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감호제도 폐지돼야

이상희 -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회원

[편집자 주] 이 글은 필자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의 ‘악법개폐, 개혁입법 심포지엄’에서 발표한 글을 정리한 것이다.

 

2002년 11월 초 청송감호소에서 수백 명의 피보호감호자들이 단식농성을 했다. 그들은 사회보호감호제도 폐지, 근로보상금 인상, 가출소 확대를 주장했다. 이와 같은 집단 단식농성은, 이미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조사 결과에서 드러났듯이, 1984년과 그 후에도 몇 차례 발생했다.

피보호감호자들이 감호소 내에서 할 수 있는 최후의 저항수단인 집단 단식을 통해 주장하고자 한 것은 바로 사회보호감호제도의 폐지였다. 그러나 그들의 주장은 감호소 내에서는 무력으로 억압됐고, 감호소 밖에서는 무관심으로 논의의 대상조차 되지 못했다. 보호감호제도의 폐지가 단지 피보호감호자들의 이기적인, 무의미한 주장에 불과한 것일까?

 

보호감호처분제도의 의의와 본질적 한계

보호감호처분제도란 한마디로 상습범에 대하여 형벌 집행 후, 사회를 보호하고 재사회화 교육을 위해 일정 기간 사회로부터 격리하는 것을 의미한다(보호감호처분의 요건은 사회보호법에서 자세히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보호감호제도가 언제 생겨났을까? 역사적으로, 근대 시민사회에서 상습적인 재산범죄가 사회 문제로 등장하자 이에 대한 국가의 억압 수단으로 사회방위와 교정 이데올로기를 명분으로 내건 보호감호제도가 고안되었다. 보안처분을 처음 도입하여 종래의 형벌 체계를 보완하는 것이 1893년 스위스 형법 예비초안이었으나 이를 최초로 실정법화한 나라는 영국이다. 그런데 영국에서 보안처분제도를 운영해 본 결과, 보안처분 선고를 받은 사람의 대다수가 사회적으로 위험이 큰 성폭력범이나 성범죄인 등이 아니라 사회부적응자이거나 무기력하고 무능력한 자들이었다. 이들은 소액의 절도, 사기 등 경범죄를 반복적으로 행하는 불량자들이었고, 사회적으로 위험성이 큰 범죄인들에 대해서는 통상 장기간의 자유형(보안처분이 아닌 형벌)에 의해 격리되고 있었다. 결국 1967년 보안처분제도를 폐지하고 상습범에 대해서는 형을 가중하고 탄력적인 가석방 제도를 채택했다.

보호감호제도를 채택하고 있는 스위스, 독일의 경우도 보호감호의 집행 현실이 영국과 비슷하여 본래는 사회방위를 목적으로 했으나 실제 보호감호자의 대다수는 절도, 사기 등 사소한 범죄나 수동적으로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자이거나 반드시 위험성이 강하다고 볼 수 없는 소수의 폭력 또는 풍속범들이라고 한다.

우리 나라의 경우, 보호감호처분을 받아 청송 보호감호소에 있는 감호자 3백81명을 조사한 결과 학력은 무학자 또는 초등학교 졸업이 41.2퍼센트, 중학교 졸업이 35.1퍼센트로 대부분 중학교 졸업 이하였고, 입소 전 직업으로는 생산근로자, 판매직, 서비스직, 미취업 등의 순으로 대부분 불안정한 직종에 종사했으며, 입소 전 생활수준이 대부분 열악했다. 그리고 범죄 유형을 살펴보면 절도가 70퍼센트 이상으로 가장 많았는데, 그 원인으로 생계유지와 순간적 충동이 약 68퍼센트를 차지했다.

보호감호제도는 빈부격차 해소, 비민주적인 정치 체계 개선 등 사회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를 사회로부터 소외받은 개인에게 전부 떠넘기고 권력 유지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보호감호제도의 위헌성

보호감호제도는 역사적으로 이런 한계를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우리 나라에서 도입할 때도 태생적으로 많은 한계를 가지고 있었다.

보호감호제도는 사회보호법에서 규정하고 있는데, 사회보호법은 당초 전두환이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만든 소위 사회정화프로그램 중 일환인 삼청교육대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하여 헌법상 입법기관도 아닌 국가보위입법회의가 제정한 것이었다. 이와같이 보호감호제도가 당초 국가권력의 정치적 목적을 위하여 억압 수단으로 마련된 것이었기에 보호감호자에 대한 처분 역시 재사회화에 역점을 둔 것이 아니라 일반 수형자에 대한 처우와 마찬가지로 격리 위주였고, 피보호감호자를 신체적·정신적으로 억압하며 국민들에게 범죄에 대한 과도한 증오심을 심어주는 기능을 했다.

조지 허버트 미드는 어떤 정치 지도자가 국민 모두가 혐오할 만한 공동의 적을 설정해 놓고 국민 개개인의 증오 본능을 그 쪽으로 유도하면서 자신을 그 전쟁의 선봉에 세워 놓으면 그는 분명 국민의 지지를 받는 정치인이 될 수 있다고 했는데, 전두환은 그의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고자 보호감호제도를 신설했던 것이다.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는 1984년 10월 13일 청송 보호감호소에서 재소자의 인권이 무시되는 열악한 상황 속에서 보호감호 철폐, 교도관의 폭행 근절, 재소자 처우 개선 등을 주장하다가 교도관들에게 가혹행위를 당하고 사망한 박영두 사건에서 “권위주의적 통치에 항거하고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회복, 신장시킨 활동”으로 평가하고 민주화 운동에 해당한다고 결정했다.

사회보호법이 제정된 지 10년이 훨씬 지났고, 사회보호법이 제정된 시기와 지금은 많이 다르지 않느냐고 반박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특정 법률이 어떠한 과정을 거쳐 입법화되었는가와 제정된 법률이 어떻게 실현되고 어떠한 기능을 하는가는 별개의 현상이 아니라 모두 동일한 국가권력이 표현하는 연속적인 국면이라는 점에서, 현재 사회보호법에 규정되어 있는 보호감호제도는 존재 의의와 기능 면에서 위헌이다. 헌법 제12조 제1항은 ‘국민은 신체의 자유를 가진다. 누구든지 법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체포, 구속, 압수, 수색 또는 심문을 받지 아니하며, 법률과 적법한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처벌, 보안처분 또는 강제노역을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여기서 말하는 법률이란 정당하게 제정되고, 정당한 내용을 가진 것이어야 한다. 그러나, 보호감호제도가 규정된 사회보호법은 정당하게 제정되었다고 할 수 없다.

그리고 헌법 제13조 제1항 후단에서 이중처벌금지의 원칙(동일한 범죄에 대하여 거듭 처벌하지 아니한다는 원칙)을 규정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이미 형벌과 보호감호처분은 성질과 목적이 다르기 때문에 이를 동시에 발동해도 이중처벌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판시했다. 법형식 논리적으로 형벌과 보호감호처분이 다를 수도 있겠으나, 이중처벌금지의 원칙은 역사적으로 신체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하여 동일한 범죄에 대하여 거듭 처벌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천명한 원칙이다. 따라서 실질적으로 이중 처벌의 결과를 가지고 온다면 이중처벌금지의 원칙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사회보호법은 피보호감호자의 처우에 행형법(형법 집행을 받는 수형자의 처우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고 있는 법률)을 준용하도록 하고 있고, 실제 피보호감호자를 5단계로 구분하여 급수에 따라 접견, 서신수발, 급여와 부식, 일반교육, 사회견학 등을 다르게 제한하고 있으며, 징벌과 급여, 위생, 의료 모두 수형자와 동일하게 처우하고 있다. 그리고 이번 단식농성의 원인이 된 노동의 대가 역시, 행형법의 규정에 따라 노동의 대가인 ‘임금’이 아니라 ‘작업상여금’을 지급하고 있으며, 하루 1천5백원의 범위에서 행장 및 작업의 경중에 따라 지급하고 있다. 2002년 10월 현재 국가인권위원회에 접수된 구금시설 관련 진정이 가장 많은 곳이 청송감호소라고 한다. 이처럼 보호감호 내에서의 인권 침해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으며, 처우 환경이 일반 교도소보다 더 열악함에도 불구하고, 피보호감호자에 대한 처우가 형벌이 아니라고 하는 것은 전통적인 보호감호제도의 도그마에 빠진 허구라 할 수 있다. 그러므로, 현재 운용되고 있는 보호감호제도는 이중처벌금지의 원칙에도 위배된다.

 

보호감호제도 폐지해야

재소자, 감호자들의 처우 개선에 대해 이야기를 할 때마다 나오는 반박 논리는 피해자 보호론이다. 재소자, 감호자들을 장기간 구금 시설에 방치한다고 해서, 그들에게 가혹한 처벌을 가한다고 해서 범죄율이 떨어질 것이라고 믿는다면, 전과자들의 재범률이 높은 것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이들의 논리대로라면, 사회보호를 위하여 상습범들이 더 이상 사회에서 살아갈 수 없도록 자아를 완전히 해체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일지도 모른다. 영화 ‘쇼생크 탈출’의 모건 프리만처럼. 그러나 이들은 범죄가 빈부격차, 비민주적 정치 체제 등 사회적 요인 때문에도 발생한다는 점을 은폐하기 위한 정치권의 주장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고 있다는 것을 모르고 있다.

정치적 억압을 위해 탄생했고, 헌법에 위배되면서까지 그 존재 목적을 충실히 이행하는 현행 사회보호법상의 보호감호제도는 폐지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