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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은 어둠의 자식이다

촛불에 밀려 두 번이나 고개를 숙이며 “뼈저린 반성”을 말하던 이명박이 며칠도 안 돼 폭력적 본색을 드러내는 데 그의 정치적 친구들한테서 받는 압력이 한몫했다.

경총 회장 이수영은 “법과 원칙이 제대로 지켜지고 있는지 의문”이라며 불만을 쏟아냈고, 〈조선일보〉는 “경제계에서 들끓는 분노의 수위가 이만저만한 수준이 아니[며] … 청와대와 집권당이 성토 대상”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백악관 대변인도 “우리는 과연 한국 정부가 이 문제[미국산 쇠고기 수입]를 진전시켜 나갈 수 있을지 지켜볼 것”이라고 경고했다. “‘부시 애완견’이던 토니 블레어를 대체할 강력한 경쟁자”(〈워싱턴포스트〉) 이명박에게 이것은 큰 압력이었다.

“청와대만 지키는 정권”((조선일보〉 6월 27일치)이라는 조중동의 원망도 뼈저렸던 듯하다. 문화부장관 유인촌은 그날 바로 조선일보사를 사과 방문했고, 그날 밤부터 ‘명박산성’의 방어선은 조중동 건물로 확대됐다.

재벌·강부자·조중동은 이명박이 여기서 더 밀리면 정권을 유지하거나 대운하, 의료·공공서비스 민영화, 교육 시장화, 한미FTA 등을 추진할 수 없을 거라고 봤다. 나아가 노동계급과 피억압 민중의 사기가 올라가 자신들의 기득권이 위협받는 어떤 격변이 일어날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휩싸였다.

6월 30일에 〈오마이뉴스〉와 인터뷰한 한나라당 핵심 관계자도 “또다시 유화책으로 돌아설 경우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돌아간다”며 “이쪽(정권)이나 저쪽(시위대) 중 하나는 끝장을 봐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촛불 항쟁의 성패에 걸린 이런 어마어마한 판돈 때문에 지금 이명박은 미친 듯이 반동적 폭력에 매달리고 있다.

국민들은 촛불이 꺼지길 바란다?

이명박 정부는 ‘촛불이 이제는 소수 전문시위꾼들의 폭력 시위’로 변질됐다고 했다. 한나라당 의원 김효재는 “시청 앞에 나와 있는 사람들은 대한민국 전체의 0.005퍼센트에 불과”하다고 했다.

‘이명박 지지율이 올라’갔고, 과반수가 ‘촛불집회 중단을 원한다’는 여론조사 결과들이 이것을 뒷받침한다고 한다. 그러나 이것들은 공신력 있는 여론조사 기관이 아닌 친이명박 찌라시 〈중앙일보〉나 한나라당 산하 여의도연구소에서 조사한 것이다.

반면 얼마 전 MBC 조사에서 ‘30개월 미만 쇠고기 수입의 미국 정부 보증에 만족한다’는 응답은 8.9퍼센트에 그쳤다. 〈한겨레〉가 동서리서치에 의뢰해 조사한 결과 ‘추가협상 이후에도 불안감이 해소되지 않았다’가 65.5퍼센트, ‘재협상을 해야 한다’는 74.2퍼센트였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현직 언론인과 언론학자 3백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72퍼센트가 ‘촛불집회에 공감’했다.

심지어 〈조선일보〉가 한국갤럽에 의뢰해 조사한 결과에서도 추가협상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59퍼센트였고, 이명박 지지율은 제자리였다. 촛불의 불씨가 사그라지고 있다는 것은 순전히 저들의 착각이거나 희망 사항이었던 것이다.

선출된 정권을 그만두라는 것은 심하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불과 6개월 전에 정상적인 선거로 선택한 정권”인데 “‘청와대로 가자’ 이런 것은 심하다”고 했다. 전 대통령 김영삼도 “대통령의 5년 임기는 헌법에 의해 보장돼 있는데, ‘그만두라’는 게 말이 되냐”며 “완전히 버릇을 고쳐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이명박은 6개월 전에 BBK 사기극을 ‘떡값 검찰’이 덮어 주면서 총 유권자 중 고작 30퍼센트의 표를 얻어 대통령이 됐다. 당시는 노무현 5년 배신에 대한 실망과 분노가 하도 커서 ‘한나라당에서 개를 내보내도 당선할 것’ 같다던 분위기였다.

당시 이명박을 지지한 사람들은 온갖 부패와 추문에도 불구하고 ‘747과 경제 살리기’ 공약을 보고 찍어 준 것이다. 그러나 이제 이명박의 ‘747’은 사기극으로 드러났고 이명박은 놀라운 속도로 서민경제 말살과 민주주의 파괴를 추진하고 있다.

물가 폭등을 부채질하며 “버스 기본요금이 70원인가?”(한나라당 정몽준) 하는 반(反)서민적 정권에게 기대할 것은 아무것도 없다. 이 정부는 한미FTA, 재벌 감세, 부동산 투기 조장책을 ‘민생 정책’이라고 할 만큼 뻔뻔스럽다. 한나라당이 단독 개원까지 불사하며 처리하려는 ‘민생대책’은 이런 것들이다.

따라서 불과 4개월 만에 자신을 뽑아 준 국민의 생명을 내팽개치고, 군홧발로 짓밟으며 역사를 거꾸로 돌리려는 정부에게 ‘그만두라’고 요구하며 행진하는 것은 정당하다.

촛불의 빛으로 폭력 정권과 맞서자

이 투쟁에 걸린 커다란 판돈 때문에 7월 5일 촛불대행진 이후에도 이명박은 쉽게 물러서지 않으려 할 것이다. 권력의 정당성을 잃은 이명박은 7월 5일 이후로도 검찰과 경찰의 폭력에만 의존하려 할 것이다. 검찰총장 임채진은 “불법 폭력 촛불시위에 종지부를 찍겠다”고 했다.

〈오마이뉴스〉의 지적처럼 이런 폭력적 반격이 “실패하면 이명박 정부는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이다.

물론 폭력 탄압 일변도로 돌아섰어도 촛불의 기세는 쉽게 꺾이지 않고 있다.

그래서 여당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나라당 새 대표로 유력한 박희태는 “설명할 시간을 충분히 갖겠다고 해놓고 왜 갑자기 고시를 게재했는지 잘 모르겠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특히 6월 30일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이 집전한 시국미사는 군홧발에 짓밟히던 촛불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는 구원투수가 됐다.

그러자 문화부장관 유인촌은 “정부 대변인 자격으로 정식으로 [국민대책회의에] 직접 대화를 제안”했다. 이에 반대해 극우익 조갑제는 “반격 작전에 정부 대변인이 찬물을 끼얹었다”며 발을 굴렀다. 물론 유인촌의 대화 제의는 또 다른 꼼수와 사기극을 예고하는 것이다.

7월 5일 이후에도 촛불은 계속될 것이다. 그러나 정부와 보수 세력도 촛불 끄기 공세를 계속 시도할 것이다. 이때, ‘제도권 내에서 해결돼야 하고 헌정 질서를 존중해야 한다’며 주춤거리다가 이명박에게 반격의 기회를 줬던 6월 10일 이후의 오류가 반복돼선 안 된다.

물론 박명림 교수가 말하듯 이명박은 이미 “‘정치·정책적 탄핵’ 상태에 놓여”있고 이명박의 “대선 핵심공약은 ‘모두’ 철회·중단·악화·역전되었다.” 그럼에도 촛불은 아직 구체적 요구를 성취하지는 못했다.

따라서 우리는 이명박의 미친 정책들을 일시 중단시키고 재벌·강부자들에게 두려움을 안겨 준 진정한 힘인 아래로부터 투쟁을 계속 중심에 둬야 한다. 또한, 단지 쇠고기 문제만이 아니라 미친 정책들의 인격적 화신인 이명박 정부 자체를 반대한다는 정치적 목표를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결정적으로, 조직 노동자들이 파업으로 이명박 정부의 기반인 재벌들의 이윤에 타격을 준다면 촛불은 승기를 잡을 수 있다. 그러나 노조 지도자들의 소심함과 노동조합의 노동조합주의적 약점들 때문에 이런 기대는 아직 채워지지 않고 있다. 산업현장 활동가들은 촛불의 역동성을 현장 노동자들 속으로 확대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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