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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라민 파동이 드러낸 체제의 진실

중국산 멜라민 분유 파동이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이미 중국에서 ‘공식적’으로 발생한 환자만 5만 5천여 명에 이르고 세계 각국이 중국산 식품에 대한 수입 금지나 리콜 조처를 단행했다. 멜라민은 플라스틱, 염료, 접착제의 원료로 쓰이는 공업용 화학물질로, 사람에게 요로결석과 신부전 등을 일으키고 동물실험에서는 암을 일으키는 게 확인된 물질이다.

멜라민 공포는 이제 과자·커피 크림·빵·초콜릿·아이스크림 등으로 확산되고 있고 심지어 식기구까지 그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이러니 사람들이 “커피 한잔, 과자 한 봉지도 마음 놓고 못 먹나”라는 한탄을 할 수밖에 없다.

중국에서는 이미 2004년에도 저질 분유로 인해 영아들이 머리만 커지는 대두증 사건이 있었고 이 외에도 폐사한 동물의 내장으로 만든 식용유, 공업용 광택제를 입힌 쌀, 포르말린에 절인 배추, 유황으로 말린 고춧가루 등 셀 수 없이 많은 쓰레기 식품 사건들이 발생했다.

그러나 평범한 사람들의 건강과 생명보다는 기업들의 이윤 보호에 더 관심이 있는 중국 정부는 이러한 저질 식품의 생산과 유통을 막는 데 관심이 없다. 멜라민 사건도 중국 당국이 최소 2년 전에 이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은폐해 온 것이 밝혀졌다.

중국 당국은 이 사건이 집단 행동으로 번질 것을 우려해 변호사들이 피해자들에게 무료 법률 자문을 하는 것조차 금지해 버렸다. 평범한 사람들이 고통받고 있는 와중에도 중국 고위층들은 “방목해 키운 내몽고산 쇠고기, 티베트산 유기농 차, 산에서 흘러내린 눈 녹은 물로 재배한 쌀” 등을 특별히 공급받아 먹는다는 흉흉한 소문도 나돌고 있다.

이명박 정부도 멜라민 사태 대처에서 중국 공산당과 막상막하다. 중국에서 멜라민에 의한 사망자가 발생했을 때, 식약청은 “해당 분유가 국내에 수입되지 않았다”며 넋 놓고 있었고 뒤늦게 멜라민이 검출되자 이제는 “검출량이 소량이라 위험하지 않다”고 발뺌했다.

지난해 멜라민이 들어간 중국산 동물사료가 큰 문제가 됐을 때, 주중 한국대사관은 멜라민 식품의 국내 유입 가능성을 경고하는 공문을 3차례나 보냈으나 식약청은 ‘업계의 자율 검사 강화’만을 주문했을 뿐 어떠한 조처도 취하지 않았다.

자율 검사

이명박은 지난 26일 식약청을 느닷없이 방문해 “우리 나라는 식품 관련 처벌 규정이 다른 나라에 비해 약하다”고 호통을 쳤다. 이는 자기 얼굴에 침 뱉는 짓이다. 왜냐하면 이명박 자신이 식품 관련 규제를 완화한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광우병 위험 쇠고기 수입은 말할 것도 없이, 지난 8월 열렸던 한중 정상회담에서도 이명박은 위생안전의 문제가 발생하면 수입을 전면 중단할 수 있었던 한중위생약정을 ‘심각한 위반 사항이 아니면 15일 이후엔 수출 중단이 자동해제’되도록 대폭 완화해 줬다. 이산화황과 콜레라는 아예 검사 항목에서 삭제해 버렸다!

정부는 사태가 커지자 부랴부랴 온갖 식품 안전 대책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은 이미 지난 7월에 ‘광우병 파동’을 진정시키기 위해 정부가 내놓은 정책의 재탕에 불과하다. 물론 이명박 정부가 이런 사후약방문식의 대책조차도 제대로 실행에 옮길 것 같지는 않다. 왜냐하면 중국 현지 식약관을 늘리려는 것도 이명박이 직접 “의미없는 행위”라며 중단을 지시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명박 정부는 신자유주의 논리에 따라 식품 검역을 담당하는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의 인원을 올해 초 34명이나 줄인 바 있고, 식약청에서도 1백 명에 이르는 인원을 감축하려는 구조조정 계획을 만들어 놓은 상태다.

이윤 체제

도대체 식품과는 아무 상관없는 멜라민이라는 공업용 물질이 어떻게 우리의 먹을거리 속에 들어가 문제를 일으키게 된 것일까?

이것은 바로 우리가 살고 있는 자본주의 체제가 조직되는 방식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자본주의는 다수의 기업들이 무자비한 경쟁을 하는 체제다. 경쟁에 뒤처지면 기업은 퇴출되기 때문에, 더 적은 비용으로 더 많은 이윤을 남기는 것이 기업에게는 최우선의 목표가 된다.

이를 위해 각 기업들은 가능한 싼 원자재를 사용해 생산 비용을 줄이려 한다.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위해 물질들을 제거하는 규제는 이윤의 ‘걸림돌’에 지나지 않는다.

더 많은 이윤을 위해 물과 멜라민, 유청분 등을 혼합해 우유 1톤을 가지고 50톤의 ‘쓰레기우유’를 생산해 냈다. 최근 폭로된 바에 따르면 아예 멜라민보다 더 값이 싼 질소비료를 우유에 섞어 버리기도 한다.

이런 메커니즘이 중국뿐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식품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중국 특색의 신자유주의’는 이런 논리를 더 적나라하게 보여 준 것뿐이다.

결국 죄 없는 어린 아이들의 목숨과 수많은 사람들의 건강을 앗아간 이 비극적인 멜라민 파동은 더 강력한 식품 안전 규제의 필요성을 제기할 뿐 아니라 이윤 논리가 완전히 제거되는 완전히 다른 세상을 위해 싸울 필요가 있음을 절실히 보여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