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방장관 럼스펠드는 얼마 전 “미군은 환영받지 않는 곳에서는 주둔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국인들이 원하지 않으면 주한미군을 철수시키라는 미국 우익의 협박성 발언과 일맥상통하는 얘기다. “한국인들을 위해” 한국전쟁에서 목숨을 던지고 주한미군을 주둔시켰는데, “은혜”를 모른다면 나가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1945년 9월 미군이 처음 이 땅에 발을 디딘 그 순간부터 그들이 한국인을 위해 한 좋은 일은 아무것도 없다.

한국전쟁 동안 미국은 한반도를 소련과 힘을 겨루는 전장으로 사용하며 노근리 등지에서 한국 양민 학살을 일삼았다. 그 뒤에도 남한을 대 소련 전진 기지로 무장시켜 왔다.

미국은 소련이 붕괴한 뒤 사실상 주둔 명분이 사라졌는데도 북한을 들먹이며 군대를 유지해 왔다. 순전히 북한만을 겨냥한 것이라면 남한의 군사력으로도 모자람이 없는데도 말이다.

게다가 주한미군은 전쟁을 막는 “억지력”으로 작용하기보다는 한반도 위기를 불러일으킬 뿐 아니라 동아시아 전역에서 군비 증강을 부추기고 있다.

미국은 남한을 포함해 아시아 곳곳에 자신의 군대를 주둔시킴으로써 동아시아에서 미국의 패권을 유지하려 한다. 주한미군은 미국의 이익을 위한 것이지 보통의 한국인을 위한 게 아니다.

최근에 거론되고 있는 주한미군 “감축”도 미리 계획돼 온 것일 뿐이다. 부시 정부는 주한미군의 지상군 감축과 군사 기술 현대화를 꾸준히 논의해 왔다.

비무장지대 인근 지상군의 규모를 줄이는 대신 첨단 장비와 공군·해군력 중심의 장거리 공격력에 중점을 두겠다는 것이다. 이것은 미국이 북한을 선제 공격했을 경우 전방에 배치된 미군 지상군의 피해를 염려한 조처로도 보인다.

미국은 주한미군 개편과 현대화를 미리 계획해 놓고 있었으면서도 우익의 입을 통해 이를 협박식으로 제기하고 있다. 그럼으로써 한국민들 사이에 있는 안보 우려를 자극하고 이를 반미 분위기를 억누르는 데 이용하려 하고 있다.

한나라당과 〈조중동〉일보 등 남한 내 우익이 이 거짓말에 맞장구치는 것은 역겨운 위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