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세계 부채는 어떻게 우리 모두를 해치는가’라는 부제가 보여주듯 《외채 부메랑》은 제3세계의 막대한 외채와 국제기구의 구조조정 프로그램이 어떻게 우리 모두의 삶을 파괴하는지 조목조목 집어 준다.

저자 수잔 조지는 다국적연구소(TNI)의 부소장이면서 프랑스의 ‘세계화 감시대’ 회장으로 활동하는 활동가이다. 그는 외국에 진출한 기업에 대하여 내국 기업과 동등한 자유를 부여해 그 나라 정부가 규제를 하지 못하도록 하는 장치인 다자간투자협정(MAI) 반대 운동을 적극적으로 펼쳤다.

 

전지구적 재앙

 

OECD에 따르면, 1982∼90년 개도국에 유입된 총 자원은 9천2백70억 달러에 달한다. 이 총액에는 OECD가 분류한 공공개발기금, 수출신용대출, 그리고 민간자금이 다 포함되어 있다. 이 자금들의 대부분은 지급 만기자금의 이자 혹은 이익배당금이라는 새로운 외채 형식으로 유입됐다.

이 기간 동안 개도국들은 외채상환금만 1조 3천4백50억 달러(이자와 원리금 포함)를 채권국에 지불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채무국 전체의 외채규모는 1990년대 들어서 1982년보다 61%나 증가했다. 같은 기간 동안 사하라사막 이남 아프리카 국가들의 외채는 113% 늘어났고, 최빈국의 외채부담 증가율은 110%에 이르렀다.

멕시코는 1982∼88년 동안 총외채보다 많은 1천억 달러 이상을 상환했음에도 외채는 1980년 초보다 오히려 18% 증가했다. IMF의 구조조정의 결과 멕시코인의 생활 수준은 1960년대로 곤두박질쳤으며, 대량실업, 공공서비스의 대폭 삭감으로 고통받고 있다.

“확실히 주요 다자간 기구들이 부과하는 ― 일반적으로 ‘구조조정’이라는 수식어를 붙이고 일괄적으로 추진되는 ― 경제 정책들은 전혀 아무런 치유책이 되지 못했다. 오히려 이 정책들은 인류에게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을 안겨 주었고, 환경 파괴를 확산시켰다.”

“1970년대의 어마어마한 차관은 초대형 댐이나 원자력발전소, 숲에서 채취하는 목탄을 연료로 쓰도록  설계된 제련소, 거대한 공단, 농업단지 등 생태 환경에 악영향을 끼치는 대규모 프로젝트의 자금으로 충당되었다. 외채 상환기일이 다가오자 더 엄청난 양의 생태자원이 외채상환을 위해 현금화되었다.”

외채와 삼림파괴는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1980년대에 삼림훼손이 가장 심하고도 급속하게 진행된 제3세계 국가들 대부분이 최대 채무국을 이루고 있다. 외채 이자율이 가장 높거나 IMF로부터 가장 강도 높은 ‘조건부’ 지원을 받은 나라들 역시 높은 수준으로 삼림훼손이 이루어졌다.”

생태학자 마이어스 교수의 조사 자료에 의하면 전세계 원시림의 43%가 이미 사라졌는데, 대부분은 1980년대에 그렇게 됐다.

“외채와 삼림파괴의 상관관계는 (상위 8대 채무국 가운데) 브라질, 인도, 인도네시아, 멕시코, 나이지리아 같은 메머드급 채무국들에서 특히 높은데, 이 나라들은 모두 삼림파괴국 상위 10위권에 들어 있다.”

이미 제3세계의 외채위기로 인한 환경파괴는 전지구적인 기상 이변과 온실효과를 낳고 있다. 지구를 반으로 갈라놓을 수 없다면 재앙은 피할 수 없는 현실로 우리 곁에 와 있다.

 

마약

 

많은 외채를 지고 있는 라틴아메리카 국가들은 살아남기 위해 마약의 원료인 코카를 재배한다. 코카 재배에 대한 미국의 태도는 한 마디로 이율배반이다. 미국은 ‘마약과의 전쟁’을 벌여 공급선을 ‘발본색원’하겠다고 말하지만, 코카가 마약이 되기 위해서 필요한 화학약품을 다국적 기업들이 공급하는 것은 묵인하고 있다.

마약이 생계유지 수단이 되고 있는 마약 생산국 ― 볼리비아, 콜롬비아, 페루 ― 들은 모두 막대한 액수를 상환했음에도 불구하고 1980년대 초보다 외채문제는 더 심각해졌다.

“IMF의 혹독한 감시를 받고 있는 볼리비아는 보잘것없는 수출 소득의 거의 반을 원리금 상환에 충당하고 있다. 그런데도 외채 규모는 1982년보다 50% 증가했으며 국민 1인당 외채액은 1인당 GNP를 사실상 초과하고 있다.”

마약 경제의 중요성은 합법적인 경제의 침체에 비례해서 증가한다. 국제금융단의 외채상환 압력은 상황을 더 악화시킬 따름이다. 그러나 “빈곤과 마약의 연결고리들을 어떻게 처리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IMF의 대변인은 “우리는 라틴아메리카의 빈곤 문제를 그런 맥락에서 바라보고 있지 않다”고 답변했다.

대부분의 채권국 조세 및 감독 기관들은 은행들이 제3세계 외채를 세수상의 ‘손실’로 처리하게 하는 ‘준비금’ 또는 ‘대출손실 보전금’을 갖추고 있다.

OECD 채권국 은행들은 악성이 될 가능성이 있는 제3세계 외채에 대해 준비금을 조성할 때 또는 이런 잠재적인 악성채권을 액면가 이하로 매각할 때, 세제상 감면 혜택을 받는다. 납세자는 이 비용의 일부를 부담한다. 어떠한 경우에도 은행의 손실은 전혀 없다.

은행들은 제3세계로부터 막대한 상환금을 받으면서도, 보조금 형식으로 1987년부터 공공기금에서 최소한 730억 달러를 가져갔다.

1980년 이후 제3세계에 대한 수출이 감소하면서 미국은 1984년에 56만개의 일자리가 줄어들었다. 제3세계의 외채가 야기한 경기후퇴의 직접적인 결과로 유럽은 연간 49만∼73만 5천 개의 일자리를 잃었다.

“민영화 때문에 전세계적으로 일자리들은 심각한 공격을 받고 있다. 남반구 사람들이 해고당하고 임금이 삭감되는 것을 북반구 사람들은 걱정해야 한다. 왜냐하면 세계 시장의 참가자들이 가장 값싸고 방어력이 약한 노동력을 찾음에 따라 머지 않아 이것은 모든 사람의 임금을 깎아 내리는 방식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불행

 

외채 위기와 긴밀한 연관을 가지는 긴축 정책과 민영화는 수백만 명의 경제 난민을 만들었다. 그들은 단지 돈을 벌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이 나라 저 나라를 떠돈다.

외채는 전쟁을 부르기도 하고 전쟁은 외채를 낳는다. “사담 후세인이 쿠웨이트 침공을 쿠웨이트와 동맹국들에 갚아야 할 엄청난 규모의 외채를 일소할 수단으로 삼았다는 사실, 그리고 부시 정권은 미국을 지지해 준 데 대한 보답으로 이집트 같은 아랍 동맹국의 막대한 외채를 탕감해 주었다는 사실”이 외채와 전쟁의 상관 관계를 보여 주는 예이다. 이 모든 것은 단지 ‘운 없는 채무국의 사람들’ 뿐 아니라 전세계 사람들을 불행하게 만든다.

“개발전문가와 구조조정자 무리가 받들어 섬기는 신은 매일매일 더 많은 희생을 요구하고 있다. 필자가 거의 모든 시간을 들여 《외채 부메랑》을 쓰기 시작했던 1991년 한 해 동안 약 30만 명의 제3세계 어린이들이 외채의 직접적인 결과로 죽어 갔다.”  

신자유주의 세계화는 과거에도 현재에도 미래에도 우리의 삶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수잔 조지가 이 책을 쓴 것은 1991년이지만 10년이 지난 오늘날의 상황은 더 악화됐다. 외채에서 비롯하는 이 모든 악순환은 끊어져야 한다. 사장들의 이윤이 아니라 우리의 삶이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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