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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스 캘리니코스 논평:
유럽은 우경화하고 있는가?

지금 많은 영국 좌파들은 우울하다. 그들은 [우익이 승리한] 이탈리아 총선 결과와 옛 파시스트가 로마 시장이 되는 것을 봤고, 영국에서 보수당이 약진하는 것도 봤다. 그리고 그들은 반동의 물결이 유럽을 휩쓸고 있다고 결론지었다.

추악하고 끔찍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정부와 북부동맹[이탈리아의 파시스트 조직]의 동료들이 시작한 이주자 탄압은 좌파가 실패했을 때 어떤 일이 발생할지를 생생하게 보여 주는 사례다.

그러나 파시즘이 유럽을 석권하기 일보직전이라거나, 또는 심지어 유럽이 오른쪽으로 급선회하고 있다는 주장은 현실과 다르다. 과거 무솔리니와 히틀러는 주로 두 가지 조건 덕분에 권력을 잡을 수 있었다.

첫째, 당시에 좌파와 노동계급 운동은 처참한 패배를 겪었다. 둘째, 자본가 계급은 매우 심각한 경제·사회적 위기에 봉착했고 이윤을 회복하기 위해 모든 노동자 조직을 파괴해야 했다.

그러나 오늘날 유럽에서는 이러한 조건들이 존재하지 않는다. 물론 신용 경색과 물가 앙등이 결합되면서 상당히 심각한 전 세계적 경제 불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경제 불황은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 유럽 경제의 원동력인 독일 경제는 2008년 1사분기에 12년 만에 가장 빠른 성장률을 기록했다. 독일에서 실업자는 2005년 3월 5백만 명에서 현재 3백만 명으로 줄어들었다.

정치 영역의 경우 유럽에서는 1990년대 말 신자유주의[민영화 등을 신봉하는 시장 만능주의 사상과 정책]에 반대하는 대규모 저항이 일어났다. 그 덕분에 1996년 이탈리아, 1997년 영국과 프랑스, 1998년 독일에서 중도좌파 정부가 집권했다.

그러나 이 정부들은 ‘사회적 자유주의 정부’였다. 다시 말해서 그들은 조직 노동계급에 기반하면서도 신자유주의 정책을 추진했다.

그래서 중도좌파의 전통적 지지자들[노동자들]이 반발했고,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중도좌파 정부들은 선거에서 표를 잃었다.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중도좌파 정부는 권좌에서 밀려났고, 독일에서는 우익과 연립 정부를 꾸려야 했고, 영국 노동당은 계속 표를 잃고 있다.

그러나 동일한 과정의 일부로서 사회적 자유주의에 대안을 제시하기 위해 급진좌파가 나타났다. 그 중에는 이탈리아의 재건공산당이 있는데, 재건공산당은 1998년 로마노 프로디의 중도좌파 정부를 무너뜨린 바 있다.

그러나 아쉽게도 재건공산당은 애초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재건공산당은 2006년 프로디의 두 번째 연립 정부에 입각했고, 아프가니스탄에 이탈리아 군대를 파병하는 데 찬성표를 던졌다. 혼란에 빠진 프로디 정부가 올해 초 붕괴하면서 베를루스코니와 우익들이 정권을 다시 잡을 수 있었다.

영국을 포함해 다른 일부 유럽 국가의 급진좌파도 후퇴를 겪었다. 영국에서 리스펙트와 스코틀랜드사회당은 분열과 함께 선거에서 일시적으로 지지율이 하락했다.

그러나 반대의 경험을 한 유럽 국가들도 있다. 독일에서는 주류 중도좌파 정당인 사민당(SPD)이 분열하면서 디 링케[‘좌파’]가 등장했다. 디 링케는 50명의 연방 의회 의원을 보유하고 있을 뿐 아니라 주 의회 선거에서도 약진했다.

많은 좌파는 프랑스에서 니콜라 사르코지가 당선하자 프랑스에서 새로운 반동의 시대가 열렸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현재 사르코지는 지지율 급락[현재 30퍼센트 중반]과 정부 내 분열로 고군분투하고 있다. 사르코지는 점점 그의 전임자인 자크 시라크를 닮아가고 있다.

혁명적공산주의동맹(LCR)의 올리비에 브장스노는 지난해 대선에서 4퍼센트 이상을 득표하면서 사르코지에 맞서 싸우고 싶은 사람들의 대변자로 떠올랐다. 중도좌파인 프랑스 사회당은 브장스노와 LCR의 새로운 반자본주의 정당 창당 계획에서 무엇을 배우고, 그것에 어떻게 맞서 싸울지를 연구하는 팀을 만들었다.

그리스에서 카라만리스 우익 정부는 대규모 노동자 운동의 반란에 직면해 있다. 이런 분위기에서 좌파 연합인 시나스피스모스의 지지율이 치솟고 있다.

물론 어느 누구도 자기만족에 빠질 여유는 없다. 앞으로 경제 위기가 본격화하면 유럽 지배계급은 더 극단적 해결책을 추구할 수 있다. 이탈리아의 재앙은 급진좌파가 독립성을 포기하고 사회적 자유주의에 투항할 때 어떤 일이 발생할지를 잘 보여 줬다.

알렉스 캘리니코스는 런던대학교 킹스칼리지 교수이고, 영국 사회주의노동자당 중앙위원이다. 국내 번역된 주요 저서로는 《칼 맑스의 혁명적 사상》(책갈피)과 《미국의 세계 제패 전략》(책갈피)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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