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26일에 개봉한 영화 〈크로싱〉은 기아와 병마에 시달리다 못해 탈북을 선택한 북한의 한 가족이 겪는 비극을 다룬 작품이다.

주인공 용수는 함경도에 사는 가난한 탄광 노동자다. 어느 날 용수의 아내는 영양실조와 결핵으로 쓰러진다. 용수는 치료약을 구하기는커녕 비어 있는 쌀독을 보며 절망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그는 목숨을 걸고 두만강을 건넌다. 그러다가 “인터뷰만 하면 큰돈을 준다”는 브로커의 거짓말에 속아 의도치 않게 남한으로 오게 된다.

그 와중에 아내는 변변한 치료도 못 받고 숨을 거둔다. 혼자 남은 아들 준이는 길바닥에 떨어진 국수를 주워 먹는 꽃제비들과 함께 중국으로 향하다 붙잡혀, 끔찍한 수용소에 갇힌다. 그리고 온갖 고생을 하다, 결국 아버지를 만나러 가던 고비 사막에서 비참하게 생을 마감하고 만다.

이처럼, 〈크로싱〉은 기아와 질병, 국경 통제와 정치 억압 등 북한 민중의 고난을 매우 직설적으로 고발하고 있다. 탈북자 수백 명을 인터뷰해 만든 이 영화를 보는 내내 관객들은 탈북자들의 가슴 아픈 사연에 눈물을 참을 수 없다.

따라서 이 영화가 보여 주는 북한 민중의 실상에서 우리는 북한이 자유롭고 평등한 사회주의 사회가 아니라 노동자 대중이 극소수의 관료들에게 억압받고 착취당하는 계급사회임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조선일보〉를 비롯한 보수 언론들은 〈크로싱〉을 반공 홍보 영화쯤으로 포장하고 싶은 듯하다. 박근혜나 미국 국회의원들이 시사회에 참석해 눈물을 흘리면, 이를 대서특필하는 식이다. 아예 이 영화의 개봉을 ‘촛불을 꺼뜨리는 계기로 삼자’는 황당한 주장도 나왔다. 이 때문에 〈크로싱〉의 김태균 감독은 언론과 인터뷰에서 자신의 영화는 반공영화가 아니라고 적극 해명해야 했다.

꽃제비

북한 인권에 지대한 관심을 보이는 척하지만, 사실 그동안 ‘대북 퍼주기’를 비난하며 북한의 식량난을 외면한 자들이 바로 조중동과 한나라당이었다. 지금도 〈조선일보〉는 옥수수 5만 톤의 생색내기 지원을 하려는 이명박에게 북한 식량지원은 그리 급한 일이 아니라고 충고한다. “대한민국을 사랑하고 김정일에 분노하[는 많은 사람들은 이 영화를 봐야 한다]”고 설레발을 친 극우익 조갑제는 “우리 국군이 평양의 주석궁에 탱크를 진주시켜[야 한다]”는 극악한 주장을 펼쳐 온 전쟁광이다.

그리고 〈크로싱〉의 비극은 남한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완전히 낯선 모습만은 아니다. 남한도 빈부격차의 확대로 절대적인 빈곤 상태에 떨어진 서민들이 급격하게 늘었다. 2004년 12월 대구에서 한 아이가 장롱에서 굶어 죽은 채 발견된 사건은 남한에도 여전히 빈곤으로 굶어 죽는 아이가 있음을 비극적으로 보여 줬다.

북한에 민중을 억압하는 보위부가 있다면, 남한에는 지금 이 순간 촛불을 끄려고 날뛰고 있는 공안검찰과 폭력 경찰이 있다. 그리고 남한에 사는 이주노동자에게 북한과 중국 당국의 탈북자 인간 사냥과 감금·강제 송환은 결코 남의 얘기가 아닐 것이다.

따라서 〈크로싱〉에서 우리가 얻어야 할 진정한 메시지는 역겨운 반공주의가 아니라, 남한과 북한의 민중이 휴전선을 가로질러 서로 보듬어 안아 줘야 한다는 연대의 정신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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