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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스 캘리니코스 논평:
미국 지배자들의 혼란과 분열

알렉스 캘리니코스는 런던대학교 킹스칼리지 교수이고, 영국 사회주의노동자당 중앙위원이다. 국내 번역된 주요 저서로는 《칼 맑스의 혁명적 사상》(책갈피)과 《미국의 세계 제패 전략》(책갈피) 등이 있다.

칼 마르크스는 “현대 국가의 행정부는 부르주아의 공동 사무를 처리하는 위원회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솔직히 지난 목요일[9월 25일] 미국 정치 지도자들의 모임은 아수라장이었다.

공화당 우파 국회의원들은 “만약 우리가 돈을 풀지 않으면 이놈[금융시장]은 계속 추락할 겁니다”라는 조지 부시의 간청을 무시했다. 그래서 골드만삭스 중역 출신인 재무장관 헨리 폴슨은 민주당 하원의장 낸시 펠로시에게 싹싹 빌어야 했다.

도대체 이 혼란은 어디서 시작된 것일까? 지난 3주 동안 세계 금융 체제는 완전히 마비 상태였다. 헨리 폴슨이 월가(街)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의 파산을 방치한 것이 전환점이었던 것 같다. 이후 은행들은 서로에 대한 대출을 돌연 중단했다.

여기에는 두 가지 근본적 원인이 있다. 먼저, 은행들은 2000년대 중반 벌인 투기 도박에서 돈을 너무 많이 잃어 자금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둘째, 그 덕분에 은행들은 아무도 사려고 하지 않는 이른바 “부실 자산” ─ 주택 활황 동안 창출된, [액면] 가치를 믿을 수 없는 금융자산 ─ 을 잔뜩 떠안았다.

폴슨은 7천억 달러를 들여 문제 자산을 사들인다는 계획을 의회가 승인해 주길 바랐다. 이것이 통과되면 은행 체제에서 문제 자산을 제거할 수 있을 것이었다.

백악관 회동은 이런 ‘부실 자산 회복 프로그램’에 대한 승인을 얻기 위한 것이었다. 버락 오바마와 민주당은 이 계획을 승인할 준비가 돼 있었다. 그러나 공화당은 최악의 레임덕에 빠진 대통령의 의중을 무시하고 이 계획을 거부했다.

부분적으로 이것은 공화당 대선 후보 존 매케인이 백악관에 입성하기 위해 과감하지만 의미 없는 도박을 계속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더 중요한 요인은 하원의 공화당 우파 모임인 공화당 연구위원회의 반란이다.

그들은 1990년대 의회를 휩쓴 ‘공화당 혁명’의 산물이다. 그들은 부시가 20세기의 유산인 ‘거대 정부’의 물결을 역전시킬 것을 기대했다.

그러나 오히려 부시는 공공지출과 재정적자도 늘렸다. 설상가상으로 부시는 공화당 상원의원 짐 더닝이 “금융사회주의”라고 부른 월가 구출 법안을 승인해 달라고 요청했다.

요동

사실, 그들의 지적은 일리가 있다. AIG와 워싱턴뮤추얼 구제 계획은 사실상 [기업] 몰수로 주주들에게 엄청난 피해를 입혔다. 폴슨은 미국 자본주의를 구하기 위해 국가 권력을 무자비하게 사용한 것이다.

또, 폴슨의 계획에는 몇 가지 기술적 문제가 있다. 이 계획이 성공하려면 미국 정부는 현재 시장 거래가보다 높은 가격으로 자산을 사들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은행들은 추가 자금을 확보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만약 국가가 이런 식으로 은행에 돈을 공급할 거면, 왜 공개적으로 돈을 제공하는 대신 이 투자에 해당하는 양의 주식을 인수하지 않는가? 실제로 일요일[9월 28일] 발표된 타협안을 보면, 정부가 구제할 기업들 중 일부의 주식을 인수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미국 정계가 요동치는 것은 당연하다. 지금 세계경제는 1979년 이후 가장 중요한 국면에 직면해 있다. 1979년 미국 중앙은행장 폴 볼커는 신자유주의의 진정한 탄생을 알린 가혹한 통화 긴축 정책을 취했다.

자본주의 역사에서 경제 붕괴를 막으려고 국가가 지금처럼 과감하게 민간 부문에 개입한 선례가 없다. 시장의 규칙이 방해받아서는 안 된다는 이데올로기가 헤게모니를 행사하는 시대에 이런 일이 발생한 것 자체가 변화를 더 극적으로 보이게 만들고 있다.

폴슨의 계획이 성공할지는 두고 볼 일이다. 누리엘 루비니의 철저하게 비관적인 전망은 계속 옳은 것으로 드러났다. 루비니는 “미국의 심각한 불황”이 “유로화 통용지역, 영국, 대부분의 선진 경제들”로 전파될 거라 예상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전 수석경제학자인 케네스 로고프는 구제금융 계획을 위한 미국 정부의 추가 차입으로 “달러화 지지의 중요한 축 가운데 하나였던 미국의 군사적 우월성이 계속 유지되는 것이 더 힘들어 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말로 전환점이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