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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대운하:
“환경 파괴도 문제지만 경제성도 없습니다”

[편집자 주] 이명박 정부는 최근 국토해양부의 ‘국책사업지원단’을 부활시키는 등 대운하 건설을 밀어붙이려 하고 있다. ‘한반도 대운하를 반대하는 전국교수모임’에 참여해 대운하 계획의 문제점을 꾸준히 지적해 온 수원대학교 환경공학과 이상훈 교수를 만나 대운하의 재앙을 들었다.

“우리가 어떤 사업을 평가할 때 환경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것만으로 비판하기는 어려운 듯해요. 그래서 저처럼 환경 문제를 따지는 사람들도 ‘경제성은 있는데 환경 문제가 있다’ 이렇게 하는데 대운하는 경제성 자체에 문제가 있어요. 제가 대운하에 반대하는 제일 큰 이유는 이처럼 경제성조차 없기 때문입니다.

경제성이 없는 이유는 무엇보다 운하로 운반할 물류량이 없기 때문입니다. 물류량이 얼마 안 된다면 토사를 파는 데 얼마 들고 다리를 고치는 데 얼마가 들고 이런 것은 사실 별로 의미가 없는 것이죠.

최근 정부도 경제적 이익의 20퍼센트 정도만 물류 수송으로 얻는 것이고 나머지는 관광이나 지역개발로 이익을 얻겠다고 말을 바꿨습니다.

어느 경제학자가 실제로 운하를 통해 운반될 물건은 모래하고 쓰레기밖에 없다고 한 것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오늘도 양수리에 있는 오래된 중국 음식점 주인과 통화를 했는데 팔당만 하더라도 겨울에 한 달은 얼어 있다고 합니다. 고여 있는 상태니까 더 잘 얼죠. 그러니 겨울에는 최소한 한 달 이상 배가 다닐 수 없습니다.

제가 홍수 위험이 있다고 비판하니까 〈문화일보〉, 〈조선일보〉에서 홍수와 태풍 위험이 있는 동안에는 물을 뺄 수 있도록 하면 된다고 합니다. 그런데 물을 빼 놓으면 바지선[밑바닥이 평평한 화물선]은 다닐 수가 없습니다. 물을 채워두면 홍수 위험이 있고 물을 자주 빼면 배가 다닐 수 없는 그런 문제가 있다는 겁니다.〈그림1〉 그러니 누가 여름에는 비오면 못 가고 겨울에는 얼어서 못 가는 운하로 운송을 하려 하겠습니까?

물론 홍수를 피하고 물을 뺄 필요도 없게 만들 수 있습니다. 둑을 아주 높이거나 강바닥을 깊이 파면 되겠죠.

그러나 그 어마어마한 비용은 차치하고라도 이런 방법에도 큰 문제가 있습니다. 먼저 둑을 그렇게 높이면 강과 연결된 지류들의 수위도 크게 높아집니다. 따라서 지류에도 높은 둑을 쌓아야 합니다. 게다가 한 3미터만 높아져도 지류로 흘러드는 하수는 막힙니다. 더 높아지면 역류합니다. 따라서 이쪽으로 하수구가 나 있는 집들은 전부 떠나야 할 겁니다.

반대로 바닥을 깊이 파서 수위가 낮아지면 주변의 지하수의 수위도 낮아집니다. 그러면 현재 지하수 취수용으로 파 놓은 구멍에서는 물이 안 나오게 될 겁니다.〈그림2〉

아주 오랜 시간에 걸쳐 만들어진 강과 그 주변 환경을 하루아침에 둑을 쌓거나 바닥을 파내 바꾸려고 하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생기는 것입니다.

“고인 물은 썩는다”

추진 측은 독일 운하를 벤치마킹했다고 하는데 라인강과 한강은 큰 차이가 있습니다. 한강 단면을 놓고 생각하면 1초에 약 1백 톤의 물이 흘러갑니다. 그런데 이건 충주댐과 소양강댐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겁니다. 여름에 많이 온 물을 담아 뒀다가 흘려보내는 거죠. 만약 이게 없으면 한강의 대부분에서 평상시에 그 깊이는 50센티미터도 안 될 겁니다. 여름에 물이 많아지고 평소에는 적다는 것입니다. 여름에 잠수교가 잠겼다가도 24시간 안에 다시 마르는 걸 보면 알 수가 있죠.

그런데 라인 강은 같은 시간 동안에 한강보다 20배나 많은 물이 흘러갑니다. 비가 고르게 오기도 하고 한강과는 달리 강의 길이가 대단히 길고 그 지류가 유럽 곳곳에서 흘러들기 때문에 많은 물이 일정하게 흐른다는 거죠. 그러니까 갑문이 없어도 어느 정도 수위를 유지할 수 있어서 운하가 가능한 겁니다.

그러나 지금 한국에서 만들겠다고 하는 대운하는 한강과 낙동강 전체를 수많은 저수지가 연결된 형태로 바꾸겠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물이 고여 있으면 수질이 나빠지는 것은 당연합니다.

대운하에 반대하시는 분들이 제시하는 대안에 대해서도 얘기할 것이 있습니다. 먼저 국민투표를 제안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이것은 좋은 방법이 아닙니다. 이것은 과학적 검증이 필요한 것이지 투표로 하자 말자 정하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또 학자들이 모여서 검증위원회를 만들자고 하는데 이것도 별로 좋지 않습니다. 예전에 새만금 간척 사업 때도 환경 단체가 추천한 학자 10명과 정부 측 10명이 모여서 1년 동안 열심히 연구했는데 결론을 못 내렸습니다. 서로 전혀 입장이 바뀌지 않은 거죠.

그래서 저는 일단 정부의 구체적 계획이 나오고 공개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나서 그 계획을 놓고 6개월이든 얼마 동안이든 평가를 해 봐야지요. 이것은 세민환경연구소 홍욱희 소장의 의견인데 제가 보기에도 가장 합리적인 것 같습니다.

사실 우리 세대만 해도 이명박 대통령식 논리가 통했습니다. 일단 성장하고 나면 행복해 질 것이다. 그러니 경제 성장을 하자.

그런데 이제는 안 통합니다. 요즘 젊은이들, 학생들은 ‘왜 지금부터 행복해지는 길을 찾으면 안 될까?’ 하고 생각하는 것이죠. 왜 서로 경쟁하고 맨날 공부만 하고 이런 식으로 살아야 하냐는 것입니다.

사실 이런 젊은이들, 서민들의 생각이 더 옳은 것일지도 모릅니다. 이제는 우리도 이명박 대통령처럼 ‘4만 불로 가자’고 할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행복해지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