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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와 이명박이 가리고 싶은 이라크의 진실

KBS에서 9월 10일 방영한 〈수요기획 : 전쟁의 저편 ─ 미군들의 이라크〉는 최근 이라크가 안정됐다는 부시 행정부의 주장은 희망사항일 뿐이라는 것을 보여 줬다.

이 프로그램은 김영미 분쟁지역 전문 PD가 올해 5월부터 8월 초까지 이라크에 ‘불법 잠입’해 찍은 것이다. 그녀는 정부 허락 없이 체류 및 방문 금지 국가에 입국했다는 이유로 귀국 직후 형사고발됐을 뿐만 아니라 출국금지됐다.

부시는 이라크 전쟁에서 특히 보도 통제를 강화해 왔다. 현재 이라크에서 안전하게 취재를 할 수 있는 방법은 김영미 PD가 택한 임베드 프로그램(미군의 보도 검열을 받는 종군기자 프로그램)밖에 없다. 김영미 PD는 이런 상황에서도 왜 이라크에 가려 했을까? 그 답은 2004년 한 언론사와 인터뷰 한 내용에서 찾을 수 있다.

“한국에선 저항군을 마치 테러범으로 몰고 있는데, 만일 그들이 테러범이라면 전 국민이 테러범인 것이다. … 미국의 시각으로 그들을 바라보지 말아야 한다.”

점령이 낳은 비극

김영미 PD가 동행한 미군들은 기지 옆에 있는 민가에 가더라도 중무장을 해야 한다. 언제 자살폭탄조끼를 입고 돌진하는 이라크 인들을 만날지 모르기 때문이다. 최근 이라크에서는 점령과 점령이 부른 종파 갈등으로 가족을 잃은 여성들이 자살폭탄 공격에 가담하는 일이 늘고 있다고 한다.

지금까지 4천 명이 넘는 미군이 목숨을 잃었다. 이 때문에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해 자살하는 미군들이 늘어나고 있다.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미군들은 하나같이 어리다. 20∼25살 된 그들은 대부분 결혼을 했고, 이민 2세거나 흑인에 아이가 한 둘은 있는 가장이다. 이들은 인터뷰에서 변변한 일자리를 얻지 못했거나, 양육비를 벌려고, 모병관들이 대학에 갈 수 있다고 해 이라크로 왔다며 하나같이 “이곳에 오고 싶어 온 사람이 어디 있겠냐” 하고 말한다.

〈수요기획〉 후반부에는 미군이 돈뭉치가 든 007 가방을 이 지역 수니파 부족장에게 건네주는, 실소가 절로 나오는 장면이 나온다. 이라크 ‘안정화’를 위해 종파 간 갈등을 부추겨 온 미군이 부역 조건으로 수니파 민병대에 한화 1천1백만 원이 넘는 월급을 주는 것이다.

다만, “미군의 사전 승인 없이 보도하지 않는다”는 임베드 프로그램의 한계 때문인지, 미군과 이라크인들의 고통이 점령 때문이라는 사실을 명확히 드러내지 못한 점은 아쉽다.

김영미 PD는 앞으로 이라크를 10년 동안 취재할 계획이라고 한다. 앞으로 김영미 PD가 미군의 보도 통제나 정부의 탄압 없이 자유로운 시선으로 이라크를 담아 오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