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읽기 전에 “세계ㆍ한국의 경제 위기: 경제 위기의 터널에서 헤매는 미국 경제”를 읽으시오.

지난 주말 유가가 배럴당 1백45달러를 돌파하면서 곧 배럴당 1백 달러 후반대로 치솟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다.

골드만삭스는 향후 2년 안에 유가 2백 달러 시대가 열릴 것으로 전망했고, 석유수출국기구(OPEC) 의장은 올 여름에 유가가 배럴당 1백70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미국이나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하면 3백 달러 이상으로 치솟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상황이 이렇게 심각해질 것처럼 보이자 그동안 무대책으로 일관해 온 이명박 정부가 7월 6일과 8일 대책을 내놨다.

이에 따라 유가가 1백50달러를 넘으면 관공서 승용차 홀짝제 전국 실시, 대중 목욕탕 등 에너지 다소비 사업장의 격주 휴무제, 골프장·놀이시설·유흥음식점의 야간 영업시간 단축, TV 방영 시간 제한 등의 조처가 도입될 것이다.

그러나 가정과 상업 활동은 전체 에너지 소비의 일부(약 21퍼센트)에 불과하다. 이번 대책은 석유에 대한 과잉 의존 — 기후변화 문제 해결을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문제다 — 과 에너지 절약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정부 대책에는 대부분의 에너지를 소비하는 산업 부문의 에너지 절약 조처가 거의 없다시피 하다. 한국의 부문별 에너지 사용 비율은 산업 56퍼센트, 수송 21퍼센트로 산업 활동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데 말이다.

정부 대책은 냉방 온도 상향 조정 등 산업 노동자들의 인내심을 요구하는 것이다. 반면에 산업체 소유·경영자들에게는 “에너지 절약 시설 투자시 투자세액 공제 혜택 1년 연장 및 세액공제액 15퍼센트 확대(현행 10퍼센트)” 등을 통한 시장 인센티브를 부여한다.

그러나 그런 ‘인센티브’들은 성과를 거둔 적이 없었다. 〈에너지통계연보〉를 보면 1990년부터 전체 제조업 에너지 사용은 1997년 IMF 공황 직후 잠시 감소한 것을 빼면 해마다 평균 4.5퍼센트씩 증가했고, 그 결과 오늘날(2007년 기준) 한국은 유럽연합에 비교해 동일한 가치를 생산할 때 두 배 더 많은 에너지를 사용한다(BP 통계리뷰).

이명박 정부는 어떤 상황이 와도 대기업의 이윤을 건드릴 생각이 전혀 없음을 이로써 다시 한번 증명했다. 이번 대책에 따라 서민들이 허리띠를 더 졸라매 석유 사용량을 줄이더라도 석유 기업들은 남는 분량을 해외로 수출해 추가 이윤을 얻을 것이다.

한 석유 업계 관계자는 “국내 석유 제품 수요가 줄어드는 것은 경영 환경에 플러스 요인 … 내수 유통분을 수출로 돌리면 정유업체로서는 이윤이 더 많이 남는 게 사실”이라고 환영했다.

무엇보다 이번 대책에는 노동자·서민의 고통을 덜어 준다는 관점이 전혀 없다. 그동안 이명박 정부는 유류세 대폭 인하 등 서민의 고통을 줄이기 위한 조처를 취하지 않았다.

정부가 7월 6일 발표한 대책에는 유가가 배럴당 1백70달러를 넘었을 때 “유류세 추가 인하를 고려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그러나 얼마나 인하할지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고, 7월 8일 대책의 조기 도입을 발표하면서도 유류세 인하는 “논의를 해보겠다”고 언급했을 뿐이다.

대책에는 “엘리베이터 사용 제한(4층 이하 금지, 5층 이상 격층 운행)”이 있는데, 그러면 장애인과 노인 들의 이동권이 크게 제약받을 것이다. 또, 겨울철 사병들의 온수 목욕 횟수를 주 1회로 줄인다는 황당한 조처도 있다. 

진정 필요한 대책은 무엇인가

전체 에너지 사용의 21퍼센트를 차지하는 수송 부문에 대한 정부 대책은 승용차 5부제 도입과 공공교통 이용 권장이 전부다.

그러나 과연 현재 대중교통 체계가 더 늘어날 승객을 감당할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이미 통근 시간 대중교통은 쾌적함과는 거리가 멀다. 대도시 지하철은 통근 시간에 ‘지옥철’로 변한 지 오래다. 인원 삭감으로 무인 교통카드 충전이 잘 안 되면 어디 물어볼 곳도 없다. 만원 버스에 더 많은 사람들이 탈 것을 생각하면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온다.

부자들은 ‘기름먹는 하마’인 대형 승용차, 헬기 심지어 전용 제트기— 최근 삼성그룹은 1회 주유량이 마티즈 7백대와 맞먹는 보잉 737 전용 제트기를 구입했다 — 를 타고 다니는데 서민들만 짐짝 취급을 받아야 하는가. 대중교통 이용을 늘리려면 대중교통이 더 쾌적하고 저렴할 필요가 있다.

가장 간단한 방법으로 기업들이 무료 통근 버스를 늘리든가, 대중교통 이용료를 획기적으로 낮춰야 한다. 동시에, 전철과 버스편을 늘리고, 버스도 연비가 더 좋고 쾌적한 것으로 바꿔야 할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도시 구역을 재정비해 노동자들의 평균 통근 거리를 줄일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조처가 도입되면 수송에서 획기적으로 에너지 사용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정부는 석유를 대체할 에너지 개발을 빌미로 핵 발전 확대를 밀어붙일 수도 있다. 실제로 6월 24일 총리 한승수는 “국민적 공감대를 바탕으로 원자력 발전의 비중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핵 발전은 안전하지도, 저렴하지도 않은 방식이다. 풍력, 태양력 등 역대 정부들이 무시해 온 대안들이 도입돼야 한다.

또, 재벌이 석유 같은 화석 에너지를 낭비하는 방식으로 생산을 조직해 온 것을 눈감아 준 정부의 관행에 제동이 걸려야 한다. 그런 생산방식은 많은 환경 파괴 물질을 방출하기도 한다. 규제 조처가 실제로 필요하다.

지금까지 말한 변화들이 가능하려면 교통수단의 변화를 위해 막대한 재원이 투입돼야 하고, 계획적으로 대안에너지 개발이 진행돼야 한다. 재벌에 대한 통제가 강화돼야 한다.

민주적 통제

이를 위해서는 각종 투기 활동에 낭비되는 땅·주식 부자의 돈, 석유 기업과 기타 재벌들의 이윤 중 일부를 환수해서 사회 전체의 공공선을 위해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석유 에너지 사용량을 줄이고 온실가스 배출량도 감축시켜 인류 전체를 위협하는 재앙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조처들을 도입해야 한다. 한 마디로 말해, 이윤과 시장 논리가 지배하던 곳에 민주적 통제와 계획을 도입해야 한다.

제2차세계대전 당시 주요 선진국 정부들은 기업들의 에너지 사용을 엄격히 통제했다. 파괴와 살육을 위해 할 수 있었는데 왜 고통받는 서민을 위해서는 못하는가.

오늘날에도 몇몇 정부는 이런 조처들 중 일부를 도입했다. 에너지 부문을 국가의 통제 아래 두고 빈민층을 돕는 베네수엘라와 볼리비아가 대표적이다. 영국 노동조합들은 영국 석유 기업들의 초과 이윤을 회수해 노동자를 위해 사용하라고 요구하며 싸우고 있다.

앞서 언급한 근본적 조처들 중 어떤 것도 받아들일 의사가 없는 이명박에 반대해 싸우는 것은 서민들이 고유가의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는 첫 걸음이 될 것이다.

석유 쟁탈전 참가에서 떡고물 얻기

이명박 정부는 고유가를 한국 자본의 해외 석유 쟁탈전 참가를 정당화하는 근거로 활용하려 한다. 실제로 한승수 총리는 “국제유가 변동에 대한 우리 경제의 통제력을 높여 나갈 수 있도록 해외 에너지·자원 외교를 지속적으로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이명박 정부는 쿠르드족 자치 지역 석유 광구 개발권을 따낸 ‘성과’를 자랑하기도 했다.

이것이 유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이라크를 점령한 미국에서 고유가로 인한 고통은 없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미국에서도 서민들은 고유가로 고통받고 석유 메이저들은 넘쳐나는 돈을 주체하지 못하고 있다. 미군의 점령과 침략으로 이라크에서 1백만 명 이상이 죽었다. 부시 정부는 현재 이란에 군사 공격을 위협하고 있는데 이것이 현실화하면 고유가 문제는 초(超)고유가 문제로 악화할 것이다. 침략군 옆에 꼽사리껴서 피묻은 석유를 얻어 자기 배만 불리려는 행태는 결코 정당화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