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교과서에 독도를 자국 영토라고 명시하려 하자 불똥이 이명박에게 튀었다. “이명박이 쇠고기 검역 주권에 이어 독도까지 팔아먹으려 한다”는 ‘괴담’이 나돌고 있다.

이명박은 지난 4월 한일 정상회담에서 과거사 문제로 “일본에게 사과를 요구하지 않겠다”고 말했고, 친일인명사전 명단 발표를 비판하면서 “우리가 일본도 용서하는데 친일문제는 공과를 균형있게 봐야 될 것 같다”고도 했다.

이명박의 이런 ‘일본 프렌들리’ 외교가 일본 우익에게 자신감을 준 것이 사실이다. 이미 지난 2월 일본 외무성은 웹사이트에 독도는 일본땅이라는 공식 영어문서를 올린 바 있고, 독도 관련 교과서 개정 문제도 2006년부터 추진돼 오던 것이다. 그러나 이명박은 이를 못 본 체하더니 거꾸로 “일본을 용서했다”고 했다. 주일대사 권철현은 “대통령으로부터 과거에 속박당하지 말라는 당부를 받아” 독도와 과거사 문제를 “가슴에 묻어두고” 주일대사관 웹사이트에서 이 문제들을 삭제하기도 했다.

용서

사실, 거의 모든 한국 대통령들이 집권 초기에 “미래 지향적인 한일 관계”를 위해 “과거를 묻지 않겠다”는 태도를 취했지만, 나중에 일본에게 뒷통수를 얻어맞는 패턴을 예외 없이 반복해 왔다.

이런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독도 문제와 일본의 과거사 문제는 한국 쪽이 목소리를 낮춘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이는 일본 지배자들의 패권 전략과 연관돼 있다.

일본 자본주의는 ‘초국적화’해 세계 곳곳에 진출해 있지만, 이를 궁극적으로 보장할 군사력은 평화헌법 체제에 묶여 있다. 특히, 1991년 2차 걸프전의 경험은 일본 지배자들에게 군사력 증강과 해외 파병의 필요성을 깨닫게 했다.

당시 일본은 미국에 막대한 전쟁 비용을 지원했지만, 전후 처리 과정에서 일본은 철저히 배제됐다. 일본 지배자들이 세계에서 한몫 잡기 위해서는 돈뿐만 아니라 “피와 땀”도 필요했던 것이다. 그래서 일본 우익 지배자들은 일본 민중의 반전·평화 여론을 거슬러 일본의 군비증강과 해외 파병을 합리화하는 데 영토 분쟁과 과거사 문제를 이용하려 한다.

역대 한국 정권은 독도 문제와 과거사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강경대응 쇼’를 해왔지만 그때뿐이었다. 한국 지배자들과 일본 지배자들의 이해관계가 긴밀하게 얽혀 있기 때문이다.

한국 자본주의는 한미일 동맹 속에 성장해 왔다. 한국은 일본에서 돈과 기계를 들여와 상품을 만들어 수출하는 방식으로 성장했고, 일본의 투자는 한국 자본가들에게 여전히 중요하다. 지난 한일 정상회담 때 일본 경단련은 “규제 완화, 외국인투자 환경 개선 등 이명박의 ‘비즈니스 프렌들리’ 정책을 환영”했고, 이명박은 그동안 중단됐던 한일FTA 교섭을 재개하기로 했다.

군사 안보 문제에서도 미국은 미일동맹에 한미동맹을 하위파트너로 해서 동아시아 패권을 유지해 왔다. 한국 지배자들은 여기에 적극 편입해 살길을 도모했다.

이명박 정권 들어 한미일 삼각 안보동맹 움직임은 더욱 노골화했다. 이명박은 2003년 중단된 한미일 대북정책조정그룹(TCOG)과 비슷한 상설회의를 재개하려 한다. 이번 일본의 독도 교과서 파문 와중에도 한미일은 워싱턴에 모여 북한핵 문제에 공동 대응하는 회담을 열었다.

또, 3월 11일 외교부는 “동아시아 전략적 협력 강화의 일환으로 한미일 3자 협의를 가동해 한반도 및 동북아 문제뿐만 아니라 범세계적 문제를 협의하는 체제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일본 제국주의 부활 움직임에 정면 도전하기는커녕 한미일 동맹 강화로 미국 주도의 침략전쟁에 공조하고 거기서 한몫 단단히 잡겠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독도 문제나 과거사 문제에서 한국 지배자들의 대응은 빈 수레가 요란한 것이거나 위선적이었을 뿐이다.

왜 독도가 문제인가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은 190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일본의 일방적 독도 영유권 선포는 조선을 식민지화하고 강제 합병하는 제국주의적 침략 과정의 일부였다. 현재 일본 우익과 지배자들이 독도를 계속 분쟁 지역화하려는 시도 역시 제국주의적 팽창 기도와 맞물려 있다.

반대로 한국민에게 독도는 일본 제국주의 지배에서 해방됐다는 것을 상징한다.

따라서 한국민들이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에 강력하게 반응하는 것은 과거, 그리고 현재 진행형의 일본 제국주의에 대한 반대를 뜻하며 정당한 것이다.

특히 이명박 정권이 한미일 삼각동맹 강화에 매진하는 한, 한국민의 반일본제국주의 정서와 커다란 충돌을 빚을 일이 앞으로도 많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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