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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체적 난국에 처한 ‘테러와의 전쟁’

미국이 세계경제 위기의 발원지로 주목받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 국방부의 국가정보국은 ‘테러와의 전쟁’의 주요 격전지인 아프가니스탄의 현실이 “암흑과 같다”고 논평했다. 그래서 미국 장성은 최근 영국 총리를 만나 영국군 추가 파병을 요청해야 했다.

실제로 탈레반과 다른 아프가니스탄 저항 조직들은 아프가니스탄 수도 주변을 포위하기 시작했고, 아프가니스탄 전역에서 점령군을 상대로 맹렬한 공격을 벌이고 있다.

나토연합군의 일부로 아프가니스탄에 파병한 나라의 정부들은 이구동성으로 점령이 패배를 향해 나가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최근 미국 합참의장은 의회 청문회에서 “우리는 쫓기고 있다. 우리가 이기고 있다는 말에 동의하기 힘들다” 하고 증언했다. 그는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 국경의 양쪽 지역을 아우르는 포괄적 군사 전략을 내놓을 것을 주문했다”고 덧붙였다.

이런 전략의 일부는 이미 실행되고 있는 듯하다. 파키스탄군은 파키스탄 북쪽 국경의 부족민 지역에서 대규모 군사 작전을 펼치고 있다. UN 보고서를 보면, 이 때문에 2만 명이 넘는 난민들이 아프가니스탄 쪽으로 피난 가고 있다.

긴장이 고조되면서 심지어 파키스탄군과 미군 사이에 몇 차례 무력 충돌이 발생하기도 했다.

영향력있는 미국 우파 싱크탱크인 랜드연구소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전환점에 도달했다. 탈레반과 알카에다 등 수니파 무장 세력들이 아프가니스탄 국토의 거의 절반에서 활약 중이다.”

미국 정부 입장에서 아프가니스탄 문제를 해결하는 데서 걸리는 점은 이라크의 ‘안정’이 너무 깨지기 쉽다는 것이다. 미국 군부는 얼마나 많은 병사를 얼마나 빨리 이라크로부터 아프가니스탄으로 재배치할 것인가 하는 문제를 두고 분열해 있다.

그래서 미 국방장관 로버트 게이츠는 “우리는 전쟁의 막판에 접어들었고 지금 당장, 그리고 앞으로 몇 달간 우리가 내릴 결정이 미래 이 지역의 안정과 미국의 국가안보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하고 경고했다.

이라크 주재 미국 대사 라이언 크로커는 ‘전략적 인내심’을 요청하고 있는데, 쉽게 말해서 아프가니스탄을 구하려고 이라크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쿠커는 이라크에서 이란의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는 것에 경각심을 품고 있다.

크로커는 이렇게 말했다. “[이란 정부는]이라크의 상황이 완전히 안정되는 데 근본적으로 반대할 이유가 있다. 이란 정부는 이라크에 계속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이라크의 상황을 계속 불안정하게 만들고 싶어 한다.”

징병제를 도입하지 않는 한, 미군은 두 개의 전쟁을 한꺼번에 성공적으로 벌일 군사력을 가질 수 없다. 한 곳의 점령은 안정시킬 수 있을지언정, 두 곳을 모두 안정시킬 수는 없다.

이런 딜레마 때문에 대선 후보인 버락 오바마와 존 매케인이 서로 다른 전략을 내놓고 있다.

오바마는 미국이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 사이 국경에서 벌어지는 전쟁에 좀더 집중해야 한다고 말한다. 반면 매케인은 이란을 치고 싶어 한다.

미국 정부의 입장에서 더 곤혹스러운 것은, 러시아가 이란의 핵 개발을 억제하는 데 예전보다 덜 협력적이란 것이다.

지난주 러시아 정부는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 강화를 논의하는 서방 정부들의 모임에 참석하지 않았다.

또, 러시아는 아프가니스탄 북부를 통해 나토연합군에 군수품을 제공한다는 계획에도 시큰둥하게 반응하고 있다.

러시아 외무장관 세르게이 라브로프는 이렇게 말했다. “올 4월 나토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협정은 여전히 유효하지만, 그것을 실제로 실천하도록 허용할 생각은 없다.”

이 협정에 따르면 나토는 위험한 파키스탄 북부 지역을 통하지 않고 아프가니스탄의 나토연합군에 보급품을 공급할 수 있다.

러시아는 최근 그루지야와 전쟁을 벌여 승리한 후 옛 소련공화국들에 대한 영향력을 강화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미국 정부 입장에서 더 신경쓰이는 것은 러시아 군함들이 흑해에 대한 통제권을 확보하고 옛 소련 시절 사용했던 시리아의 항구로 다시 진출한 것이다. 러시아 군함이 지중해로 돌아온 것이다. 러시아는 미국의 신경을 긁으려고 최근 카리브해에서 베네수엘라 해군과 합동 군사 훈련을 벌이기도 했다.

아프리카 ─ 이른바 “테러와의 전쟁에서 세 번째 전선” ─ 에서도 미국의 힘에 대한 믿음이 흔들리고 있다.

미국 정부는 ‘이슬람 극단주의’에 맞서기 위해 소말리아를 침략하라고 에티오피아 정부를 부추겼다.

그러나 에티오피아의 소말리아 점령이 빠른 속도로 문제에 부딪히면서 전략적 요충지인 ‘아프리카의 뿔’에 대한 통제력을 강화한다는 미국 정부의 계획이 위협받고 있다.

지난 8년 동안 조지 부시는 미국의 힘을 더 강하게 하기 위해 일련의 전쟁을 벌였다. 그러나 그들은 미국의 힘에 한계가 있다는 것을 보여 줬을 뿐이다.

지금 진행 중인 경제 위기가 당장 미국의 군사력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겠지만, 온갖 전쟁에서 이겨야 한다는 압박감은 더 커질 것이다.

파키스탄, 어쩌면 이란으로 확전 가능성은 미국 정부가 패배를 모면하기 위해 절망적 도박을 벌이면서 세상을 더 위험하게 만들고 있음을 보여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