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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연대 파업 현장을 가다 3 ― 인천:
“완전히 틀어막고 진짜 힘을 보여 주자”

지난 일요일과 월요일, 인천항 가까이에 위치한 동인천역 일대는 화물연대 파업을 지지하는 촛불과 함성으로 뒤덮였다.
“유가 인상, 물가 인상 때문에 못 살겠다!”, “이명박은 물러나라!”는 구호에 수많은 시민들이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16일 동인천역에서 진행된 ‘화물노동자 파업 승리를 위한 촛불집회’에는 아이를 데려온 부부, 퇴근길의 젊은이들, 청소년들까지 참여했다. 교복을 입고 참여한 청소년들은 “파업하는 게 마땅하죠”라면서 응원했고, 시내를 거쳐 동부제강·현대제철 앞까지 함께 행진했다.
노동자들은 “사흘 동안 집에도 못 가서 몸이 피곤하지만, 저렇게 박수를 쳐주고 환호하는 시민들을 보면 정말 힘이 난다”면서 다들 얼굴이 상기됐다.
자신감에 넘친 한 노동자는 이렇게 말했다. “지금은 3박자가 딱 맞아 떨어지고 있다. 내부 결속력, 물류 마비, 국민적 지지. 지금 같은 호시기가 없다. 이런 기회는 다시 없다. 확실하게 밀어붙여야 한다.”
행진대열 옆에선 화물연대 조끼를 입은 노동자들이 시민들에게 촛불을 나눠주기도 하고, 손 팻말을 나눠주기도 했다. 한 노동자는 〈맞불〉 화물연대 파업 지지 특별호를 시민들에게 나눠주고 있었다. 전날 집회를 마치고 다함께 회원들이 농성장에 남기고 온 것을 손수 가지고 나온 것이다. “우리는 다 봤으니 시민들에게 나눠 주려고 갖고 나왔다”는 그는 집회 시작 때부터 행진이 끝날 때까지 특별호 배포에 너무도 열심이었다.
파업 나흘째. 인천항 일대 화물차 운행률은 10퍼센트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최영식 부지부장에 따르면 첫날 물동량이 95퍼센트 이상 멈췄고, 지금도 90퍼센트 정도가 멈췄다. 그는 “이번 주가 정말 고비다. 평일 물동량을 봉쇄할 수 있다면 더 큰 타격을 입힐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인천항 일대와 동부제강·현대제철 앞에는 일손을 놓은 화물차들이 양 길가를 가득 메우고 있다. 조합원·비조합원 할 것 없이 2천여 명이 파업에 참가하고 있고, 연일 7백~1천여 명의 노동자들이 조를 이뤄 출입구를 막고 파업 동참을 호소하고 있다.
16일 오전에도 인천항 1백주년 기념탑 앞 농성장에는 8백여 명의 노동자들이 모여 들었고, 연안부두 일대를 행진했다. 주말 동안 잠잠했던 화물업체의 일부가 물량 반출을 시도하자 수십 명이 달려가 이를 저지하기도 했다.

“다 긁어내야 한다”

파업에 참가한 노동자들은 절규했다.
“지난달에 부산에 갔다 오니까 기름값만 65만 원~70만 원 정도 되더라. 그런데 운임료로 고작 90만 원 정도를 받았다. 통행료라도 덜 내려고 새벽에 뜬 눈으로 지새우다가 7~8시간을 꾸벅꾸벅 졸면서 왔다. 이게 사람이 할 짓이냐.”
“업주들은 인천항에서 북항까지 가는데 택시요금도 안되는 운임료를 준다. 심부름 값밖에 안 된다. 해도 해도 너무하는 거 아니냐.”
“업체들은 우리끼리 경쟁해서 단가를 낮추게 한다. 가난한 사람들을 서로 적으로 만들고 있다.”
“정유사들은 단기 순이익이 수조 원씩 된다는데, 우리는 치솟는 기름값 때문에 먹고 살 수가 없다. 진짜 목숨이 달린 문제다.”
얘기를 듣고 있던 한 노동자는 모두에게 던지듯 말했다. “그러니까 이 참에 그동안 받았던 설움을 다 긁어내야 한다고!”
이명박 정부에 대한 불만도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내일신문〉 여론조사 결과 이명박 지지율이 7.4퍼센트까지 떨어졌다고 전하자 노동자들은 한결 같이 “그렇게 될 줄 알았다”며 혀를 찼다.
“아니 자기가 아직도 CEO인 줄 아는 건 착각 아닌가? 너무 독선적이고 억압적이다.”
“부자들은 다 세금 깎아 줬다는데 우리 같은 사람들은 어쩌라는 거냐? 법인세 같은 거 걷어서 서민들을 도와야 한다. 물가가 하도 올라서 살 수가 없다”
“내 딸도 촛불집회에 가고 있는데, 정말 촛불집회가 커져야 한다. 전기, 가스 요금까지 다 인상한다는데, 이거 정말 말도 안 된다. 서민들만 죽어난다.”

“그때처럼 해야 한다”

“업무개시 명령은 전쟁 때나 발동하는 거 아닌가? 손해가 커서 차를 세워둘 수밖에 없다는데, 내 차를 그냥 멈추겠다는데 뭐가 잘못됐단 말인가?”
한 노동자는 격분해서 말했다. “업무개시 명령은 불난데 기름을 붓는 격이다. 그렇게 되면 가만 놔두지 않을 거다. 진짜 본때를 보여 줄 거다”
내년 7월에서야 표준요율제를 도입하겠다는 정부 안에 대해서도 비판이 이어졌다.
“나는 그런 약속 안 믿는다. 2003년에도 약속했지만 지켜지지 않았다. 뭔가 강제할 수 있는 게 없지 않냐?”
“매번 약속은 했어도 번번이 지켜지질 않았다. 그러니까 파업하면 뭐하냐면서 노조를 믿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이번에 다시 사람들이 이렇게 모여 자발적으로 파업에 참여하고 있는데, 또 다시 얼버무리고 끝내면 안 된다. 확실하게 밀어붙여야 한다”
현재 파업 참가율이 매우 높고 파업의 효과가 커서 노동자들의 사기는 아주 충만하다. 이런 자신감을 이어가면서 더욱 과단성 있는 방식으로 나아갈 필요가 있다. 조금씩 시작되는 정부의 공격 시도에 맞서 실질적인 봉쇄 효과를 이어가야 한다. 몇몇 노동자들도 이런 필요성을 느끼고 있었다.
“나는 2003년에 조합원은 아니었지만, 당시에 항만봉쇄와 점거는 정말 대단했다. 사람들에게 ‘한다면 하는구나’ 하는 인식을 분명하게 심어줬다. 그때처럼 해야 한다.”
“정부가 만약에 우리를 또 우롱하면 완전히 틀어막고 진짜 힘을 보여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