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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세상은

공무원 노조를 인정하라

공길숙(전국공무원노동조합 교육부장)

지난 9월 정부는 ‘공무원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안)(이하 ‘공무원조합법’)을 입법 예고했다.

이 법안은 공무원 노동자들의 열망을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 노동조합이라는 명칭 대신 ‘공무원조합’을 명칭으로 사용하도록 했고, 노동3권 중 단체행동권과 단체교섭체결권이 빠진 단결권과 단체교섭권만을 허용하고 있다. 한술 더 떠 이 법안은 공무원이 아닌 다른 단체들과 연대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독소 조항도 함께 포함하고 있다.

정부의 ‘공무원조합법’은 한 마디로 공무원 노동자들에게 노동조합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10월 12일에 열린 정부 차관 회의에서 노동조합법에 ‘공무원조합법’을 적용하지 않는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

정부는 국민 정서를 내세우며 노조를 허용하지 않으려 한다. 그러나 이미 다수의 사람들이 공무원 노조를 지지하고 있다. 2002년 9월 한길리서치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 중 60.3퍼센트가 공무원 노조 결성을 찬성했다.

‘공무원조합법’은 공무원 노동조합을 허용하기로 한 1998년 노사정위 합의사항을 정면으로 어긴 것이다. 또, 공무원 노동조합을 허용하기로 한 김대중의 대선 공약을 어긴 것이기도 하다.

김대중 정부는 집권 기간 내내 공무원 노동자들의 열망을 외면한 채 탄압으로 일관했다. 정부는 지난 3월 23일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이 출범한 뒤 총 9명의 공무원 노동자들을 노동조합을 결성했다는 이유로 구속했다.

그러나 정부의 탄압은 공무원 노동자들의 열망을 꺾지 못했다. 6만 5천 명으로 출발한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은 출범 뒤 꾸준히 조합원들이 늘어 현재 공무원 노동자 8만여 명이 가입해 있다.

지난 9월 15일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은 대의원대회에서 정부의 ‘공무원조합법’을 저지하기 위해 ‘하반기 총력 투쟁’을 결의했다. 오는 10월 28일부터 30일까지 3일간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한 뒤 11월 4일과 5일 서울에 모여 파업 집회를 열 예정이다. 비록 이틀간 연차휴가를 활용한 파업이지만, 올해 출범한 신생 노조가 연가파업을 결의한 것은 공무원 노조의 활력을 보여 준다.

기독교 방송 쟁의 - 막가파 목사의 복귀를 잠시 막아내다

김태훈

기독교방송(CBS) 재단 이사회는 한국 기독교를 “대표”하는 11개 교단의 목사들로 구성돼 있다. 이들은 노동자들을 탄압하는 데 국가 대표급이다.

기독교방송은 1994년 이래 주파수가 세 배나 늘었다. 라디오에서 시작해 위성·유선 방송에까지 진출했지만, 같은 기간 노동자들을 1백80여 명이나 감원했다.

사장이자 목사인 권호경은 1999년 한 해에만 판공비를 1억 6천7백만 원이나 썼다. 그런데도 1995년 이래 노동자들의 수당은 단 한 번도 인상하지 않았다. 임금 체불도 밥먹듯 해 2000년에 체불 임금이 24억 원에 달했다.

권호경은 노동자들의 저항을 무자비하게 짓밟았다. 1999년에 기자·PD를 무려 23명이나 해고했다. 2000년에는 “노동자 편을 든다”는 이유로 방송 진행자까지 해임했다. 용역 깡패를 동원해 노동자들을 습격하는 만행도 서슴지 않았다.

군부 독재 시절에 일부 목사들이 그랬듯 권호경도 “민주 목사”였다. 1973년에 남산 부활절 “내란 예비 음모” 사건으로 옥고도 치렀다.

그러나 1989년 이래 “민주 목사” 대부분은 기독교 각 기관의 요직을 독점하면서 달라졌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기독교서회·기독교방송을 장악한 이들 교단 정치가들은 “종로5가 마피아”라고 불린다.

이들은 권력과 야합해 각종 청탁과 부패를 일삼았다. 권호경이 김영삼·김대중에게 보낸 이른바 “충성 편지”는 낯뜨거운 찬사로 가득 차 있다. 권호경은 “김영삼 각하께서는 … 묵은 땅을 갈아엎고 새로운 장을 열기 위해 하나님이 맡겨 주신 새 역사 창조에 노고가 많다.” 하고 찬양했다.

지난해 기독교방송 노동자들은 2백65일간 파업을 벌여 권호경을 쫓아냈다. 그러나 권호경은 여전히 권력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9월 30일 재단 이사회가 열려 권호경을 다시 사장으로 선출하려 했다.

노동자들은 단호하게 파업에 들어갔다. 결국 이사 18명 중 6명이 노동자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투표를 거부하겠다고 약속해야 했다. 억압자의 복귀를 잠시 막아 낸 승리였다.

가톨릭중앙의료원 파업 - 가톨릭과 정부의 핍박에 저항하는 CMC 노동자들

김용석

“교회는 고통받고 상처받은 이들을 위한 보금자리가 돼야 합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정진석 대주교의 지난 1999년 성탄절 메시지다.

그러나 2002년 10월 17일 현재 명동성당 들머리 계단에서는 정진석 대주교가 이사장으로 있는 가톨릭중앙의료원(CMC) 노동자 6백여 명이 1백48일째 파업 투쟁을 벌이고 있다. 또, 차수련 위원장과 30여 명의 조합원이 “가톨릭의 자성과 파업 사태 해결”을 요구하며 9월 25일부터 무기한 단식 농성에 돌입했는데, 6명이 실신해 응급실에 실려 가기도 했다.

노동자들은 가톨릭 병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성당측에 정진석 주교와의 면담을 요청했다. 그러나 돌아온 것은 “관용을 베풀 수는 있지만 타협할 수 없다”며 명동성당에서 천막을 철거하라는 일곱 번의 공문이었다. 명동성당측은 단식 노조원들이 사용하지 못하도록 화장실을 폐쇄했다.

10월 6일 가톨릭은 병원측이 낸 자료를 그대로 인용한 글을 주보에 끼워 신자들에게 나눠 주며 파업을 매도했다. 또, 명동성당 백남용 주임 신부는 미사 설교에서 “병원 간호사들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도 내가 받는 봉급의 두 배인 1백50만 원을 받는다. 저들은 이기적인 파업을 하고 있다.” 하고 말했다. 그러나 CMC 노동자들의 초봉은 65만∼75만 원에 불과하다. 주휴도 없이 하루 10시간씩 세탁 업무를 보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임금은 고작 59만 원이다.

강남성모병원 관리자들은 파업중인 노동자가 병원에 들어가려고 하자 “복귀 시한(9월 25일)에 돌아오지 않았으니 직원이 아니다”며, 경찰에게 “이 사람 조합원이에요.” 하고 알려 주면서 잡아가라고 요청하기까지 했다.

강남성모병원 집회에는 9월 11일 경찰력 투입 때보다 많은 17대의 전경 버스를 동원해 노동자들의 병원 진입을 폭력적으로 가로막았다. 9월 18일 경찰의 폭력 진압으로 조합원 한 명이 실신하고 7명의 부상자가 생겼다. 9월 25일에도 후문으로 이동하는 조합원을 밀어붙여 여성 조합원이 실신하고 손가락이 부러지고 살점이 떨어져 나가 이식 수술을 받기도 했다. 또, 경찰은 연행한 조합원에게 수갑을 채우기도 했다. 이런 경찰 폭력에 항의하는 조합원을 물병으로 경찰을 치려 했다는 이유로 연행했다.

또, 연대하는 노동자들을 위축시키기 위해 CMC 노조에 연대하던 서울 현대아산병원 지부장과 한양대병원 조직부장 등을 구속했다.

9월 30일 경찰은 9·11 경찰 침탈 때 연행한 조합원들에게 전화를 걸어 “복귀하지 않으면 10월 2일까지 경찰서로 출석해야 한다”고 압력을 넣었다.

그러나 CMC 노동자들은 가톨릭에 맞서 단호하게 싸우고 있다.

매일 강남·여의도·의정부 성모병원에 “출근 투쟁”을 한다. 일요일에는 성당들에서 주보에 끼워 넣은 병원측의 입장을 반박하는 유인물을 신자들에게 나눠 주고 있다. 10월 14일부터 시작한 주교단 회의장에서 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또, 보건의료 각 지부와 토론회·집회 등에 참석해 CMC 투쟁의 정당성을 알리고 있다.

10월 21일에는 항의 농성단 10명이 로마 바티칸 교황청에서 이탈리아 노동조합과 사회 단체들과 연대해 농성을 무기한 진행하기로 했다.

1백50여 일 동안 임금 한 푼도 받지 못해 조합원 대부분이 마이너스 통장과 대출받은 돈으로 생활하고 있다. 심지어 점심을 거르면서 파업에 참여하는 조합원들도 있다.

15명 체포 영장 발부, 93명 출두 요구서, 10명 불구속 기소, 15억 원 ― 임금과 조합비 ― 가압류, 20명 해고, 5백73명 징계위원회 회부, 4개월치 무노동무임금 적용, 경찰 병력 투입하여 2백41명 연행, 7명 구속, 집단적인 노조 탈퇴 공작 등 정부는 계속 탄압하고 있지만, 노동자들은 여전히 굴하지 않고 있다.

CMC 투쟁에 대한 노동자들 사이의 연대가 형성되고 있다. 전교조 노동자들은 집회에서 8백만 원이 넘는 지지금을 모금해 주었다. 10월 16일 보건의료 산별 총력 파업에는 5천 명의 보건의료 노동자들이 참가했다.

CMC 노동자들의 단호한 투쟁과 연대는 가톨릭 내에서 새로운 압력을 낳았다. 10월 11일에 평신도들이 1천 인 선언 등을 통해 “의료원은 대화와 협상에 적극 임하라”는 압력을 넣었고, 각 성당에서도 신자들이 CMC 투쟁에 지지를 보내는 목소리가 생겨나고 있다.

가톨릭은 그 동안 노동자들에게 피신처, 중재자, 중립적인 곳으로만 인식돼 왔다. 그러나 이번 CMC 노동자들의 투쟁은 가톨릭 보수주의의 본질을 드러내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