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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지진:
시장 개혁의 모순을 보여 준 대참사

중국 쓰촨성(省) 지진으로 1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죽었고, 적어도 수만 명이 구조를 기다리고 있다. 농촌 지역은 통신이 두절돼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다치거나 죽었는지 알 수 없다.

모든 언론들은 중국 정부가 1976년 탕산(唐山) 대지진 당시의 어처구니없는 대처에 비해 매우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이구동성이다. 사실, 중국 정부는 정치적 혼란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신속하게 개입해야 할 처지다.

지진의 강도가 워낙 강했고 원자바오가 위선적인 ‘서민 총리’ 이미지를 앞세우며 동분서주하고 있지만, 중국 정부는 대규모 인명 피해에 분명히 책임이 있다.

일각에서 얘기하듯이 과연 산샤(三峽) 댐 건설이 이번 지진 발생에 책임이 있는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 샨샤 댐 건설 당시 많은 학자들이 지진 발생 가능성을 지적했다. 만약 그것이 사실이라면 중국 정부는 대학살을 직접 저지른 당사자인 셈이다.

그러나 설사 그것이 사실이 아닐지라도 일단 중국 정부의 시장 개혁 정책이 희생자를 더 늘린 것은 사실이다.

먼저, 중국 정부는 건축물의 내진 기준처럼 이윤 창출에 도움이 되지 않는 규제들의 이행 여부를 거의 감독하지 않았다. 이러한 규제는 심지어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건물에서도 지켜지지 않아 이번에 완전히 주저앉은 건물 중에는 학교가 많았다.

수백 명의 학생이 매몰된 두장옌(都江堰) 싱젠(興建) 초등학교에서 한 학부모는 분노에 차 이렇게 소리쳤다. “봐라, 기둥을 죄다 시멘트가 아니라 모래와 진흙으로 지었다. 전형적인 ‘두부 건물’[부실 공사를 칭하는 속어] 아니냐!”

‘두부 건물’

중국 정부는 감독을 소홀히 했을 뿐 아니라 그 자신이 엄청나게 많은 부실공사에 책임이 있다. 중국 정부는 시장 개혁을 시행하면서 지방 사회·복지 재정을 대폭 삭감했고, 쓰촨성처럼 재정이 취약한 지역은 학교와 병원 등을 지을 때 형편없는 자재를 써서 서둘러 시공했다. 여기에 지방 관료와 시공 업자의 공사비 빼돌리기까지 결합돼 건물들은 더 부실해졌다.

눈여겨 볼 점은 지진이 발생하자마자 중국 정부 대변인이 올림픽 경기장들은 10도 지진에도 견딜 수 있게 설계됐고 1년 전부터 지진 등 각종 재해에 대비해 왔기 때문에 끄떡없다고 서둘러 강조한 것이다.

행여나 올림픽 경기에 악영향을 미칠까 봐 한 말이겠지만 또 다른 의문을 불러일으킨다. 일상생활에 하등 도움이 되지 않는 올림픽 경기장을 그렇게 초호화판으로 지을 수 있다면 왜 20세기에만 지진이 8번 발생한 쓰촨 지역에 있는 필수 공공시설인 학교와 병원 등에는 그러지 않았을까?

중국 정부는 지금까지 베이징 올림픽에 총 2백16조 원을 투자했다. 경기장을 짓는 데만 40조 원 이상이 투입됐다. 이 돈이면 지진이 자주 발생하는 지역의 학교나 병원 등 공공건물에 내진 공사를 하는 것이 어렵지 않았을 것이다.

이 돈 가운데 많은 부분이 정부-민간 계약의 형태로 민간 자본에서 나왔다. 자본가들은 올림픽이 끝난 후 경기장들을 고급 쇼핑몰이 들어선 부자와 중간계급들의 놀이터로 만들어 막대한 돈을 벌어들일 꿈에 부풀어 있다. 당연히 이 자본가들은 쓰촨성처럼 가난한 소수민족들이 많은 지역에 돈을 쓰기를 원하지 않는다.

사실 중국 정부는 쓰촨성을 이른바 ‘서부 대개발 계획’의 근거지로 삼았다. 공식 목적은 시장 논리에 뒤쳐진 지역들의 생활수준을 높이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번 지진으로 그 목표와 현실 사이에는 커다란 괴리가 있음이 드러났다.

중국 정부가 진정으로 사회주의 정부고 원자바오가 ‘서민 총리’라면 그 많은 돈을 부자들의 놀이터를 만드는 데 낭비하지 않고 ‘대개발’의 내실을 기해 재난을 대비하고 사람들의 생활수준을 높이는 데 사용했을 것이다.

몇몇 중국인들은 인터넷 블로그에 “지진 피해자들은 중국의 경제 성장이 낳은 희생자들”이라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지금 당장은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이 중국에서 소수일지 몰라도, 중국에서는 매년 이윤지상주의에 저항하는 아래로부터의 투쟁이 수만 건씩 발생하고 있다. 중국 정부와 자본가들은 언젠가 자신들의 탐욕에 대한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