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개발연구원(KDI)이 최근 발표한 연구 보고서(‘외환 위기 이후의 소득 분배 구조 변화와 재분배 정책 효과 분석’)를 보면 한국 사회의 빈부 격차가 경제 위기를 겪으면서 더 커졌음을 알 수 있다.

보고서를 보면, 가구별 근로 소득의 불평등 정도는 특히 1998∼2001년 사이에 훨씬 더 심해졌다.

‘가구 실태 소비 조사’에서 드러난 2000년 전체 가구의 지니 계수는 0.389다. 1995년에는 0.332였다. 그 만큼 빈부격차가 심해졌다.(지니 계수는 0과 1 사이의 값을 가지며 1에 가까울수록 소득 분배가 불공평하다.)

0.057 차이가 뭐 그리 대수일까? 아니다. 지니 계수가 0.01 개선되면 노동 공급이 3퍼센트 줄어드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낸다는 통계가 있다.

경제 위기를 겪으면서 부유한 사람들은 더 늘어났다. 상류층(중간소득 대비 1백50퍼센트 이상)의 비율은 1994년 21.0퍼센트에서 2001년 22.7퍼센트로 높아졌다.

상대적 빈곤층(중간소득 대비 50퍼센트 이하)의 비율은 1994년 8.8퍼센트에서 2001년에는 12.0퍼센트로 급격히 높아졌다.

‘중산층’의 비율은 70.2퍼센트에서 65.3퍼센트로 낮아졌다. 상대적 빈곤층에 가까워지는 ‘중산층’ 비율이 계속 늘고 있다. ‘중산층’에서도 중하층(소득 중간값의 50퍼센트)에 해당하는 소득을 얻는 가구의 비중이 더욱 늘어나고 있다.

보고서는 이런 현상을 이렇게 표현했다. “양끝의 꼬리가 두터워지는 양극화 현상”.

계급 내에서도 양극화 현상이 심해졌다. 한 가지 예로 노동자 가구의 지니 계수도 1995년∼2000년 기간 동안 0.026 증가했다.

양극화가 심해진 이유는 뭘까?

소득 양극화가 커진 이유를 KDI는 1990년대 중반 이후 노동 시장의 구조에서 찾는다.

소득이 줄어든 가구에서는 가구 내 평균 노동자 수가 0.4명 줄었다. 소득이 늘어난 가구에서는 0.3명 늘어났다. 결국 취업이 가구 소득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취업뿐 아니라 고용 형태도 빈곤과 직결돼 있다. 비정규직의 증가는 바로 절대적 빈곤이 늘어나고 있다는 증거다. 3.3인 가족 기준으로 80만 원을 조금 넘게 버는 가구를 절대적 빈곤 가구라고 할 때,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가장인 절대 다수의 가구가 이에 속한다.

그래서 보고서는 빈곤층을 줄이기 위해서는 취업률을 높여야 한다는 결론을 내놓고 있다.

보고서의 저자들은 묻는다. 그 동안 ‘생산적 복지’라는 이름으로 진행된 복지 정책들이 부를 재분배하는 효과를 낳았는가?

보고서 작성자들은 그 증거를 찾기 어렵다고 말한다. 빈곤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30퍼센트에서 40퍼센트의 생계비 보조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국민기초생활’을 보면, 생계비의 2.5퍼센트만이 지급됐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