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이 글은 영국 반신자유주의·반전 사회단체인 ‘글로벌라이즈 리지스턴스’(저항의 세계화) 소속 활동가이자 영국 사회주의 노동자당 중앙위원인 알렉스 캘리니코스의 1월 19일 방한 강연이다. 이 강연은 ‘다함께’ 주최의 정치 학교 ‘변혁인가 야만인가’의 한 부분이었다. 꺾쇠 괄호 [ ] 부분은 옮긴이의 첨가이다. 캘리니코스의 다른 강연은 이 신문 다음 호에 연재할 예정이다.


부시가 계획하고 있는 이라크를 상대로 한 전쟁은 세계 정치의 핵심 쟁점입니다. 그것은 중동에서와 마찬가지로 아시아·유럽·미국에서도 중요한 쟁점입니다. 이라크 전쟁이야말로 부시 정부가 추구하고 있는 세계 전략의 당면한 초점이기 때문입니다. 부시 정부 세계 전략의 목표는 21세기에도 여전히 미국이 세계의 지배적인 자본주의 열강일 수 있게 하는 것입니다.

이 전략을 이해하려면 마르크스주의의 제국주의론이 분석한 맥락 속에 자리매김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이론은 제1차세계대전 직전과 전쟁 당시에 개발된 것으로 거의 1백 년 전에 나온 이론이지만, 오늘날의 세계를 이해하는 데에도 여전히 유효하고 필수적인 이론입니다. 이 이론은 자본주의가 20세기 초에 소수의 자본주의 강대국들이 세계를 지배하는 단계에 이르렀음을 지적합니다. 이 자본주의 열강, 제국주의 열강은 단지 시장과 투자 대상을 차지하기 위해 경제적으로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지정학적 지배를 위해 군사·외교적으로 경쟁하기도 합니다. 이는 강도들과 약탈자들이 나머지 인류에게서 쥐어짠 이윤을 서로 더 많이 차지하기 위해 벌이는 각축전입니다. 그러나 제국주의 국가들 사이의 그 같은 각축전은 또한 20세기에 세계를 파괴한 모든 전쟁들의 원인이기도 합니다.

워싱턴과 뉴욕에서 테러 공격이 일어난 1년 뒤인 지난해 9월에 부시 정부는 국가안보전략을 발표했습니다. 그 보고서에는 미국 지배자들이 진짜로 우려하는 대상은 사담 후세인이나 김정일 또는 이른바 “불량 국가”들이 아니라는 것이 명백히 드러납니다.

제국주의적 오만

그들[미국 지배자들]은 다른 자본주의 대국들에 비해 미국의 경제적 지위가 그다지 지배적이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유럽연합의 경제는 이제 미국과 규모가 비슷하고 프랑스와 독일 경제의 생산성은 미국 경제보다 높습니다. 또한 그들[미국 지배자들]은 기존의 산업 대국들을 제쳐 두고라도 중국을 매우 경계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현재 중국의 경제 성장이 앞으로 10~20년 더 지속된다면 중국 경제가 미국 경제와 규모가 비슷해지거나 더 커질 수도 있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국가안보전략 보고서는 미국의 “필적할 만한 경쟁국들”의 성장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다시 말해, 그들은 유럽연합·일본·중국·러시아, 심지어 인도 등 적어도 특정 지역에서만큼은 미국에 도전할 수 있는 경제력·군사력을 갖춘 국가들을 경계하고 있습니다. 보고서는 또한 “우리는 다른 어느 국가도 미국에 군사적으로 도전하지 못하게 할 것이다”고 쓰고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그들의 의도가 단지 이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미국의 지도자들은 자신들이 경쟁자들에 비해 한 가지 중요한 면에서 유리하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미국의 군사력이 다른 모든 강대국들의 군사력을 합친 것보다 더 강력하다는 사실입니다. 따라서 그들은 9·11 테러를 기회로 자신들의 군사력을 이용해 미국의 세계적 지위를 굳히려고 하고 있습니다. 9·11 테러의 결과로 그들은 중앙아시아에 일련의 군사 기지를 확보하고 있습니다. 예전에 소련 제국의 일부였던 중앙아시아는 에너지 자원이 풍부한 지역입니다. 부시 정부는 1990년대에 미군이 철수해야만 했던 필리핀에 미군을 다시 주둔시켰습니다. 바로 오늘만 해도 미국은 콜롬비아에 병력을 보내서 베네수엘라 국경 인접 지역에 파견하려 합니다. 베네수엘라도 중요한 석유 매장 지역입니다.

그러나 이런 행동이 보여 주듯, 미국의 세계 전략에는 정치적 목적뿐 아니라 경제적 목적도 존재합니다. 국가안보전략 보고서에서 부시는 오직 미국식 경제 모델만이 국가 성공의 지속 가능한 대안을 제시한다고 말했습니다. 달리 말해, 제대로 작동하는 경제 모델은 미국식 자유 시장 자본주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또한 보고서는 중국이 미국의 모델을 수용한다면 미국은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를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이것은 놀랍기 그지없는 제국주의적 오만입니다.

제국주의 시대는 끝났는가?

어떤 사람들은 제국주의의 시대가 이미 지나갔다고 말합니다. 21세기는 다르다고 말합니다. 이탈리아인 안토니오 네그리와 미국인 마이클 하트가 공동 저작한 책이 있습니다. 제목이 《제국》인데, 아마 최근에 한국어로도 번역됐을 것입니다. 그들은 자본주의가 제국주의 대국들 사이의 대립을 극복했다고 말합니다. 자본주의는 이제 국가 간의 차이를 극복하게 하는 세계 규모의 경제·정치 네트워크로 이뤄져 있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오래된 좌파 사상입니다. 1914년 7월에 칼 카우츠키라는 당시의 지도적 마르크스주의자는 자본주의가 국가간 갈등과 차이를 극복했다고 썼습니다. 그는 자본가들에게 더는 전쟁이 필요하지 않다고 했습니다. 그는 시야가 넓은 자본가들은 ‘만국의 자본가들이여, 단결하라’는 구호를 내걸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가 이 글을 쓰고 나서 한 달 뒤에 제1차세계대전이 일어났습니다.

막상 부시 정부의 사고 방식을 보면, 그들 자신은 제국주의의 시대가 지나갔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부시 정부를 단순한 바보들과 불한당들의 집단으로만 여기는 것은 큰 실수입니다. 비록 부시 본인과 국방장관 도널드 럼스펠드가 그런 인상을 풍기지만 말입니다.

석유에 걸린 이해 관계

물론 석유 문제도 빠질 수 없습니다. 부시 정부의 고위 관료들은 거의 다 석유 업계의 임원 출신입니다. 부시가 집권하자마자 부통령 체니는 장기적인 미국 에너지 수요에 대한 평가를 시행했습니다. 평가 결과인즉, 미국의 경제 모델은 화석 연료를 극도로 많이 소모하는 모델이라는 것입니다. 부시 정부는 지구 온난화에 관한 교토의정서를 찢어발김으로써 그러한 경제 모델을 충실히 받들겠다는 의지를 드러냈습니다. 그러한 모델을 지속하려면 미국은 석유 수입에 점점 더 많이 의존해야 합니다. 그렇게 되면 미국은 중동이나 중앙아시아처럼 불안정하고 잠재적으로 적대적인 석유 생산 지역에 경제적으로 의존하게 될 것입니다.

산유국 가운데 이라크는 악랄한 독재자가 있는 나라일 뿐 아니라 세계 2위의 석유 매장량을 자랑하는 나라이기도 합니다. 매장량 1위는 사우디 아라비아입니다. 그러나 예전엔 매우 굳건했던 미국과 사우디의 관계가 지금은 매우 악화되고 있습니다. 사우디의 석유 왕자들조차 이스라엘에 대한 미국의 지원을 증오합니다. 그리고 미국은 9·11 테러를 자행한 테러리스트의 대다수가 사우디 아라비아 출신이라는 사실을 잊지 못합니다. 일부 공화당 우익들은 사우디 아라비아도 “악의 축”에 속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가운데 한 명은 국방부 브리핑에서 미국이 사우디 아라비아 소재 이슬람 성지인 메카와 메디나를 공격하겠다고 위협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미국과 사우디 아라비아의 동맹은 제2차세계대전 종전 이후 미국 석유 정책의 핵심이었습니다. 따라서 현재의 상황은 그들에게 매우 위험합니다.

그러나 그들이 이라크를 점령하고 꼭두각시 정권에 앉힐 만한 사람을 찾을 수 있다면 얘기는 다릅니다. 딴에는 이라크 민주주의 야당의 지도자라는 부패한 정치인이 한 사람 있습니다. 그는 자신이 소유한 은행이 수상한 사정으로 도산한 뒤에 어쩔 수 없이 요르단에서 도망 나온 인물입니다. 이런 작자를 이라크의 꼭두각시 정권에 앉히면 미국은 세계에서 두번째로 많이 매장된 석유를 지배할 수 있게 됩니다. 그들은 중동의 모든 아랍 지도자들을 공포에 떨게 만들 것입니다. 그리고 미국보다 석유 수입에 더 많이 의존하는 유럽연합과 일본에 압력을 가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요약하자면, 미국이 계획하고 있는 이라크 전쟁은 세계의 모든 불의를 집약적으로 보여 줍니다. 그것은 제국주의적 오만을 보여 줍니다. 핵무기를 독점하려는 미국과 그 우방국들의 의도를 보여 줍니다. 매우 불의하고 환경 파괴적인 경제 모델을 미국에서 유지하려는 의도를 보여 줍니다.

북한의 “대량 살상 무기”?

지금껏 저는 부시가 이 전쟁의 명분으로 내세우는 “대량 살상 무기”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하지 않았는데, 그건 언급할 가치조차 없는 너무나도 우스운 명분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어제 미국이 1950년대부터 한반도에서 실행해 온 정책에 대해 읽어 봤습니다. 현재 “북한 핵무기”를 둘러싸고 그토록 난리를 치고 있는 미국은 이미 1950년대에 정전협정을 무시하고 남한에 핵무기를 들여왔었습니다. 그러니까 미국말고 다른 국가는 대량 살상 무기를 보유할 권리가 없다는 것입니다. 실제로는, 이 말은 참말이 아닙니다. 이스라엘은 대량 살상 무기를 보유해도 괜찮습니다. 이스라엘은 2백 기의 핵탄두를 가지고 있습니다. 사담 후세인은 몇 개나 갖고 있을까요? 단 하나도 없습니다. 이것은 너무나 터무니없는 위선입니다.

저는 북한 정권을 어떤 면에서도 지지하지 않지만, 그럼에도 현재 한반도 위기의 가장 큰 책임은 미국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미국은 이미 위험한 상황을 더 위험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현재의 한반도 위기는 동아시아에서 더 광범한 군비 경쟁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일본 또는 남한조차 핵무기를 보유하려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다시 말해, 오늘날 세계에서 핵무기 확산에 가장 크게 기여하는 국가는 바로 미국입니다.

성장하는 반전 운동

이 전쟁은 꼭 저지해야 하는 전쟁입니다. 그리고 제가 들려 줄 수 있는 기쁜 소식은 이 전쟁을 저지할 수 있는 유리한 전망이 보인다는 것입니다.

오해가 없도록 덧붙이겠습니다. 부시 정부는 이 전쟁에 목숨을 걸고 있습니다. 부시 정부의 강경 핵심부는 국제 사회의 지지가 없더라도 전쟁을 벌이고 싶어합니다. 그들은 부시에게 만약 그가 지금 물러선다면 그는 레임덕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맞는 말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미국민들조차 이라크 전쟁에 대해서는 이들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여론 조사는 다음의 두 가지 조건이 충족될 때만 국민 과반수가 이라크 전쟁을 지지할 것이라는 점을 보여 줍니다. 첫째, 사담 후세인이 대량 살상 무기를 갖고 있다는 확실한 증거가 있을 것. 둘째, 미국이 단독으로 행동하지 않을 것. 부시 정부가 이 두 가지 요구를 모두 충족시키기는 매우 어려울 것입니다. 부시 정부는 국제적으로 매우 고립돼 있습니다.

이것은 정말 기막히게 좋은 일입니다. 모두들 미국의 군사력이 세계 역사상 가장 강력하고 미국이 로마 제국보다 더 강하다는 등의 얘기를 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세계의 나머지 부분을 지배하는 강도들과 사기꾼들조차 이 전쟁에서 미국을 지지하지 않으려 하고 있습니다. 부시는 전쟁을 수행하기 위해 최소한 두 국가가 필요합니다. 터키와 영국이 그들입니다. 터키는 이라크와 국경을 맞대고 있기 때문에 필요합니다. 그러나 며칠 전 터키 대통령은 “미안하다. 우리는 이라크를 상대로 하는 대규모 전쟁을 도와 줄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반면, 토니 블레어는 전쟁을 미치도록 원하고 있을 것입니다. 그의 국내 정책은 완전히 실패했습니다. 그래서 그는 미국의 거대한 전쟁몰이에 합류함으로써 위기를 벗어나고 싶을 것입니다. 문제는 영국에서 엄청난 전쟁 반대 여론이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지난해 9월에는 40만 명이 전쟁 반대 행진을 벌였습니다.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영국인의 32퍼센트는 UN(국제연합)의 지지를 받을 경우에도 전쟁에 반대한다는 태도입니다. 정보에 밝은 어느 기자가 며칠 전에 영국 내각은 이라크 전쟁 문제를 두고 분열돼 있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내각은 전쟁에 반대하는 쪽으로 의견이 통일돼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토니 블레어는 혼자입니다. 영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은 크게든 작게든 유럽에서도 일어나고 있습니다. 어제 밤에 피렌체의 유럽사회포럼(ESF)에 관한 영상물을 보신 분들은 11월 9일 피렌체에서 열린 1백만 명 규모의 기막히게 멋진 반전 시위가 어떤 것이었는지 느끼셨으리라 믿습니다.

그런데 이 반전 운동의 놀라운 점 가운데 하나는 전쟁이 아직 시작되지도 않았다는 것입니다. 저는 베트남 전쟁에 대한 반대 운동이 아직까지 현대사에서 가장 위대한 반전 운동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미국 내에서 베트남 전쟁에 대한 반대 운동이 건설된 역사를 읽어 보면, 반전 시위가 일정 규모 이상으로 성장하기까지는 몇 년이 걸렸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총성이 울리기도 전에 세계 곳곳에서 거대한 반대 운동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반전 운동의 정치적 배경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이해하려면 우리는 반전 운동이 탄생한 정치적 배경을 살펴봐야 합니다. 베트남 반전 운동의 경우 반전 운동 자체가 대중적 급진화를 불렀습니다. 반전 운동을 계기로 전 세계에서 수십만 명이 처음에는 단지 전쟁을 반대하는 것에서 출발했다가 나중에는 제국주의 전체에 도전하는 혁명가로 변신했습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반전 운동이 더 광범한 대중적 급진화를 밑거름으로 해서 탄생했습니다. 자본주의 세계화에 반대하는 운동이 성장하면서 나타난 대중적 급진화가 반전 운동을 싹트게 한 것입니다.

그렇다면 왜 반전 운동이 이탈리아에서 그토록 커졌을까요? 그것은 2001년 7월에 제노바에서 30만 명이 G8(주요 8개국)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기 때문입니다. 그 시위 덕분에 2001년 여름 이탈리아 사회 전체가 급진화의 물결에 휩싸였습니다. 그러한 물결은 아프가니스탄 전쟁 반대 운동으로 번졌습니다. 2001년 11월에 이탈리아 총리이며 부패한 우익 정치인인 베를루스코니는 미국에 연대하는 집회를 열자고 호소했습니다. 사람들을 그 집회로 끌어모으기 위해 대중 매체가 총동원됐습니다. 결국 3만 명이 미국에 연대하는 집회에 모였습니다. 반면, 같은 날 로마에서 열린 반전 시위에는 15만 명이 참가했습니다. 다시 말해, 이탈리아 전역의 활동가들이 이탈리아 반전 운동의 강력한 기반을 이루고 있습니다. 반전 운동은 그 뒤로 지난해 이탈리아에서 일어난 두 차례의 총파업에도 참가했고 피렌체의 유럽사회포럼도 건설했습니다.

영국에는 아직 이런 규모의 운동이 없습니다. 그러나 저희 가운데 많은 수가 초기의 반자본주의 시위들에 참가했습니다. 저희는 2000년 9월 프라하에서 열린 IMF 반대 시위에도 참가했습니다. 또한 제노바에서 이탈리아 동지들과 함께 행진했습니다. 그리고 2001년 가을에 전쟁이 일어나자 제노바에 영국측 사절단으로 참가한 사람들이 주축이 돼 영국의 반전 운동을 건설했습니다. 저희는 전쟁저지연합(Stop the War Coalition)을 건설해 극좌파, 노동당 좌파, 평화 활동가, 그리고 매우 중요하게는 무슬림 단체들도 함께 참여하는 광범한 공동 전선을 건설했습니다. 저희는 특히 영국의 무슬림과 아시아 계 소수 인종들을 반전 운동에 연루시키기 위해 투쟁했습니다. 끔찍한 인종 차별의 피해자들 말입니다. 만약 저희가 선진 자본주의 나라들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는 이슬람 혐오증에 굴복했더라면 젊은 무슬림 청년들을 알 카에다의 품으로 도망가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했을 것입니다. 또한 영국의 반전 시위들은 단지 전쟁에만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억압에도 반대했으며, 다국적 기업들의 권력, 그리고 IMF와 WTO의 신자유주의 정책에도 반대했습니다.

더 커질 반전 운동

피렌체의 유럽사회포럼은 전 유럽 반전 행동의 날로 2월 15일을 잡자고 호소했습니다. 하지만 그 날의 반전 행동은 유럽의 경계를 훨씬 초월할 것 같습니다. 제가 최근에 얻은 정보에 따르면 2월 15일에 시위가 예정된 나라나 도시는 다음과 같습니다 ― 카이로, 오스트레일리아, 마닐라, 런던, 글라스고, 마케도니아의 도시 스코피아, 파리, 코펜하겐, 로마, 스톡홀름, 오슬로, 암스테르담 등등. 아마도 서울에서도 반전 시위가 열리겠지요. 이처럼 반전 운동과 공동 행동들은 세계 규모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런던에서는 지난 번보다도 더 큰 반전 시위가 열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전쟁저지연합의 동지들 몇 명이 집회 신고를 내려고 경찰서에 갔습니다. 전에는 경찰이 참가자 수에 관한 시위 주최측의 예상을 얕잡아보곤 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달랐습니다. 경찰은 그 동지들에게 참가자가 몇 명이나 될 것 같은지 물었습니다. 그 동지들은 조심스럽게 “한 20만 명 정도 될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경찰은 “아니다. 그것보다 훨씬 클 것이다.” 하고 말했습니다. 그 자리에 있었던 매우 보수적인 한 공무원도 “내가 봐도 그렇다. 그보다는 훨씬 클 것이다.” 하고 말했습니다. 동지들은 “그걸 어떻게 아느냐”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그는 “왜냐하면 나도 거기에 참가할 것이기 때문이다.” 하고 답변했습니다. 이렇듯 우리는 계속 성장하고 있는 운동의 일부입니다.

이번 주에 세계 곳곳의 반자본주의 운동은 브라질의 포르투 알레그레에서 모일 예정입니다. 남한에서도 몇 명이 여기에 참가할 예정이라니 정말 뿌듯합니다. 영국과 유럽의 다른 나라들에서 올 대표들은 이라크 전쟁이 세계 반자본주의 운동이 가장 우선으로 다뤄야 할 쟁점이라고 강력하게 주장할 것입니다.

전쟁에 걸린 판돈

이것이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결론입니다. 이 전쟁에는 엄청난 판돈이 걸려 있습니다. 만약 미국이 승리한다면 그것은 미국 자본가들만 강화하는 것이 아니라 전 세계의 자본가들을 강화할 것입니다. 이라크에 대한 미국의 승리는 전 세계의 기업주들에게 자신들의 계획을 더 효과적으로 밀어붙일 수 있는 여건을 제공해 줄 것입니다.

어제 밤에 피렌체에 관한 영상물을 보신 동지들은 저항의 세계화에서 활동하고 있는 조너선 닐 동지의 인터뷰를 기억하실 것입니다. 그가 정확히 지적했듯이, 만약 이라크 전쟁에서 미국이 승리한다면 사장들은 더 손쉽게 우리에게서 학교와 병원들을 빼앗을 수 있을 것입니다.

다시 강조하건대, 이 전쟁은 단지 미국의 제국주의적 지배를 위한 전쟁만은 아닙니다. 그것은 무시무시한 불평등과 파괴를 동반하는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 모델을 유지하기 위한 전쟁입니다. 따라서 미국의 승리는 다른 모든 사람들의 패배입니다.

반면, 미국이 진다면 전 세계에서 해방을 위해 투쟁하는 사람들이 힘을 얻을 것입니다. 베트남 전쟁에서 미국의 패전이 얼마나 세계 각지의 지배 계급을 약화시키고 혼란에 빠뜨렸는지 기억하십시오. 미국이 이른바 “베트남 증후군”을 극복하는 데는 오랜 세월이 걸렸습니다. 베트남 증후군은 미군 해외 파병에 대한 정치적 반대를 말합니다. 오늘날에도 그들[미국 지배자들]은 전쟁에서 많은 부상자를 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일단 미군의 시신이 미국으로 돌아오기 시작하면 전쟁에 대한 지지는 폭락할 것입니다.

전쟁은 군사적 수단에 의한 정치의 연장

저는 미국이 군사적으로 패배하리라고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미국은 1990년 이후로 세 차례의 전쟁을 치렀습니다. 1991년의 걸프 전쟁, 1999년의 발칸 전쟁, 그리고 2001년의 아프가니스탄 전쟁 말입니다. 미국은 세 전쟁 모두에서 비교적 쉽게 이겼습니다.

사실,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미국이 이겼는지는 확신할 수 없습니다. 미국의 용병들이 아프가니스탄 도시들을 장악하긴 했지만, 제 생각에 탈레반은 게릴라 전쟁을 수행하기 위해 산으로 도주한 듯합니다.

하지만 설사 그렇다 해도 우리는 사담 후세인처럼 악랄하고 잔인한 정권이 미국을 군사적으로 물리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걸어서는 안 됩니다.

제가 미국이 질 수 있다고 말한 것은 미국이 정치적으로 질 수 있다는 뜻입니다. 미국이 베트남에게 진 것도 정치적으로 진 것입니다. 군사적으로는 베트남이 미국을 이기지 못했습니다. 그 유명한 1968년의 떼뜨(구정) 공세는 베트콩에게는 군사적 측면에서 재앙이었습니다. 북베트남의 재래식 군대가 1972년에 남베트남을 침공했을 때는 미국의 대대적인 폭격 때문에 퇴각해야 했습니다. 3년 뒤인 1975년에 북베트남의 탱크가 다시 남베트남으로 진격했을 때는 더는 미국의 폭탄이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미국 국회가 베트남에서 미국 정부의 공군력 사용을 금지했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베트남 해방 투쟁은 미국의 막대한 군사력을 꺾었기 때문에 승리한 것이 아닙니다. 그 투쟁이 미국 내에서 정치 위기를 일으켰기 때문에 승리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미국에서 발생한 반전 운동이 워낙 거셌기 때문에 미국 지배자들은 베트남에서 철수해야만 했던 것입니다.

우리가 오늘날 부시와 그의 장관들에게 안겨 줄 수 있는 패배는 바로 그런 종류의 패배입니다.

우리는 세계의 어느 정부도, 심지어 토니 블레어도 감히 부시의 이라크 전쟁을 지지하지 못할 만큼 강력한 국제 운동을 건설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전쟁에 관한 미국 내의 여론 분열을 더욱 심화시킬 정도로 강력한 국제 운동을 건설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부시가 이라크 공격 계획을 연기하거나 아예 폐기하도록 강요할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지금 이기고 있다

우리는 지금의 세계 정세에 긴장할 필요가 있습니다. 9·11 테러 이후 미국 정부가 보여 준 행동 때문에 분명 세계는 더 위험한 곳이 됐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세계 정세에서 자신감을 얻을 수 있습니다. 우리는 이기고 있습니다. 이 말은 세계적인 반자본주의 투쟁의 시작을 알린 1999년 시애틀의 WTO 반대 시위대가 외친 구호입니다. 우리는 이기고 있습니다. 이 말은 월든 벨로가 피렌체 유럽사회포럼에서 한 말입니다. 우리는 이기고 있습니다. 이 말은 또한 우리 모두가 제국주의와 전쟁에 반대하는 운동을 건설하면서 할 수 있는 말입니다.

유럽 반전 운동이 주는 교훈

그래서 제 생각에 유럽 반전 운동이 던져 주는 교훈은 두 가지인 듯합니다. 우리는 전쟁에 반대할 태세가 돼 있는 사람들을 모두 결집시켜야 합니다. 그러나 그러한 시위들을 역동적으로 만드는 요인은 바로 그런 시위들이 더 넓은 정치적 급진화에 도움을 주는 방식입니다.

그런데 이제 운동의 시야는 더 넓어지고 있습니다. 11월 9일에 피렌체에서 열린 시위는 이라크 전쟁에 반대하는 최초의 범(凡)유럽 시위였습니다. 그 시위는 이탈리아와 영국 활동가들이 펼친 주장의 결과로 탄생했습니다. 이탈리아와 영국의 활동가들은 모두 전쟁이 가장 중요한 쟁점이라는 것을 이해했기 때문입니다.

물론 유럽사회포럼 역시 다른 사회포럼들처럼 신자유주의와 자본주의에 반대합니다. 하지만 이라크 전쟁이야말로 다른 모든 쟁점을 하나로 모아 주는 구심입니다.

우리는 그 지위를 얻기 위해 싸워야 했습니다. 특히 프랑스의 반자본주의 네트워크인 ATTAC(금융거래 과세 시민연합) 사람들은 전쟁보다 무역 자유화 등의 쟁점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들은 프랑스에서 전쟁 반대 운동에 사람들을 동원하기는 힘들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런 태도를 볼 때 프랑스의 반전 운동이 유럽에서 가장 약하다는 사실은 그다지 놀라운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또한 이라크 전쟁 외에 다른 전쟁들도 많다는 주장에도 대응해야 했습니다. 콜롬비아 내전도 있고, 아프리카에서도 많은 전쟁들이 일어나고 있는데 왜 굳이 이라크 전쟁에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가?

저희는 그 답은 간단하다고 말했습니다. 이라크 전쟁이야말로 미국 제국주의 전략의 핵심 포석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전략을 좌절시키는 것에 우리 모두의 미래가 걸려 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