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료품 가격 폭등으로 전 세계에서 수천만 명이 굶주림과 식량 불안정에 고통받고 있다. 영국의 마르크스주의자 세이디 로빈슨이 식료품 가격 급등에 얽힌 각종 착각과 혼동을 들춰낸다.


지난 몇 년 동안 밀, 옥수수, 콩, 쌀 등 세계인들의 주식(主食) 가격이 두 배 이상 뛰었다. UN 세계식량프로그램의 조세트 쉬란 사무총장은 4월 초에 이렇게 경고했다. “‘신판 굶주리는 사람들’이 나타나고 있다. 이 사람들은 돈이 있지만 식료품 값이 너무 올라 굶게 된 사람들이다.”

최근 식량 위기를 설명하는 이론들이 다양하게 있다. 인구 성장, 소비 패턴의 변화, 기후변화 등이 가장 많이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식량 위기를 초래한 것은 자본주의 체제다.

일부 우파 경제학자들은 현재 상황은 일시적 일탈이고 시장을 통해서 문제가 곧 해결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기아와 식량 위기는 인간의 필요가 아니라 이윤을 우선시하는 자본주의의 본래적 특징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굶주림과 빈곤에 직면했지만 극소수 부자들은 가격 앙등을 이용해 막대한 이윤을 올리고 있다.

카길 ─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개인 소유 기업이자 대형 곡물 거래 기업 ─ 같은 농업 기업은 4월 초에 2008년 1/4분기 이윤이 86퍼센트나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물론 ‘자유시장’은 단 한 번도 자유로운 적이 없었다. ‘자유시장’은 정부 관세, 보조금, 경제 정책에 의존한다.

기층 저항이 두려운 전 세계의 많은 정부들은 주식의 수출을 금지하거나 국내 공급을 유지할 다른 방도를 모색하고 있다.

이를 통해 정부들은 잠시 한숨 돌릴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이 때문에 국제 시장에서 갑작스런 [식량] 부족이나 패닉 상태가 발생해 추가 가격 상승을 부추길 수도 있다.

각국 지도자들이 두려워할 만한 식량 가격 인상 반대 투쟁이 증대하고 있다. 지난 몇 달 동안 방글라데시, 부르키나 파소, 카메룬, 이집트, 아이티, 아이보리 코스트, 예멘, 모로코, 세네갈, 마우리타니아, 기니(코나크리)에서 가격 상승에 항의하는 파업, 거리 시위, 소요 사태 등이 발생했다.

수많은 노동자들이 식량을 얻기 위한 투쟁을 벌이고 있다. 이집트에서는 빵 값 인상이 이집트 정부를 뒤흔든 최근 파업 물결의 주된 원인이었고, 방글라데시 방직 공장 노동자들도 지난주에 쌀 값 인상에 항의하는 파업을 벌였다.

자본주의가 충분한 식량을 생산할 수 있지만 사람들을 굶주리게 하고 있다는 것만큼 이 체제의 모순을 잘 드러내는 것도 없을 것이다. 아래에서 나는 식량 위기를 둘러싼 다섯 가지 신화를 폭로하고자 한다.

1. 인구가 너무 많다?

많은 사람들은 현 식량 위기가 세계 인구 증가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이 주장은 우리가 제한된 자원을 놓고 경쟁하고 있다고 가정한다. 이 주장은 사람들이 생산 방식을 개선해 산출량을 늘릴 수 있다는 점을 보지 않는다.

18세기 경제학자인 토머스 맬서스가 처음 이런 주장을 했다. 맬서스는 부가 증가하면 인구가 급증하고, 이용할 수 있는 자원의 양은 그것을 따라잡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식량 생산은 인구 증가보다 더 빠른 속도로 증가해 왔다. 세계 인구는 꾸준히 늘어 왔지만, 세계 농업은 30년 전과 비교했을 때 매일 1인당 17퍼센트 더 많은 칼로리를 제공할 수 있을 만큼 생산한다.

전 세계 모든 사람들에게 매일 3천5백 칼로리씩 공급할 수 있는 충분한 양의 밀, 쌀과 다른 곡물들이 이미 생산되고 있다. 여기에 고기, 야채, 견과류, 콩 등이 추가된다.

영국 보건부는 보통 사람이 건강한 생활을 누리는 데는 하루 2천5백 칼로리면 충분하다고 지적한다.

사실 식량은 과소 생산이 아니라 과잉 생산되고 있다. 사람들이 굶는 것은 식량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살 돈이 없기 때문이다.

러시아 혁명가 레닌은 맬서스의 이론을 ‘반동적’이라고 평했다. 그가 옳았다.

2. 중국의 경제 성장이 문제다?

주류 언론은 중국의 부가 늘어나면서 사람들의 소비 패턴이 변하고 가격 상승 압력이 커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중국에서 경제적 지각 변동이 일어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중국의 1인당 평균 소비량은 미국과 영국의 3분의 1에 불과하다.

또, 중국인의 고기와 유제품 소비가 증가한 것은 맞지만, 중국은 쌀, 밀, 옥수수를 포함해서 여전히 많은 식품의 수출이 수입보다 많은 나라다.

중국의 식량 수입량이 늘고 있는 것은 전 세계 다국적기업들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 더 많은 이윤을 벌려고 하기 때문이다.

3. 시장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식량 가격은 대부분 이미 국제시장을 통해서 결정되고 있다. 경제 위기 상황에서 투기꾼들이 돈을 식품에 투자하면서 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식품이 금융 투기보다 ‘안전한’ 투자처라고 믿기 때문이다. 심지어 일부 주식 거래인들은 미래에 물 가격이 폭등할 거라며 투기를 조장하고 있다.

투기는 식량 가격을 높인다. 가격이 오를수록 더 매력적인 투기처가 된다. 식량 거래상들은 사재기에 나선다. 잔뜩 사들인 뒤 가격이 오를 때까지 기다렸다가 팔려는 것이다.

식량 가격 상승에는 몇 가지 장기적인 경향이 영향을 끼쳤다. 그것들은 모두 세계 자본주의 체제가 식량 산업에 영향을 미친 결과 나타났다.

가난한 나라들에서 지난 30년 동안 토지 사용 방식에 커다란 변화가 일어났다. 그래서 국내 소비용 식량 생산이 줄어들었다. 미국 정부와 IMF, 세계은행 같은 국제기구의 압력이 이런 변화의 근본 원인이다.

구조조정계획(SAP) ─ 나중에 빈곤감소전략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 같은 정책들이 대표적 사례다. 빈국들이 국제 지원을 받거나 자금을 빌리려면 이 정책들을 국내에 적용해야 했다. 여기에는 공공지출 삭감, 사유화, 세계 시장에 대한 개방 등이 포함돼 있는데, 이것들은 모두 농업에 커다란 타격을 입혔다.

예컨대 세네갈 정부는 1986년에 구조조정계획을 받아들여 농민 지원책을 폐지했다. 정부 지출 삭감과 무역 자유화로 농민들은 값싼 수입 농산물과의 경쟁에서 배겨 날 수 없었다.

그래서 국내 소비용 기초 식량 생산이 줄었고 수출용 식량 생산이 늘었다. 1990년에 세네갈 인구 중 30퍼센트가 굶주림에 시달리고 있었고, 1992년에는 40퍼센트로 늘었다.

그런 정책들은 빈국 사람들의 자급용 식량 생산 능력을 감소시키고 세계 식량 산업에 더 의존하도록 만든다. 시간이 흐르면서 이것이 식량의 평균 가격을 상승시키는 것이다.

식량 가격 상승을 부채질하는 또 다른 요인은 바이오연료 투자붐이다. 옥수수와 밀 같은 곡물들이 연료 생산에 쓰이고 있다. 세계 최대 옥수수 수출국인 미국은 내년에 총수확량 중 거의 30퍼센트를 바이오연료 생산에 사용할 예정이다.

정부들은 식량 재고가 역사상 최저 수준으로 줄어들도록 방치했다. IMF는 빈국 정부가 식량 재고를 늘리지 못하도록 한다. 그것이 ‘자유시장’의 원칙에 어긋난다면서 말이다.

심지어 어떤 정부들은 외채를 갚기 위해 저장 식량을 팔아야 했다.

4. 모두 기후변화 때문이다?

기후변화는 농업 ─ 특히 남반구 농업 ─ 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는 매우 중요한 문제다.

그러나 비록 기후변화가 일부 지역에 이상 기후를 가져와 곡물 수확에 악영향을 미쳤지만 기후변화만으로 빈곤과 굶주림이 발생한 것은 아니다.

문제는 기후변화와 그것이 식량 생산에 미친 영향에 대처하는 방식에 있다. 많은 빈국들이 기후변화에 대처할 사회기반시설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

예컨대 방글라데시는 제방, 사이클론 대피소, 도로와 다른 사회기반시설 등 기후변화에 적절히 대처하기 위한 시설을 만드는 데 20억 파운드를 지출해야 한다.

그러나 그런 투자가 없어서 방글라데시 빈민 1천만 명은 매년 홍수의 재앙에 고통받는다.

식량 위기를 기후변화 탓으로 돌리면 우리가 계급으로 나뉜 세상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잊게 된다. 홍수나 기근으로 농사를 망친 나라의 부자들은 여전히 배불리 먹는다.

또, 이런 식의 설명은 각국 정부들의 책임을 면제해 준다. 기후변화만으로 꼭 굶주림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물론 기후변화가 긴급한 조처를 필요로 하는 중요한 문제임에는 틀림없다.

5. 유전자조작 작물이 대안이다?

이따금 유전자조작 작물이 전 세계 기아 문제의 해결책으로 제시된다. 유전자조작 작물은 병, 벌레나 기후변화에 저항하도록 유전자가 변형된 작물을 말하며, 그만큼 수확량이 더 높다고 여겨진다.

그러나 유전자조작 식품의 도입은 기아를 없애지 못한다. 다만 불평등을 강화할 뿐이다.

다국적기업들은 유전자조작 작물을 이용해 세계 식량 생산에 대한 지배를 강화하고 부국에 대한 빈국의 의존을 더 심화시켰다.

캔자스대학교의 최신 연구를 보면, 논란이 많은 이 기술을 도입해서 세계 식량 위기를 해결할 수 있다는 흔한 주장과는 달리 유전자조작은 작물의 생산성을 떨어뜨린다.

이 연구는 지난 3년 동안 미국의 곡창지대에서 행해졌는데, 연구 결과를 보면 유전자조작 콩이 그렇지 않은 콩보다 10퍼센트 더 적은 식량을 생산한다.

게다가 유전자조작 식품은 안전성도 의심받고 있다.

유전자조작 식품을 홍보하는 측은 1960~70년대 ‘녹색 혁명’ 당시 사용된 것과 비슷한 주장을 하고 있다.

녹색 혁명으로 수확량을 늘릴 수 있다고 여겨지는 여러 가지 씨앗과 작물이 개발됐고, 특히 인도에서 기아와 기근을 해결할 수단으로 홍보됐다.

그러나 오늘날 2억 3천3백만 명의 인도인들이 적절한 영양을 섭취하지 못하고 있으며, 영양실조 발병자 수도 1990년대 내내 늘었다.

식량 생산이 늘어도 기아가 동반 상승할 수 있다. 왜냐하면 오늘날 기아는 식량 부족이 아니라 잘못된 식량 생산 방식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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