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제 언론을 보면, 오늘날 금융 위기가 (신자유주의가 잘나가던 때는 죽은 개 취급을 당했던) 칼 마르크스와 메이너드 케인스의 귀환을 뜻하는 것 아니냐는 투의 기사가 넘쳐난다.

그러나 이 위대한 지식인들의 이름이 어떤 상징으로만 그치는 게 아니라면, 그들의 사상을 오늘날 세계경제 위기를 이해하는 데 적용할 필요가 있다. 이 위기가 금융시장에서 시작했다는 사실로부터 한 가지 재밌는 물음이 생겨난다. 즉, 이 위기는 주되게 금융시장의 위기인가, 아니면 자본주의 체제 자체의 위기인가?

이것은 마르크스와 케인스의 주된 논쟁점 중 하나다. 둘 모두 자본주의 경제가 근본적으로 불안정하다는 데 동의했지만, 케인스는 이 불안정을 설명하며 주로 금융시장과 그것의 속성 ─ 투기 거품을 키우고 필연적으로 그것이 꺼질 때 심각한 경제 침체를 부르는 ─ 에 초점을 맞췄다.

반면 마르크스는 위기의 근본 원인이 생산 체제로서 자본주의 그 자체에 있다고 봤다. 특히 자본주의 하에서 기업 간 경쟁 때문에 이윤보다 투자가 훨씬 빨리 늘고 따라서 이윤율이 떨어진다는 것이었다.

지난주 토요일 [영국 반자본주의 계간지] 《인터내셔널 소셜리즘》 주최로 긴급하게 열린 ‘마르크스주의와 경제 위기’ 토론회에서 연사들은 ─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바는 아니었지만 ─ 케인스가 아니라 마르크스의 손을 들어 줬다.

개막식 연사였던 크리스 하먼과 앨런 프리맨은 1960년대 말부터 자본주의가 이윤율의 장기 위기를 극복하려 애썼다는 점을 각종 증거로 입증했다. 프리맨은 이 위기를 무시한 주류 경제학자들을 비판했고, 만약 전 세계의 모든 다리가 갑자기 무너졌다면 연관된 기술자들이 무사할 수 있었겠냐고 물었다.

마르크스주의와 경제 위기

또한 현재 위기의 근원이 금융시장보다 더 깊숙한 곳에 있는 것은 맞지만 우리는 위기를 불러 오는 데서 금융시장이 한 구실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는 데 모두 공감했다. 크리스 하먼은 2000년대 초반,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와 여타 국가의 중앙은행들이 기업과 가계의 소비를 진작하려고 세계경제에 값싼 신용이 넘쳐나게 만들었고 이 때문에 엄청난 투기 거품이 생겼다고 주장했다.

두 번째 토론회에서 로빈 블랙번과 제이콥 미들턴은 은행들이 값싼 신용을 이용해 엄청나게 복잡한 형태의 투기에 뛰어들고 결국 2007년 상반기 이 구조 전체가 무너지기 시작하는 과정을 면밀히 추적했다.

마지막 토론회에서 피터 고완과 나는, 국가를 단위로 하는 자본주의 체제에서 이 위기가 불러올 효과를 논의했다. 고완은 국제 신용 관계를 두 가지 형태로 정의했다.

첫째는 대서양 세계(즉, 미국과 유럽연합)와 남반구 사이 관계다. 1980년대 초부터 제3세계 국가들은 외채 때문에 자국 경제를 다국적기업에 개방할 수밖에 없었다.

둘째는 오늘날 세계경제에서 가장 역동적 부문인 동아시아와 미국의 관계다. 여기선 주객이 전도된 상황이 벌어졌다. 즉, 중국과 일본이 미국에 공산품을 수출해 번 돈을 다시 미국 정부에 빌려 주고, 미국은 이 돈으로 다시 이들의 상품을 수입하고 더 많은 제국주의적 모험을 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나는 경제 위기의 결과로 미국이 약화할 것이지만 ─ 부분적으로 이것은 미국이 금융 체제를 구하기 위해 더 많은 돈을 외국에서 차입해 와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 그럼에도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국가로 남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재로선 미국을 대체할 만큼 강력한 국가가 없기 때문이다. 경제 위기에 직면해 유럽연합은 우물쭈물하는 모습을 보였고, 러시아도 상당한 타격을 입었다. 중국이 미국에 도전하려면 경제적으로 더 성장해야 한다.

고완은 내가 중국의 발전 속도와 중국 지배자들의 능력을 과소평가한다고 봤다. 그러나 우리는 이 위기의 결과 정치적 불안정성이 더 커질 것이고 따라서 미국 제국주의는 자신의 통제를 벗어나는 세계를 붙잡으려 안간힘을 쓸 것이라는 데 공감했다.

모든 연사들은 오늘날 경제 위기가 반자본주의 좌파에게 위기이자 기회가 될 것이란 점에 공감했다. 신자유주의가 파산하고 거대 은행들이 국유화되는 이 때, 사회주의적 대안은 더는 먼 미래의 일이 아닐 수 있다.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사회주의적 대안에 동감하는 청중이 더 많아질 수 있을 것이다.

알렉스 캘리니코스는 런던대학교 킹스칼리지 교수이고, 영국 사회주의노동자당 중앙위원이다. 국내 번역된 주요 저서로는 《칼 맑스의 혁명적 사상》(책갈피)과 《미국의 세계 제패 전략》(책갈피)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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