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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 위기와 투쟁의 과제:
휘청거리는 한국 자본주의

한국 경제가 “죽느냐 사느냐 하는 판”(정부 관계자)으로 나아가고 있다. IMF 때의 ‘금 모으기 운동’을 떠올리게 하며 한나라당에서는 ‘달러 모으기 운동’도 제안하고 나섰다.

물론 이것은 세계적 위기의 일부다. 미국 의회가 구제금융안을 통과시켰지만, 위기는 오히려 유럽으로 확산하고 있다.

금융 위기의 확산으로 전 세계 금융기관이 대출을 줄이고 달러를 구하면서 한국의 은행·기업 들은 달러를 빌릴 통로가 막혔고 원/달러 환율은 1천3백50원까지 폭등했다. 원/달러 환율은 1천5백 원까지 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달러를 풀어도 환율은 잠깐 하락했다가 더 크게 오르면서 외환보유액만 줄어들고 있다.

금융 위기가 전 세계에서 금리를 끌어올리면서 미국에서는 은행 간 금리가 6퍼센트대로 높아졌고, AT&T 같은 미국 대기업들도 돈을 빌리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국에서도 금융기관들이 대출을 크게 줄여, 회사채 금리나 부동산 대출 금리가 큰 폭으로 오르고 있다. 이 때문에 3백조 원 가까이 되는 부동산담보대출이나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이 당장 부실화할 위험에 빠져 있다.

이런 금융 부실이 터질 조짐이 조금만 더 커진다면 달러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가 외환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

이제 남은 길은 수출 확대와 해외 자산매각으로 달러를 들여오는 방법 등이 있다. 다급해진 재정부 장관 강만수는 은행들에게 해외자산을 매각해 달러를 들여오라고 압력을 넣었다. 그런데 이것이 달러 부족의 ‘신호’가 되면서 환율은 더 올라갔다.

수출 확대도 난망한 일이 됐다. 전 세계적인 실물 경제 위기 속에 한국의 9월 자동차 수출은 지난해 같은 달 수출에 비해 10퍼센트 넘게 감소했고, 그동안 잘나가던 석유, 조선, 철강 회사들도 실적이 악화하고 있다.

이 때문에 강만수조차 “금융위기가 실물 경제로 퍼져나갈 것으로 생각하며 이미 시작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래저래 한국 경제가 외환위기를 피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아시아통화기금이 위기를 해결할 수 있을까

강동훈

이명박 정부가 한·중·일 재무장관 회담과 금융 정상회담을 제안했다. 기획재정부 장관 강만수는 “연중 AMF(아시아통화기금) 설립에 가시적인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시아 국가들의 외환위기 가능성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AMF 창설에 주도권을 쥐려고 하는 중국·일본에 대해 중재자 구실을 함으로써 한국의 위상을 높이고, 외환보유고를 보충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고자 하는 의도일 것이다.

한미동맹 강화를 주창해 온 이명박 정부가 역설적이게도 AMF 설립에 적극 나서는 상황이 됐다. 1997년 동아시아 위기 때도 미국은 자신의 영향력 감소를 걱정해 AMF 설립을 반대했다. 실제로 AMF가 설립된다면 미국 패권의 약화를 보여 주는 사건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이를 실제로 설립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일본·중국은 AMF에서 주도권을 가지려고 더 많은 지분을 내놓겠다고 다투고 있으며, 의사결정 방식 등을 어떻게 할 것인지도 합의하기가 쉽지 않다. 한국 지배자들도 일본·중국에 끌려다닐 생각은 없을 것이다.

AMF가 설립된다해도 경제 위기가 심화하는 상황에서 잘 운영될지 알 수 없다.

경제 교류·협력이 더 진척돼 온 EU조차 경제 위기 대처를 위해 단합하지 못하고 자국 자본을 위해 이웃 국가에 피해를 줄 수 있는 정책들을 주저없이 채택하는 것을 보라.

AMF 설립으로 한국 경제의 수출 감소와 달러 자금 이탈은 해소되기 힘들 것이다.

진보신당과 같은 진보진영 일부는 AMF 창설을 찬성하고, “중국과 일본의 갈등을 한국이 제대로 중재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하고 있다.

이들은 이전부터 미국의 경제 패권에 맞서 동아시아 경제공동체 구성을 대안으로 주장해 왔다.

물론 이들은 미국식 신자유주의에 대한 반대에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다.

그러나 동아시아 경제공동체가 노동자·서민에게 득이 될 가능성은 없다. 비민주적이고 악랄하기로 유명한 한·중·일 각국의 지배자들은 자국의 노동자·서민에게 경제 위기의 대가를 떠넘길 것이고, 동아시아 경제공동체가 구성된다고해도 이들은 유럽이나 미국 자본주의와 경쟁하기 위해 노동자·서민을 쥐어짤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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