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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독자편지:
전경 출신의 친구에게 미안한 마음을 담아

(2001년부터 남대문경찰서 1기동대 9중대에서 복무하고 전역한 내 친구에게 미안한 마음을 담아 쓴 편지입니다. 일종의 투고라고 생각해 주세요.)

‘국민 중 일부’와 전경들의 무력충돌은 더 이상 없었으면 좋겠다. 전·의경 내부에서 운동을 시작할 환경만 조성된다면, 자신들의 적이 ‘국민 중 일부’가 아님을 누군가 각성시켜 준다면, 내무실에서 얻어터져가며 쌓인 분노를 해소할 대상이 ‘국민 중 일부’가 아님을 누군가 인지시켜 준다면, 그런다면 토성 안 쌓아도 될 테고 감정이 격해져 전경과 시민들끼리 치고받는 일 없을 텐데. 어찌됐든 빨리 합의점이 나오면 좋으련만.

왜 훈련소에서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차출된 전·의경들을 ‘경찰’이라고 부르는지 나는 아마 평생 이해 못 할지도 모르겠어. 맨 정신으로 버티는 세상이란 정말 더욱더 지옥 같구나.

‘국민 중 일부’가 깃발 아래 서서 비폭력을 외치는 이유는 방패 뒤 헬맷 속 청년들의 모습 하나하나에서 친구의 얼굴이, 동생의 얼굴이, 형의 얼굴이, 아들의 얼굴이, 조카의 얼굴이 보이기 때문이야. 우리들을 위해, 그리고 언젠가 태어날 우리들의 아들딸들, 손자손녀들을 위해서라고 한다면 너무 거창한 것일까?

착한 ‘국민 중 일부’들은 단지 정부가 국민 대다수의 얘기를 제대로 들어주길 원할 뿐이야. 우리나라의 착한 전·의경들과 싸우려고 집회를 하는 게 아니거든. 강제해산에 맞서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시위대로 변하게 되는 거잖아.

이제 모두 잠시 진정하고 누가 전·의경을 움직이는지, 누가 ‘국민 중 일부’를 향해 돌을 던지라고 명령했는지, 누가 귀대해서 뒤지게 처 맞기 싫으면 시위대 조지라고, 맞지 말고 때리라고 강요했는지부터 차근차근 따지고 넘어가야 할 때인 것 같지 않아?

친구야, 전경 생활 뒷얘긴 네가 나한테 해준 얘기니 네가 더 잘 알 거 아냐. 그런데 넌 왜 아무 말 않고 있는 거니.

역시 ‘국민 중 일부’ 쪽도 처음의 평화적이었던 촛불집회의 초심을 찾아야 할 것 같지 않아? 제발 이제 양쪽 다 다시 이성을 찾아 주면 안 되는 걸까.

그 욕설, 주먹질, 발길질 앞에 정작 하려던 말들은 퇴색하고 묻힌 채 시위대는 변질된 과격분자들이니 폭력 진압 당해도 마땅하단 뒷말 나오면 어떻게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