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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생 민주 국민회의(준) 출범에 부쳐:
민주당 참가를 반대하는 이유

민생 민주 국민회의(준)(이하 국민회의(준))가 10월 25일 출범했다. 국민회의(준)는 출범선언문에서 “촛불 운동은 계속될 것”이라며 이명박 정권에 맞서 “민생을 살리고 민주주의를 지키”겠다고 밝혔다.

광우병 위험 쇠고기 의제에 국한되지 않고 이명박 정부 정책 전반에 반대하는 시민·사회 진영의 공동전선은 진작 필요했다. 그런데 이 문제가 공론화된 지 석달이 훨씬 지나서야 새로운 연대기구가 겨우 꼴을 갖췄다는 사실이 짐작케 하듯 다룰 의제, 조직의 성격 등을 둘러싼 이견이 그 동안 적지 않았다.

정당 참가를 둘러싼 이견은 출범식을 앞두고도 해소되지 못했다. 문제의 핵심은 민주당에게도 문을 열 것인가다. 일각의 민주당 참가 반대 입장에 대해 다른 쪽은 ‘왜 민주당만 차별하냐. 민주당이 안 되면 다른 정당도 안 된다’는 물귀신 작전으로 문제를 야당 참가냐 배제냐로 비틀어 놓았다.

상당수 시민단체와 민중단체들은 반이명박 전선에 제1야당인 민주당이 포함되는 것은 당연하다는 논리를 편다. “이명박 정권에 비판적인 모든 세력의 연대”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국민회의(준) 출범선언문은 “차이를 뒤로 하고” “함께하는 넓은 연대”를 강조했다.

시민단체들이 크게 영향을 받은 ‘각계인사 51인 선언’도 “기존의 정당들이 지닌 잠재력과 현실적 가치를 경시하지 않는 슬기로운 방식”을 충고한 바 있다.

민주당의 계급 기반

물론 연대는 필요하다. 그러나 더 넓은 연대가 늘 더 강력한 것은 아니다. 산술적으로 본다면 다다익선일 것이다. 그러나 역학도 고려해야 한다. 하나가 나머지와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려 한다면 전체를 마비시킬 수 있다. 트로츠키는 반파시즘 인민전선을 비판하며 이렇게 주장했다.

“때때로 여러 노동계급 정치조직들의 동맹이 공통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꼭 필요할 때가 있다. 특정 상황에서 그러한 블록은 프롤레타리아의 이해관계와 엇비슷한 이해관계를 갖는 피억압 쁘띠부르주아 대중을 끌어당길 수 있다. 그러한 블록의 연합된 힘은 각 구성부분의 힘들의 단순한 합계보다 훨씬 더 강할 수 있다. 그러나 프롤레타리아와 부르주아지 사이의 정치연합은 그 기본 이해관계가 180도 반대인 두 계급 사이의 동맹인지라 프롤레타리아의 혁명 세력을 마비시키는 데에만 이바지할 뿐이다.”

국민회의(준) 내의 진보적 시민·사회단체들은 “민생을 살리”려고 하는데, 민주당은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정책을 추구한다면? 경제 위기의 대가를 노동자·서민에게 떠넘기려는 기업주 편에 선다면? 한나라당 비슷한 정책을 추구한다면?

이것은 순전한 가정이 아니다. 민주당 대표 정세균은 이명박과의 회담에서 경제 문제에 초당적으로 협력하기로 약속했다. 오죽하면 같은 민주당 인사가 “[민주당은] 서민과 중산층, 노동자 등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별로 보이지 않고 한나라당과 차별성이 뚜렷하지 않다”(민주당 전 국회의원 이목희)고 했겠는가.

이런 일들은 단지 집권 시절의 ‘과거지사’가 아니다. 민주당의 계급 기반에서 비롯한 것이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돈이 어디로부터 오는지를 보면 그들이 누구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지 알 수 있다. 전 민주당 대표 정대철은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 후보가 희망돼지저금통이 아니라 2백억 원의 기업 모금에 의존했음을 고백한 바 있다.

민주당의 돈의 출처는 한나라당과 크게 다르지 않다. 민주당은 한나라당과 꼭 마찬가지로 기업인들의 고액후원금 의존률이 높다. 기업인들은 흔히 한나라당과 민주당에 양다리를 걸친다(2007년 국회의원 대상 후원금 납부 명단). 2004년부터 2007년 국회의원 후원금 상위 20명 가운데 무려 12명이 민주당 소속 의원이었다(중앙선관위).

한나라당과 민주당 국회의원들(18대)의 재산 차이도 크지 않다. 정당별 의원 평균 재산은 민주당이 29억 4천8백67만 원이고, 한나라당은 34억 7천2백47만 원이다.

독립적인 대안

흔히 이명박과 한나라당의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 민주당이라거나 적어도 민주당과 협력 없이 현실적인 대안을 만들 수 없다고들 생각한다.

하지만 이것은 끔찍한 악순환의 새로운 시작에 불과할 수 있다. 이명박과 한나라당에 반대하지만 그 대안이 민주당이라면, 민주당은 한나라당과 엇비슷한 정책으로 노동자·서민의 환멸을 살 것이고 그 수혜를 다시 한나라당이 챙길 것이기 때문이다. 이명박과 한나라당 집권의 일등 공신이 노무현이었던 것처럼 말이다.

다행히 노동자·서민의 정서는 이런 현실론과 거리가 있어 보인다. 이명박에 대한 반감이 증폭되는 수 개월 동안 민주당은 반사이익조차 얻지 못했다.

이제 시민·사회운동 진영은 왜 민주당을 대체할 현실적인 반이명박 대안이 없을까 생각해야 한다. 그것은 시민·사회운동 진영이 한나라당만큼은 안 된다는 변명 아래 번번이 민주당으로부터 독립적이지 못한 대안을 선택해 온 결과다.

지난해 시민단체의 일부 지도적 인사들이 대통합민주신당 창당 과정에 참가했지만, 별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 민주노동당 지도부가 17대 국회에서 추진한 열우당과의 ‘개혁공조’도 쓰디쓴 결과를 남긴 사례다. 민주노동당은 열우당의 대안으로 서기는커녕 동반하락했다.

국민회의(준)은 민생과 민주주의를 위해 이명박에 맞서 싸우면서 민주당과는 전혀 다른 대안과 희망을 제공하기 위해 애써야 한다. 민주당을 참가시켜서는 안 될 뿐 아니라 형식적으로 불참시킨 뒤 원내외 협력이라는 이름으로 사실상 의존해서도 안 된다.

한편,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을 민주당과 도매금으로 넘기는 것은 부당하다. 촛불 운동의 주요 참가단체였던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은 환영받을 자격이 있다.

민주당과 함께 도매금으로 넘겨질 처지에 놓인 진보신당의 이재영 씨가 “민주당에 촛불을 팔아”먹었다고 국민회의(준)을 맹비난한 것도 충분히 이해가 간다. 한 가지 덧붙이고 싶은 얘기는, 지난 총선 당시 심상정 대표가 추진한 민주당과의 후보 단일화를 평가할 때도 이 같은 입장(민주당과 함께하는 데 반대하는 입장)을 일관되게 적용했으면 한다는 것이다.

한나라당의 개헌선 확보 저지와 대운하 반대가 당시 단일화 명분으로 제시됐다. 이재영 씨가 당시에도 “노무현의 새만금과 이명박의 경부운하 중 어떤 게 더 파괴적인가?” 하고 물었는지 궁금하다. 지방선거 전에 중요하게 짚어볼 점이다.

17대 국회의 ‘개혁 공조’ 등으로부터 쓴 교훈을 얻어야 하기는 민주노동당도 마찬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