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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8년 반란 40주년:
한국의 1987년 6~9월 대중투쟁을 쏙 빼닮다

올해 여러 곳에서 1968년 반란 40주년을 기념할 것이다. 그러나 여러 언론이나 학자들, 심지어 적잖은 좌파들도 1968년을 “학생 소요의 해”라고 부른다. 그들은 1968년의 역사에서 노동자 투쟁을 애써 보지 않으려 한다.

물론 1968년에 세계 수십여 개 국에서 학생들의 시위와 점거가 벌어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여러 나라들에서 노동자 투쟁이 학생 투쟁과 만나기도 했고, 특히 프랑스에서는 1천만 명의 노동자들이 총파업을 벌였다.

1968년 5월, 프랑스 노동자들의 80퍼센트는 노조에 가입돼 있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노동자 투쟁이 일어나지 못하는 것은 아니었다.

이 파업의 도화선은 학생들의 투쟁이었다. 베트남 전쟁 반대 운동 탄압에 저항하면서 확산된 대학생들의 점거와 시위는 신속하게 국내 문제와 연결됐다. 학생들은 대학의 구닥다리 규율과 나쁜 교육환경 개선을 요구하며 싸웠다.

청년 노동자들은 학생들의 투쟁을 지지하며 시위에 동참했고, 연대 파업도 벌였다. 파리에서만 시위 대열이 수십만 명에 이르자, 폭력적인 탄압으로 대응하던 정부는 한발 물러서며 경찰을 대학과 파리 거리에서 철수시켰고, 연행된 사람들의 전원 석방과 휴교 조치된 대학들의 개교를 약속했다.

프랑스의 5월 투쟁은 ‘국가는 절대로 물러서지 않는다’는 드골의 소신을 무너뜨렸다. 노동자들은 정부가 학생들의 용기와 단호함에 밀려 양보하는 것을 똑똑히 지켜보면서, ‘저항하면 승리할 수 있다’는 교훈을 얻었다.

드골 정부를 한발 물러서게 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노동자들은 공장 안의 문제를 제기하며 파업을 벌이기 시작했다. 노동시간 연장에 반대하는 항공기 제조 노동자들의 투쟁이 무기한 파업으로 이어졌고,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전국의 노동자들이 저마다의 요구를 내놓고 파업에 들어갔다.

계속되는 대규모 시위들은 수많은 노동자들의 자신감을 고양시켰다.

버스 노동자들은 파리 근교 한 소도시의 버스 1백80대 중 단지 10대만을 운행하게 만들었고, 택시·우체국·병원 노동자들, 항공교통 통제업무를 하는 노동자들, 기상대 노동자들도 파업을 했다.

영화제작자 노동자들의 파업과 영화인들의 저항으로 칸 영화제는 열릴 수 없었다. 뉴스는 부분적으로 라디오와 텔레비전 노동자들의 통제를 받았다. 인쇄 노동자들은 신문을 인쇄하기 전에 〈르 피가로〉와 〈라 나시옹〉 같은 보수 우익 신문들의 헤드라인과 기사 내용에 항의하며 수정을 요구하기도 했다. 드골은 루마니아의 독재자 차우세스쿠를 위한 연회를 열고 싶어 했지만, 좋은 포도주와 고기를 실은 비행기는 항공 노동자들의 파업으로 이륙조차 할 수 없었다.

그 전까지 프랑스 노동자의 일자리를 위협한다고 여겨져 차별받던 이주노동자들도 파업에 동참했다.

낭트 시의 경우 일주일 동안 도시와 외곽지역을 노동자들이 직접 제어했다. 파업위원회의 주도로 운송노동자들이 도시의 모든 차량을 통제했고, 교사와 학생은 탁아소를 마련해 휴교 기간 중 파업 노동자들의 아이를 돌봤다.

식료품 분배도 역시 파업위원회가 수행했다. 이 위원회는 독자적 통화를 발행하기까지 했다. 낭트 시의 범죄율은 역사상 유례없이 낮아졌다.

이 같은 파업 투쟁으로 노동자들의 자신감은 한껏 높아졌다. 그러나 프랑스 공산당과 프랑스노동총동맹(CGT)은 정부와의 협상으로 10퍼센트 임금 인상, 법정 최저 임금 35퍼센트 인상, 파업과 공장 점거 기간의 임금 절반 지급을 약속받고 투쟁을 마무리 지으려 했다. 노동자들은 이를 거부하고 파업을 유지하는 자신감도 보여 줬다.

현 프랑스 대통령 사르코지는 국민들에게 1968년 5월의 정신·행동·이념과 단절하라고 강력하게 주장한다. 그러나 최근 2주 사이에도 교육공무원 감축에 반대하는 프랑스 고등학생들이 대규모 시위를 벌이면서 “새로운 68혁명이 필요하다”는 구호를 배너에 적었다.

〈뉴스위크〉가 “한국의 사르코지”라고 부른 이명박도 이 같은 강력한 저항에 부딪힐 수 있다. 68반란과 같은 노동자·학생 들의 거대한 투쟁과 파업이야말로 우파 정권을 뒤흔드는 진정한 세력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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