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리비아에서 두건을 쓴 청년들이 정부 건물을 습격해 문서를 불태우고 닥치는 대로 파괴했다. 산타크루스에서 자칭 ‘시민 저항 운동’ 조직인 아멜리아 디미트리의 지도자는 카메라 촬영 중에도 비무장 원주민 여성을 폭행했다.

판도 주(州) 엘 포르베니르의 농민들은 고속도로에서 지방 경찰과 민병대의 습격을 받았다. 농민 10명이 죽고 40여 명이 부상을 입었다. 설상가상으로 원주민 지역사회에 대한 공격이 지속되고 있다.

그러나 언론은 이런 폭력을 거의 보도하지 않는다. 원주민에 대한 인종주의적 공격을 지원하는 자들 ─ ‘반(半)달’(메디아 루나)이라 불리는 볼리비아의 부유한 5개 동부 주들의 지배자들 ─ 이 볼리비아의 라디오와 텔레비전 방송을 장악했으니 무리도 아니다.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은 동부 주들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태를 ‘민간 쿠데타'로 규정했다. 지난 6개월 동안 진행돼 온 이 폭력 행위는 잘 조직됐고 분명한 목적을 가지고 있다.

2년 전 모랄레스는 볼리비아의 가스와 석유 자원 국유화, 고원 지대 가난한 원주민들을 위한 부의 재분배 등을 주요 공약으로 내걸고 대통령에 당선했다.

그런데 볼리비아의 가장 중요한 천연자원들은 ‘반달’ 주들에 집중돼 있다. 과거에 볼리비아에서 가장 많은 부를 생산한 것은 광산이었다. 처음에는 은 광산이, 나중에는 주석 광산이 중요했다.

오늘날 가장 중요한 자원은 동부의 석유·천연가스와 콩이다. 볼리비아에서 지역 자치 문제는 역사적으로 매우 복잡한 문제다. 그러나 지금 지주·은행가·산업 자본가 들이 자치를 들고 나온 것은 중앙정부와의 관계를 끊기 위한 핑계거리일 뿐이다.

[지난해 말] 모랄레스가 자신을 대통령으로 만들어 준 대중 운동의 요구들에 기초해 새로운 민주적 헌법을 작성하자, 동부의 부유한 권력자들은 본격적으로 딴지 걸기를 시작했다. 그들은 먼저 모든 입법 활동을 사사건건 방해했고, 나중에는 동부 5개 주에서 자치 주민투표를 진행했다.

끔직하고 노골적인 인종차별주의 선동, 무차별 폭력과 미국 대사 필립 골드버그의 지원에 힘입어 지주와 그 일당들은 주민투표에서 승리할 수 있었다.

그리고 동부 주들의 지도자들은 지역 천연자원에 대한 통제권을 자신들에게 넘기라고 요구하며 석유·천연가스 판매세를 중앙정부에 전달하기를 거부했고 독자적 주 경찰력을 창설하기 위한 움직임에 들어갔다. 그들의 의도는 충돌을 통해 중앙정부를 무너뜨리는 것이다. 그들은 모랄레스 정부를 원주민과 농민의 정부라고 비난해 왔다.

자제

8월 10일 에보 모랄레스는 신임 투표에서 승리를 거둔 후 12월 초 새로운 헌법에 대한 찬반의견을 묻는 국민투표를 실시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폭력이 증가하고 신파시스트 조직인 산타 크루스 청년연맹(UJC)이 설치는데도 모랄레스 정부는 적절히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

 
△ 지난 9월 15일 모랄레스 대통령 지지자들이 우익 주지사를 본뜬 인형을 불태우고 있다

자치 주민투표 실시 전부터 광부 노동자 조직, 농민 조직, 엘 알토의 강력한 주민위원회 들은 동부 주들의 지배자에 맞선 저항을 주장하면서 고속도로를 점거하고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그러나 모랄레스 정부는 자제를 요청했고 심지어 강제로 저항 행동을 가로막기도 했다.

또, 모랄레스 정부는 ‘반달’ 주 지배자들이 폭력을 마구 휘두르는데도 단호한 대처를 하지 못하고 있다. 사람들이 저항을 요구할 때마다 모랄레스 정부는 자제를 호소하며 정부가 나서 협상을 벌이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반달’ 주 지배자들은 모랄레스 정부의 우물쭈물하는 모습을 보고 폭력의 수위를 더 높이고 있다.

이틀 전[9월 14일], 모랄레스는 판도 주에 계엄령을 선포하고 볼리비아 주재 미국 대사인 필립 골드버그를 추방했다. 골드버그는 옛 유고슬라비아의 해체에 개입한 경험이 있는 자로, 그동안 볼리비아의 자치 운동 조직을 도왔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폭력의 진정한 원인은 간단하다. 예컨대, ‘반달’ 주들 중 하나인 타히라에서 볼리비아 천연가스의 82퍼센트가 생산된다. ‘반달’ 주 지배자들은 볼리비아의 석유·가스 자원을 장악해 볼리비아 인구의 다수인 빈곤층을 위해 사용하지 못하도록 막으려 한다.

최근 사건들은 판돈이 얼마나 큰지, 그리고 대자본들이 핵심 자원에 대한 통제권을 되찾기 위해 얼마나 단호하게 행동할 수 있는지 보여 줬다. ‘반달’ 주 지배자들은 에보 모랄레스가 우물쭈물할수록 더 대담해질 것이고 폭력 행위를 계속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대다수 평범한 볼리비아인들이 희생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 두건을 뒤집어 쓴 건달들은 모랄레스 정부의 이성적 호소에 호응하지 않을 것이다.

볼리비아의 대중운동은 억압적이고 반동적인 볼리비아 지배자들에 성공적으로 맞설 수 있는 힘과 단호함을 보여 준 바 있다. 지금이 그 힘을 다시 사용할 때다.

마이크 곤살레스는 영국 글래스고대학교 스페인어문학부 부교수이고, 스코틀랜드의 신생 사회주의 정당 ‘솔리데리티(Solidarity)’의 당원이다. 국내에 번역 출판된 책으로는 《체 게바라와 쿠바 혁명》(책갈피)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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