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은 은행과 건설 투기꾼들에게는 엄청난 혈세를 투입하면서 정작 경제 위기 때문에 허덕이는 노동자·서민은 내팽개치고 있다. 최근 우리의 삶을 망가뜨리고 있는 고물가, 실업, 펀드 손실 문제에 대한 투쟁의 요구들을 제시한다. 더 폭넓은 문제들에 대해서는 12면의 ‘더 나은 삶을 위한 주요 요구들’을 보시오.

여전한 고물가 ─ 가격을 통제하고 임금을 인상하라 

금융 부문에서 시작된 위기가 실물 경제로 번지고 유가 하락 등으로 세계 주요 국가들에서 디플레이션이 시작됐다는 소식이 들려오는 가운데, 한국에서는 오히려 물가가 크게 올라 노동자·서민이 고금리와 물가 폭등의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 7월 5.9퍼센트를 기록한 물가상승률은 9월에도 5퍼센트 대에 머물렀다. 특히 주요 생필품 물가는 최대 80퍼센트 이상 올랐다. 지난해에 비해 밀가루 값이 89퍼센트나 오른 데 이어 이번 달에도 쌀(16.4퍼센트), 밀가루(2.9퍼센트), 삼겹살(36.9퍼센트), 마늘(50.5퍼센트) 등 주요 생필품 가격이 크게 올랐고 버스 요금 등 공공요금 인상도 줄줄이 예고됐다.

반면 주요 대기업들은 환율 폭등으로 인한 원자재 값 인상분과 외채 이자 증가분을 소비자 물가에 반영하는 등 ‘철밥통’ 지키기에 여념이 없다. 국제 유가가 절반으로 폭락하는 동안에도 국내 휘발유 가격은 좀체 내리질 않고 있고, 주가 폭락을 막겠다며 금리를 조금 낮췄지만 시중 은행들의 주택담보대출 이자율은 오히려 오르고 있다.

따라서 금리 인하로 국내 외국인 투자자들이 달러를 회수하기 시작하면 환율이 더 오를 수 있고, 이는 물가 폭등을 부추길 것이다.

최근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 결정을 두고 주류 언론조차 ‘정부가 물가를 포기한 것 아니냐?’며 비판하고 있다.

따라서 시장의 변덕과 기업주들의 이윤 추구 자체를 가로막아서라도 고금리·고물가의 이중고를 겪는 노동자·서민을 보호해야 한다. 강제로 가격을 통제하고 노동자·서민의 실질 소득을 늘려 현재의 실질 임금 하락을 막아야 한다.

그러려면 물가인상률을 웃도는 임금 인상과 복지 확대, 예금 보호, 대출 이자 면제 등의 조처가 필수적이다. (장호종 기자)

우리의 일자리를 지키자

경기 침체가 대량 실업의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지난해 말 15~34세 인구 중 1백만 명에 육박하는 6.9퍼센트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청년 무(無)업자였다. 통계상 실업 이외에도 ‘구직 단념자’와 주당 근로시간이 26시간 이하인 잠재실업자까지 포함하면 그 규모는 4백만 명에 육박한다.

더구나 지난달 취업자 증가 수는 3년 7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고, 올 하반기 주요 은행 입사 경쟁률은 최대 2백 대 1을 넘었다. 제2의 IMF 한파가 곧 닥칠 것이라는 불안감 때문에 올해 취업하지 않으면 끝장이라는 말이 구직자들 사이에서 떠돈다.

경제 위기 시기에 기업들은 이윤이 보장되지 않기 때문에 투자를 줄이면서 노동자들을 정리해고하고, 신규 채용을 줄인다. 결국 대량 실업은 무계획적 축적과 거품 키우기로 위기를 부른 자들이 책임져야 할 대가를 노동자들에게 떠넘기는 것이다.

그러나 대량 실업 사태는 구매력을 급격히 떨어뜨려 위기를 심화시키는 악순환을 낳을 뿐이다. 그런데도 이명박은 문제를 더 악화시키는 방향으로 역주행하고 있다. 이명박은 공기업 인원 감축, 은행 노동자 임금 동결과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고, 노동부 장관 이영희는 “대한민국의 근로기준법은 근로자를 과보호한다”며 정리해고 요건을 완화하려 한다.

따라서 이명박과는 전혀 다른 대안이 필요하다. 왜 부자들을 구제하는 데 사용되는 엄청난 돈을 노동자·서민을 살리는 데는 쓸 수 없는 것인가? 왜 다른 한편에서는 초과근무에 시달리는 노동자들이 있는데, 다른 한편에서는 실업자들이 생계를 위협받고 자존감을 잃은 채 살아가야 하나?

이 불합리한 상황을 바꾸려면 대량 해고를 부를 공기업 민영화와 구조조정, 노동유연화를 당장 중단해야 한다. 부자들의 빚을 갚아 주는 데 사용되는 엄청난 돈은 노동자들에게 양질의 정규직 일자리를 제공하는 데 쓰여야 한다.

직장폐쇄나 정리해고를 단행하려는 기업들은 국유화해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보장해야 한다. 실업자들에게는 직장을 구할 때까지 적절한 생활수준을 유지할 수 있을 만큼 실업수당을 지급해야 한다. 임금과 노동 조건 후퇴 없는 주 35시간 노동을 통해 일자리를 나누는 것도 필요하다. (최미진 기자)

펀드 손실 ─ 손실의 주범들이 책임져라

월급의 절반 이상을 펀드에 붓던 젊은 직장인들.

퇴직금을 펀드에 몽땅 넣거나 한 푼, 두 푼 모은 쌈짓돈을 펀드에 넣어 온 할아버지·할머니.

주택담보대출로 빌린 돈으로 펀드에 가입해 사교육비를 감당해 보려던 주부들.

이들의 희망이 펀드와 함께 추락하고 있다. 올해 개인 펀드 손실액만 51조 7천억 원이다. 수익률 플러스인 펀드가 단 하나도 없다.

돼지저금통까지 펀드 광풍에 끌어들인 건 투기 거품을 조장하고, 거품 가격에 주식을 되사 줄 사람을 기다리던 투자 자본들이었다.

사실 펀드 손실 자체는 금융기관에게 피해가 없다. 판매와 취급 수수료가 수익원이기 때문이다. 날아가는 건 평범한 사람들의 돈이다. 다만, 수익률 하락으로 수탁금이 줄어들면 수수료 수입이 줄어든다. 따라서 이들에게 당장 필요한 건 ‘거래’다.

그래서 중국 펀드에 ‘몰빵’하다 올 초 위기에 몰린 미래에셋은 “주가가 하락하는 지금이야말로 투자 적기”라며 대대적으로 광고를 했다.

그리고 이들 뒤에는 투기상품 규제를 꾸준히 완화하면서 ‘펀드 안 하면 바보’라고 할 정도로 정책적으로 펀드 투자를 장려해 온 정부가 있었다.

따라서 금융 위기로 인한 서민 피해에 대한 책임이 정부와 자본에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또 다른 피해자인 금융 노동자들에게 임금 동결을 요구할 게 아니라 정부와 자본이 피해자들에 대해 보상해야 한다.

또, 투기 상품 자체를 전면 규제해야 한다. 펀드보다 더한 투기 상품 판매를 전면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한미FTA와 자본시장통합법은 모두 폐기해야 한다.

투기 큰손들이 펀드 개미들만 누더기 시장에 남겨 놓지 못하도록 자본 이동에 통제를 가하고, 필요하면 은행 등 금융기관을 국유화해야 한다. (김문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