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읽기 전에 “서민 고통 해결을 위한 요구들”을 읽으시오.

이명박은 ‘IMF 때처럼 국민들이 고통을 분담해야 경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1997년 말, 심각한 경제 위기가 왔을 때 이 나라 부유층과 특권층은 손톱만큼도 고통을 분담하지 않았다. 심각한 불경기의 고통은 전부 노동자·서민에게 떠넘겨졌다.

● 1998년 초 재벌 총수들의 주식 보유는 급증했다 ─ 현대그룹 정몽헌은 1년 전보다 9백8억 원, 삼성그룹 이건희는 8백21억 원, 대우그룹 김우중은 7백96억 원 등. 반면, 소액 투자자들은 주가 폭락으로 크게 손해를 봤다.

● 1998년 초 한보그룹 부회장 정한근이 스위스 비밀계좌에 4백60억 원을, 동아그룹 전 회장 최원석이 리비아 대수로 공사 대금 중 수십만 달러를 해외로 빼돌린 사실이 폭로됐다. 당시 검찰총장 김태정은 뻔뻔스런 말을 늘어놨다. “정부는 누가 얼마나 재산을 해외로 빼돌렸고, 그 총액이 얼마나 되는지 정보를 갖고 있다. … 액수가 너무 엄청나 국민들이 알 경우 난리가 날 것이고 국가 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규모는 말할 수 없다.”

● 당시 부유층의 전형적인 태도는 한 상류층 자녀가 내뱉은 말로 압축된다. “IMF 전이나 후나 달라진 게 없는데 왜 제가 달라져야 해요?”(SBS 〈뉴스추적〉, ‘상류사회, 그들만의 천국’, 1998년 4월 7일치)

● 당시 대우자동차 부평공장은 겨울철 내복 입기 운동으로 난방비를 32억 원이나 절약했다. 대우차 노동자들이 실내온도 15도 이하를 견디며 일하는 동안 청와대와 국회 의원회관의 실내온도는 25도 아래로 내려간 적이 없었다.

● 노동자들은 내핍을 강요당했다. 이미 1997년 4분기부터 교육비 지출은 전년 동기보다 2.8퍼센트, 피복·신발은 18.2퍼센트, 가구·가사 비용은 15.2퍼센트, 교양·오락비는 9.5퍼센트가 줄었다. 서울시내 공립 중고교의 1997년 수업료 미납 총액은 전년도보다 여섯 배나 늘었다. 공기업 민영화와 기업 구조조정, 인수·합병에 따른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노숙자가 급증하기 시작했다.

● 〈조선일보〉는 10년 전에도 ‘금 모아 나라 살리기 운동’에 적극 찬성하면서 ‘고통 분담론’이 노리는 바를 이렇게 표현했다 ─ “이 위기를 누가 만들었냐고 책임을 따지기 전에 남녀노소 구별 없이 합심하여 나라 살리기 운동에 참여[시키는 것.]”(1998년 1월 13일치)

지금의 ‘고통 분담론’도 IMF 때와 똑같은 더러운 의도에서 나오고 있다. 국내외 대자본가들이 자초한 경제 위기의 책임 소재를 흐리고, 경제 위기 속에 벌어질 노동자 투쟁을 억누르고, 경제 위기의 고통을 노동자·서민에게 떠넘겨서 지배자들의 기득권을 고스란히 지키려는 것이다. 이 속임수에 결코 넘어가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