 유지하고 인플레를 방조했는데, 이는 부동산 투기가 자라날 비옥한 토양이 됐다. 게다가 풍부한 노동인구 공급을 위해 농민을 도시로 내몰면서 대도시의 부동산 가격은 하늘을 찔렀다.

‘땅 사랑’

부동산 가격은 1990년대 들어 비교적 안정화하다 IMF 사태로 잠시 떨어졌지만 곧 다시 뛰었다. 김대중 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해 1998년 분양가 자율화 등 각종 부동산 관련 규제들을 완화했기 때문이다.

노무현 정부 때도 ‘기업하기 좋은 나라’와 ‘지역 균형 발전’을 이유로 각종 부동산 규제 완화 정책이 쏟아졌다. 이명박이 추진하는 양도세·상속세 감면, 농지와 산지에 대한 규제 대폭 완화 등이 노무현이 길을 닦아 놓은 것이라는 말은 사실이다. 이명박과 ‘강부자’들의 부동산 자산 가격이 폭등한 것도 노무현 때였다.

최근 “욕망의 정치” 운운하며 달랑 집 한 채 가진 노동자마저 부동산 투기의 공범인 양 묘사하는 지식인들이 있지만, 그런 노동자들은 주식시장 ‘큰손’들의 작전주에 걸린 개미군단과 비슷할 뿐이다.

부동산 투기의 진짜 주범인 재벌은 이윤율이 낮을 듯싶으면 손쉽게 부동산 투기에 나섰다. 현재 1백대 땅부자 기업 소유의 땅 값만 60조 원이다. 이 중 절반 이상이 비사업용 토지다.

관료와 정치인 들은 정보 독점력과 인허가 권한으로 각종 개발 정책을 남발해 투기를 조장해 왔다. 건교부 관료들이 퇴직하고 가는 곳은 건설기업과 부동산 업체들이다.

결국 거대한 부패와 비리 커넥션이 만들어졌다. 박정희 정권 시절인 1977년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분양 비리 사건에는 정치인, 관료, 군장성, 당시 조선일보사 사장 최병렬 등 6백여 명이 연루됐다.

1991년 수서·대치동 택지 특혜 분양 비리는 당시 노태우 정권 실세들과 한보그룹이 주범이었고 경제기획원, 국세청, 군부대, 언론사까지 연관돼 있었다.

소위 ‘민주화 이후’인 김영삼 정권부터 2006년까지 각종 언론에 보도된 부패·비리 사건 중 건설 분야 뇌물사건은 55.3퍼센트를 차지했다.

토지와 주택이 재산 증식의 수단이 되는 시장경제 하에서는 ‘강부자’들만 배불리고 노동자·서민의 삶은 끊임없이 불안정해질 수밖에 없다. 금융 투기에 대해서와 마찬가지로 부동산 자산에 대한 높은 누진 부유세 과세가 필요하다. 이는 또한 근본적 사회 변혁도 내다볼 수 있게 할 만한 수준의 대중 투쟁을 필요로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