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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우리의 먹거리를 위협하는가?

농심 생쥐깡, 동원 칼날참치, 이마트 기생충 통조림, 야생쥐 냉동채소, 맥도날드 철수세미 햄버거 … 불과 한 달여 동안 발생한 우리의 식탁을 위협하는 사건들이다. “도대체 뭘 먹어야 하나”라는 한탄이 저절로 나올 법하다.

이런 사고에 대한 해당 제조판매사들의 태도는 우리의 근심을 더욱 깊게 한다.

생쥐깡의 경우, 농심측은 쥐의 사체가 명백함에도 이물질의 성분을 분석한다는 이유로 시간을 끌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은 후에야 제품을 회수했다. 이 사고는 벌레와 쥐를 차단하는 가장 기본적인 시설조차 하지 않아 일어난 사고였다. 제조과정에서 비용을 줄이기 위해 식용으로 사용이 금지된 발암 물질을 첨가한다든지, 먹어선 안 되는 재료로 식품을 만드는 일도 허다하다.

‘불량 저질 식품’만 문제가 아니라 광우병 쇠고기 수입과 조류 독감 확산, GMO 수입 등에서 보듯이, 소위 ‘합법적’으로 생산되는 음식물들도 믿을 수 없기는 매한가지다.

정부는 미국산 쇠고기를 ‘생’으로 먹어도 안전하다며 낯 뜨거운 괴담을 유포하고 있지만, 미국의 ‘완화’된 사료 조처는 광우병의 발생을 필연적으로 예고하고 있다. 이 조처보다 훨씬 강한 규제를 담고 있는 정책(모든 농장 동물에게 광우병 특정위험물질 사료 제공 금지)도 영국에서 이미 1만 6천 마리의 광우병 신규 발생을 낳는 재앙으로 끝난 바 있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이명박 정부는 지난 2월 정부 조직 개편 때 동물 전염병의 방역을 책임지고 있는 수의과학검역원의 인원을 34명이나 줄인 바 있다. 이런 정부에게 방역과 질병의 차단을 기대하는 것은 나무에서 물고기를 찾는 것과 같다.

자본주의에서 여러 형태의 식품 안전 문제가 끊이지 않았지만, 특히 신자유주의적 규제 완화는 이것을 한층 가속화시켰다. 규제 완화 때문에 김대중 정부 때부터 식품 관련 규제가 1백 건 폐지됐고, 67건의 기준이 완화됐다. 이후 식중독 등 대형 급식 사고 뿐 아니라 쓰레기 만두, 기생충알 김치, 독극물 콜라 등 식품 안전 사건들이 매년 터져 나오고 있다.

이윤 논리

이것은 자본주의 체제가 조직되는 방식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자본주의는 기업들이 이윤을 위해 무자비한 경쟁을 하는 체제다. 각 기업이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더 적은 비용으로 상품을 생산해야 한다. 이 때문에 자본가들은 자신이 고용한 노동자들에게는 가능한 적은 임금을 주고, 가능한 싼 원자재를 사용하는 등 생산 비용을 줄이려 한다. 생산 과정에서 안전·위생 등을 위한 규제는 자본가의 입장에서는 거추장스러운 장애물에 지나지 않는다.

먹을거리를 생산하고 유통하는 기업들에게 가장 중요한 가치도 이윤이다. 카길·몬산토 등 거대 곡물 기업들과 타이슨 푸드·콘 아그라 같은 축산 기업들 그리고 네슬레·델몬트· 코카콜라 등의 가공식품 기업들도 소비자들의 건강과 노동자들의 권리를 희생시켜 최대의 이윤을 뽑아내고 있다.

곡물가격 폭등으로 전 세계 수많은 사람들이 기아에 허덕이고 있지만, 카길은 지난해 12월부터 2월까지 석 달간 순수입이 1년 전보다 배가 늘었다. 몬산토 또한 위험 물질인 유전자 조작 옥수수를 팔아 같은 기간 배 이상의 이익을 남겼다.

인도에서 농약 성분으로 오염된 콜라를 판 코카콜라, 에콰도르의 바나나 농장에서 8살 어린이들에게 하루 종일 일을 시키고 고작 하루에 4천 원도 안 되는 돈을 쥐어 주는 델몬트 같은 회사들이 우리의 먹을거리를 책임지고 있는 이상 안전한 식품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미국 축산 기업들이 광우병의 위험에도 불구하고 쉽사리 동물성 사료 생산(렌더링 산업)을 포기하지 못 하는 이유도 이윤 논리 때문이다. 가축의 부산물을 폐기할 경우 추가로 드는 비용과 그 부산물을 사료로 재가공했을 경우 얻을 수 있는 이윤의 차이 때문인데, 동물성 사료 가격은 곡물 사료의 3분의 1밖에 되지 않고, 도축업자들에게도 매년 수십억 달러의 이득을 준다.

경쟁은 기업들로 하여금 정부에 대한 합법적 ‘로비’와 불법적 ‘뇌물’ 제공을 하게 만들고, “자본가들의 집행위원회”(칼 마르크스)인 국가와 정부는 기업들의 이윤을 보호하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영국 정부는 광우병이 발생했을 때 축산 기업들의 이윤을 위해 ‘인체에 해가 없다’는 거짓말을 10년 동안이나 해댔다. 광우병 파동이 정점에 올랐을 때조차 동물성 사료 생산을 멈추지 않았고, 오히려 한국 등 다른 나라에 수출하기까지 했다. 기업에 이윤을 안겨주기 위해 평범한 사람들의 건강과 생명을 제물로 삼은 것이다.

기업과 국가의 이런 융합은 인적 구성에도 반영된다. 축산·식품 기업 출신들이 행정부 고위 관료로 임명되고, 퇴직 후에 다시 관련 기업으로 돌아가는 일이 다반사다. 미국 농무부 차관보로 광우병 쇠고기 수출에 앞장서고 있는 책 램버트는 15년 동안 미 육우협회에서 활동했고, 통상정책·협상자문위원회 위원인 위스 윌리 역시 미국육우협회 회장 출신이다.

국제기구도 별반 다르지 않다. 2003년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한 후 국제수역사무국(OIE)의 광우병 발생국가 분류는 5단계에서 갑자기 3단계로 축소됐다. 덕분에 미국은 ‘광우병 위험 통제국’ 지위를 받을 수 있었다. 광우병과 관련된 기준을 정하는 OIE 산하 육상동물위생규약위원회의 위원장은 바로 미국 농무부 소속 공무원인 알렉스 티에르만이다.

많은 사람들이 로컬 푸드(자기 지역에서 생산된 안전한 먹거리) 운동이나 슬로 푸드(패스트푸드와 다른 전통적이고 다양한 식생활) 운동 같은 대안을 찾는다. 이것들은 자본주의에서 충족될 수 없는 안전한 먹을거리에 대한 열망의 표출이고, 자본주의가 만들어내는 쓰레기 음식들에 대한 거부감의 표현이다. 특히 대안에 대한 적극적인 모색이라는 측면에서 공감할 점이 많다.

그러나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보통 사람들에게 ‘천천히 직접 요리를 해서 안전하게 먹자’는 것이 설득력 있게 들리기는 힘들다. 어디서 어느 규모로 생산되든, 이윤보다 안전을 우선으로 평범한 사람들이 충분히 먹을 수 있게 생산하도록 강제하는 것이 필요하다.

따라서 값 싸고 질 좋으며 안전한 식품을 위해서는 자본주의의 이윤 논리에 정면으로 맞서야 한다. 우리에게 위험천만한 먹을거리를 강요하는 정부와 기업들에 맞선 투쟁이 필요하다. 프랑스에서 조제 보베를 비롯한 많은 환경단체들은 오랜 기간의 투쟁을 통해 올해 정부가 GMO 재배 금지 결정을 내리게끔 했다.

궁극적으로는 소수의 기업과 국가 관료들이 갖고 있는 식품에 대한 결정 권한을 평범한 사람들이 가져야 한다. 그래서 식품 생산에 영향을 미치는 이윤 논리가 배제될 때 안전한 식품 섭취가 가능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