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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자유주의의 파산

금융 위기는 친자본주의 이데올로그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고 있다. 철저한 시장주의자로 널리 알려진 아나톨 칼라츠키(Anatole Kalatsky)는 최근 은행 시스템의 “전면적인 국유화”가 필요하지 않은지 생각해 봐야 한다고 썼다. 금융 기관에 더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요구도 빗발치고 있다.

자본주의가 제대로 기능하려면 몇 가지 법칙이 필요한데, 여기엔 성문화된 것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것도 있다. 지난 20여 년의 기간 동안 지배계급은 ‘신자유주의’로 알려진 일련의 법칙을 이용해 왔다. 그것은 몇 가지 간단한 정부 정책들, 즉 감세, 탈규제, 민영화, 노동조합 파괴 등을 뜻했다.

그러나 신자유주의가 자본주의에 늘 효과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진 것은 아니다. 제2차세계대전이 끝나고 각국 정부는 경제학자 존 메이나드 케인즈의 이름에서 따온 ‘케인즈주의’를 정부 정책에 적용했다. 그것은 자본주의가 산산조각나는 것을 막으려면 정부가 경제에 개입해야 한다고 강조한 법칙이었다.

두 법칙은 모두 자본주의가 잘 돌아가고 노동자들에게 이윤을 가능한 효과적으로 뽑아내려는 데 목적이 있었다.

전후 약 30년 동안 자본주의는 호황을 누렸다. 그러나 1970년대 초반 경기가 하락하며 케인즈주의식 처방은 이제 잘 작동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실업률이 계속 오르는 중에도 서방 정부는 케인즈주의를 따라 금리를 낮추고 소비를 진작시켜 경기를 끌어올리려 했다.

그러나 이 정책은 불황을 타개하긴커녕 인플레이션만 부추긴 것으로 드러났다. 케인즈주의는 파산했다. 서방 정부들은 필사적으로 다른 해법을 찾아 나섰다.

이전엔 주목받지 못했던, 자유시장을 신봉하는 일군의 경제학자들이 전면에 나설 기회를 얻었다. 오스트리아 경제학자 프리드리히 폰 하이에크(Friedrich von Hayek)의 이론을 따르는 ‘신자유주의자’들은 케인즈주의 이데올로기에 대한 공격의 수위를 높였다.

자유 시장에 관한 도덕에 가까운 확신이 되살아나며 자본주의가 새출발해야 한다는 요구가 생겨났다. 복지국가는 게으름을 부추겼다. 노동조합의 과도한 힘은 투자자들을 등돌리게 만들었다. [부자에게 더 많은 세금을 걷는] 진보적 세금 정책은 근면하게 일할 욕구와 투자에 대한 동기를 꺾어버렸다.

아담 스미스 인스티튜트(the Adam Smith Institute) 같은 우익 싱크탱크들이 갑자기 등장해 이런 메시지를 유포했다. 성장률과 이윤율을 회복하기 위해 지배계급은 채찍을 들어야 했다. 지배계급의 이런 광폭한 탄압이 바로 오늘날 신자유주의로 알려진 것이다.

영국의 대처 정부와 미국의 레이건 정부가 이런 공격을 주도했다. 우선 노동조합을 약화시킨 뒤 항복 문서를 받아내기 위해 엄청나게 탄압했다. [이런 탄압에 맞서] 영국에서는 1984년∼1985년 광부 파업, 1986년 인쇄소공 파업이 벌어졌다. 부자에게 부과된 세금은 모조리 사라졌다. 은행과 금융 기관 들이 자신의 소지금으로 투기를 벌이는 것을 막을 규제들은 철폐됐다.

좌파들은 수세에 몰렸다. 한때 케인즈주의를 거의 종교처럼 신봉했던 사회민주주의자들 ― 예컨대 영국 노동당 같은 ― 은 신자유주의로 돌아섰다.

선거를 통해 집권한 토니 블레어 정부 같은 중도좌파 정부들은 신자유주의 법칙에 따라 민영화를 확대하고 규제를 완화했다. 영국 금융 기관들은 마음껏 활개칠 자유를 얻게 됐다.

이런 규제 철폐의 결과는 오늘날 누가 보기에도 명백하다. 이 기회를 틈타 은행들은 엄청난 양의 현금을 빌려 복잡하고 희한한 방법을 동원해 투기판을 벌였다.

은행이 만들어 낸 신용 상품의 일부는 어느새 일반 소비자들에게로 흘러들어 갔다. 영국에서 실질 임금이 거의 변화가 없는 가운데 소비자 대출은 경기를 지탱해 왔다. 한 연구를 보면, 영국에서 현재 가구당 평균 지출이 실제 수입보다 20퍼센트 정도 더 많은데 이것은 가구당 평균 빚이 이전 어느 때보다 많다는 것을 뜻한다.

은행은 이런 대출을 모아 다시 쪼개 파는 방식으로 지급불능의 위험을 숨겨 왔다. 이 과정은 신용 경색이 시작된 지난해 여름까지 계속됐는데, 막상 위기가 찾아오자 은행들은 자신들이 한 복잡한 투자의 가치가 대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없었다.

게다가 은행들은 서로 돈을 빌려주고 있었기 때문에 이들의 긴밀한 관계는 갈수록 복잡해졌다. 한 은행의 파산은 다른 모든 은행들의 생사를 위협했다.

미국의 몇몇 금융 기관들이 이른바 ‘서브프라임모기지’를 지급하지 못해 파산하자 [미국] 전체 금융 시스템이 위기에 빠졌다. 그리고 이제는 전 세계 금융 시스템이 위협받고 있다.

이런 위기 속에서 미국 정부는 기존의 입장을 완전히 폐기처분했다. 미국 정부는 세계 최대 금융 기관들 중 몇몇을 국유화했고, 금융 시스템을 부양하기 위해 앞으로 약 1조 달러를 쏟아 붓겠다고 약속했다. 그 돈의 대부분은 미국 노동자들의 주머니에서 나온 것이다. 영국 정부는 모기지 업체 HBOS와 로이드TSB 은행의 통합을 추진하기 위해 기존의 경쟁 법칙을 수정해야 했다.

이것이 이데올로기에 미치는 효과는 엄청나다. 오늘날 지배계급은 위기를 관리하는 데 현실적 수단을 쓰지 않으면 안 된다는 압력을 받고 있다. 이들은 방향 감각을 잃은 채 앞으로 나아갈 방법을 두고 사분오열해 있다.

지배계급이 어떤 법칙을 채택해야 할지 지리한 논쟁을 계속하는 동안, 사회의 나머지 부문에는 새 사상을 위한 공간이 만들어질 것이다. 오늘날은 자유 시장이 불변의 법칙이 아니라는 사실을 누구든 이해할 수 있는 시기다. 사회주자들이 개입할 수 있는 가능성은 매우 크다. 우리는 일자리와 주택을 지키기 위해 싸워야 한다. 우리는 또 자본주의 법칙을 수정하는 것만이 아니라 체제 자체를 전복시켜야 한다는 사상을 확산시키기 위해 투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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