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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수배자 김광일 인터뷰:
"이명박에 대한 분노가 들끓고 있습니다"

촛불 수배자들이 촛불의 대의를 지키며 어려움 속에서도 조계사 농성을 한 지 1백 일이 됐다. 촛불 2기 연대 기구 출범을 앞두고 촛불에 대한 평가도 다시 논의되고 있다. 농성 1백 일을 맞아 광우병국민대책회의 행진팀장이자 다함께 운영위원인 김광일 씨를 만나 농성 1백 일을 맞은 소감과 촛불 평가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촛불에 참가한 유모차 부대·예비군·청소년 소환 등 촛불에 대한 보복과 탄압이 계속되고 있는데요.

사실 지금 이명박이 꺼내 놓은 카드들은 촛불이 타오르기 전부터 시도하려 했던 것들이었습니다. 도심 외곽에 상설 시위구역을 만들어 집회를 제한하려고 하는 것이라든지 백골단 같은 시위전담 경찰을 구성한 것이라든지 국정원 같은 정보기관의 권한을 강화하는 것 등이 그렇습니다.

촛불은 이명박 정부가 애초에 하려고 했던 것을 저지했습니다. 그것을 정부가 다시 시도하려고 하는데, 그조차도 촛불이 만들어 놓은 정부에 대한 불만·반대 여론의 확대 때문에 매우 불안정하게 추진되고 있습니다. 사노련에 대한 영장이 기각된 것이 대표적 사례겠죠.

탄압 이면에 정부의 위기의식이 매우 심각하다는 점을 봐야 합니다. 이 정부가 소통으로 시민을 설득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거든요. 그래서 정부가 지금 의존할 수 있는 방법은 탄압을 강화하는 것뿐이고, 이것은 이명박 정부의 불안정을 보여 주는 것입니다.

이명박 정부에 맞서서 앞으로 어떻게 싸워야 할지 말씀해 주시죠.

새로운 저항의 분출이 어떤 형태로 나타날지 예측하긴 어렵습니다. 노동자 파업이 분출할 수도 있겠고, 또는 학생들의 반란이 벌어질 수도 있겠죠.

무엇보다 우리 운동이 제2기 촛불 운동을 말하며 새 연대기구를 추진하는 상황에서, 지난 3개월간 한국을 뒤흔든 촛불 운동으로부터 제대로 배우는 게 중요하다고 봅니다.

예컨대, 촛불 운동의 성장에 크게 기여한 박원석 상황실장님이 지난주 〈경향신문〉과 한 인터뷰에서 ‘정권 퇴진 불사를 천명한 것은 촛불 운동의 큰 실수였다’고 말한 것은 결코 정확한 평가가 아니라고 봅니다. 왜냐하면 5월 2일 맨 처음 촛불이 타오른 그 순간부터 이 운동은 이명박 정부에 반대하는 정치 운동이었기 때문입니다. 또 앞으로의 저항도 이명박 정부에 맞서는 정치 운동이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두 번째, 지도의 문제입니다. 5월 6일에 구성된 광우병국민대책회의는 운동을 확대하는 구심이자 정치적 상징 구실을 했습니다. 운동 속에서 지도적 구실을 한 것이지요. 문제는 지도의 내용이었습니다. [대책회의 안에서 주요 시민·사회단체들은] 이명박을 퇴진시켜야 한다거나 쟁점을 광우병에 국한하는 게 아니라 일반화된 정책 반대로 나아가자는 시위 참가자들의 정서를 반영하는 것에 굼뜨거나 회피하려 했습니다.

이 문제는 또 다른 저항이 분출하는 데서도 굉장히 중요한 문제라고 봅니다. 어떤 운동에서든 지도는 존재합니다. 문제는 그 지도의 내용이 무엇이냐, 지도의 방향이 올바른 것이냐, 지도권을 쟁취하기 위해 어떤 활동을 펼칠 것이냐가 중요합니다.

운동이 민주당과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하는가 하는 문제도 있습니다. 예컨대, ‘다함께’는 새로운 연대기구를 위한 시국회의에 민주당을 초청하는 것을 반대했는데, 시국회의 참가자 다수는 민주당을 포함시켜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대선 자금 비리의 주인공 안희정 등이 참석한다고 합니다.

문제는 민주당이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려고 하는 신자유주의 정책의 씨앗을 뿌린 자들이라는 것입니다. 또, 이라크·아프가니스탄·레바논 파병 등 친제국주의 정책을 추진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정당과 연대하는 것은 운동의 확대에 도움이 되긴커녕 운동의 초점을 흐리는 부작용만 낳을 것입니다.

예컨대, 공기업 사유화, 비정규직 확대 등의 문제에서 민주당이 일관되게 반대할 수 있을까요? 그들도 한나라당과 마찬가지로 시장주의 정책을 지지하며 자본가들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에 일관되게 반대할 수 없습니다. 이런 것들이 운동의 발목을 잡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지요.

그들이 운동에 들어오는 것을 원천적으로 막을 수는 없겠지만 준상설적인 연대기구에 민주당을 포함시키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농성 1백 일을 맞는 소감을 말씀해 주신다면요.

1백 일 동안 정말 많은 분들이 찾아 오고 후원하고 지지해 주셨습니다. 이런 것들이 흔들림 없이 농성을 이어올 수 있는 힘이 됐지요. 촛불의 한 국면이 끝났고 아직 새로운 저항이 분출하고 있지는 않지만 기저에 이명박 정부에 대한 분노와 반감이 끓고 있다는 것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또 지난 1백 일 동안 중요한 변화가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경제 위기가 심각해졌습니다. 한국을 포함한 세계경제의 심각한 후퇴는 굉장히 중요한 변화입니다. 운동이 이 문제에 어떤 접근을 하고 어떤 대안을 내놓을 것인지가 매우 중요합니다. 다음 번 저항이 분출하는 데서 경제 위기는 굉장히 중요한 문제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