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의 공격과 탄압에 맞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처절한 항거가 계속되고 있다. 최근 금속노조 콜트·콜텍지회와 하이텍알씨디코리아지회 노동자들은 80미터 높이 15만 4천 볼트 고압송전탑 농성도 시작했다. 이런 상황에서 1천 일이 넘는 투쟁과 1백 일 가까운 단식으로 비정규직 투쟁의 역사를 기록해 온 금속노조 김소연 기륭전자 분회장을 인터뷰했다.

이 인터뷰는 정부·사측의 폭력 진압이 자행된 10월 20일과 21일 전인 10월 19일에 한 것이다.

4년간 투쟁을 이어 온 과정이 쉽지 않았을 텐데요.

노동조합을 만들면서 첫째 요구가 고용안정이었어요. 워낙 해고가 빈번했으니까요. 그런데 회사가 또 일방적으로 해고를 했죠. 불법파견 판정이 났는데도 우리만 해고되고 회사는 겨우 벌금 5백만 원만 냈죠. 해고되고 가슴에 피멍 든 노동자들이 두 눈 시퍼렇게 뜨고 있는데 그럴 수는 없는 거예요.

언제 잘릴지 모른다는 불안감, 그 스트레스 속에서 일해야 하는 그 고통은 바로 잡아야 되지 않겠는가 하고 생각했죠. 또 여기 포기하고 딴 데 가도 똑같아요. 구로공단에 파견근로가 아닌 곳이 없기에 인간으로서 존중받으면서 일하고 싶었죠.

무엇보다 함께했던 동지들의 연대를 배신할 수 없었어요. 정말 많은 분들이 함께해 주셨는데 우리가 포기하면 그 동지들이 얼마나 상심이 크겠어요. 그래서 포기할 수 없죠.

촛불 항쟁은 기륭 투쟁에 어떤 영향을 끼쳤나요?

촛불 이후에 국민들의 의식이 많이 바뀐 것 같아요. 구로역 CCTV탑에서 고공농성 할 때 정말 많이 느꼈죠. 지나가는 시민들이 먹을 것도 사다 주시고, 투쟁 지지금을 주시고 했어요. 예전 같으면 상상도 못할 일이었죠. 공장 앞에서 단식에 들어간 이후 일반 시민들이 많이 오셨어요.

촛불이 커졌을 때 비정규직 문제가 바로 전면에 나오진 않았죠. 하지만 기륭이 ‘비정규직 ─ 일터의 광우병'을 처음 제기하면서 시민들도 관심을 갖게 된 것 같아요. 그런 항쟁이 있었기 때문에 이렇게 네티즌들도 함께하고, 발전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시민들이 마음 아파서 왔다고 하면서 함께 울고 가고, 정말 감동이었죠. ‘사람의 마음이 이런 거구나. 세상에 정말 좋은 사람들 많구나' 하는 생각을 했죠. 이것이 더 확산돼 다시 한 번 항쟁을 만들었으면 좋겠어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을 위해 무엇이 필요할까요?

조직되지 못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절망 속에서 살고 있죠. 분노하면서도 힘이 없으니까 당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많죠. 결국 조직된 곳이 절망 속에서 살고 있는 많은 노동자들에게 희망을 줘야 합니다. 너무 고통스럽기 때문에 분노는 폭발할 수밖에 없지만 혼자 힘만으로는 어려움이 있죠. 조직된 노동자들과 단체들이 더 많이 실천하고 고민해야 합니다.

기륭을 보세요. 94일을 단식하고도 해결이 안 됐지만 ‘너희가 노동자들 만만하게 대하면 우리도 이렇게까지 싸울 수 있다' 하고 경고하는 것입니다.

비정규직 차별 철폐를 위해 투쟁하는 사람들에게 한 말씀 해 주시죠.

기륭 회사가 직원들 모아놓고 집회를 하면서 ‘해고는 필요하다', ‘경쟁은 필요하다'라는 팻말을 들고 나왔죠. 그런 팻말을 들었던 분들이 최근에 해고됐어요. 모두 고용안정 되려면 비정규직 문제가 해결돼야 합니다.

우리가 ‘1천 일 문화제' 한다고 했을 때 많은 분들이 이제 정리하려나 보다 하고 생각했지만 우리는 정리할 생각이 아니었어요. 기륭이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한 우리는 끝까지 투쟁을 할 것입니다. 아무것도 없이 그저 두 손만 있어도 싸울 것입니다. 우리는 모두 ‘대충 정리 못 하겠다. 끝까지 해 보겠다' 하고 결의했습니다.

촛불은 우리 경험이 다가 아님을 증명합니다. 사람들에게 분노가 있어요. 거칠고 질서정연하지도 않지만 발전하고 있죠. 역사는 만들어 가는 것이고 싸움도 만들어 가는 것입니다.

‘비정규직이 사회적으로 대세고, 첫술에 배부를 수 있냐'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그래서는 안 될 것 같아요. 자본은 전면전을 하고 있는데 우리도 전면전을 해야 합니다. 최선을 다해 조직하고 싸웠으면 좋겠습니다.

승리할 수 있다는 기세를 갖고 단결하고 투쟁해야 합니다. 비정규직 문제는 자본주의와 신자유주의의 핵심적인 문제죠. 이 문제에 힘차게 함께 대응했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꼭 드리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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