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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스 캘리니코스 논평:
오바마는 체제의 규칙을 따르고 있다

한 주 동안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버락 오바마 신성화 작업이 진행된 후, 오바마의 공화당 경쟁 후보는 오바마에 쏠린 관심을 뺏어오는 데 성공했다. 존 매케인이 알라스카 주지사 새라 페일린을 부통령 후보로 지명한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어 보인다.

먼저, 힐러리 클린턴이 민주당 대선 후보로 선택되지 못한 데 불만을 품은 여성 지지자들의 표를 확보하기 위한 뻔뻔한 술책이다. 둘째, 공화당 선거 전략가 칼 로브가 “총과 하키 경기를 사랑하는 여성”이라고 부르고, ‘생명을 위한 페미니스트’[낙태 반대 단체] 회원인 사람을 택한 것은 기독교 우파에게 추파를 던지기 위한 것이었다.

이런 술책이 얼마나 먹혀들지는 두고 볼 일이다. 페일린은 주지사로 선출된 지 2년이 채 되지 않았고 그 전에는 앵커리지 농촌 교외의 시장이었다. 페일린을 간택한 결과, 공화당은 오바마가 경험이 일천하다고 공격하기 힘들어졌다. 공화당의 반(反)오바마 웹사이트의 구호인 ‘08년 대통령이 될 준비가 돼 있지 않다’는 이제 별 의미가 없어 보인다.

전쟁과 경제

어쨌든, 진정한 문제는 다른 곳에 있다. 조지 부시의 지지율이 바닥을 기고 있지만, 오바마는 여론조사에서 매케인을 근소하게 앞서고 있다. 부시 정부를 난파시킨 두 가지 쟁점은 전쟁과 경제다.

이 상황에서 메케인은 카프카스 위기를 자신에게 유리하게 이용하려 한다. 〈파이낸셜타임스〉 칼럼니스트 마틴 울프 ─ 저명한 지배계급 명망가다 ─ 는 “은퇴한 냉전 용사와 네오콘들”이 그루지야와 러시아 간 위기를 조성하기 위해서 남오세티아를 공격하도록 그루지야 대통령 사카슈빌리를 부추겼을지 모른다고 주장했다. “나는 이것이 혹시 존 매케인을 백악관에 입성시키려는 작전이 아닌가 하고 상상하기도 한다.”

이런 추측의 진실 여부를 떠나서, 오바마는 그루지야 위기로 타격을 입었다. 또 다른 〈파이낸셜타임스〉 컬럼니스트인 기던 라흐만은 이렇게 말했다.

“나는 오바마 선거 캠프에 큰 분열이 있다는 인상을 받는다. 한편에는 그루지야와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 나라들에 안보 보장을 제공하는 것은 무책임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른 한편에는 나토 문제에서 후퇴하는 것은 러시아에게 잘못된 신호를 보내는 것이 될 수 있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 중에서 ‘단호하자’는 쪽이 더 우세한 것 같다.”

이 문제에서 오바마는 세심한 균형을 취해야 한다. 그가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선택받은 주요한 이유 중 하나는 그가 이라크 침략에 반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만약 그가 미국 제국을 단호하게 지킬 준비가 돼 있지 않다는 낌새를 보이면 공화당 미친개들이 곧장 달려들 것이다.

오바마는 경제 문제에서도 똑같은 모순에 처해 있다. 오바마는 덴버 연설에서 현금이 부족한 소비자들에게 감세 혜택을 주고, 수입 석유에 대한 의존을 끝낸다는 부시의 공약을 반복하는 등, 전혀 새로운 얘기를 하지 않았다. 첫째 조처는 새 발의 피에 불과하고 둘째 조처는 사회주의 혁명이 일어나야 가능한 몽상에 불과하다.

분열

오바마의 경제팀은 분열해 있는 것이 확실하다. 두 달 전 나오미 클라인은 자유시장 경제학자들이 오바마에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지적했다.

경제 정책팀장 제이슨 퍼먼은 월마트 찬양자이고, 오스틴 굴스비는 [친시장주의로 악명이 높은] 시카고학파 경제학자인데, 그는 지난 2월 NAFTA[북미자유무역협정]에 대한 오바마의 비판을 곧이곧대로 믿지 말라고 캐나다 대사관 관리에게 말한 것을 들켜 유명해진 인물이다.

물론, 오바마 주변에는 제임스 갈브레이스처럼 좀 더 왼쪽에 있는 사람들도 있다. 지난주 〈투데이〉[BBC 라디오 시사프로그램]와 인터뷰한 제임스 갈브레이스는 유명한 케인스주의 경제학자 존 케네스 갈브레이스의 아들이다. 아버지처럼 아들 갈브레이스도 시장을 관리하고 시장에 인간의 얼굴을 씌워야 한다고 주장한다.

오바마가 대선 후보가 된 것은 평범한 미국인들이 자신을 버린 현존 경제·정치 체제에 신물이 났기 때문이다. 이런 불만 때문에 매케인같은 체제 내 인사조차 자신을 ‘반워싱턴’ 후보로 내세우는 포퓰리즘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오바마는 이 체제의 산물이며 체제의 규칙에 따라 이기고 싶어 한다.

따라서 오바마는 이 새장같은 체제의 가장자리를 잠깐 흔들 수는 있어도 새장을 뚫고 나가려 하지는 않는다. 그는 그 덕분에 백악관에 입성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누구든 그가 진정한 변화를 가져올 거라 믿는다면 자신을 속이고 있는 것이다.

알렉스 캘리니코스는 런던대학교 킹스칼리지 교수이고, 영국 사회주의노동자당 중앙위원이다. 국내 번역된 주요 저서로는 《칼 맑스의 혁명적 사상》(책갈피)과 《미국의 세계 제패 전략》(책갈피)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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