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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두 개의 미국》 (조너선 닐 지음, 문현아 옮김 | 책갈피):
누가 어떻게 미국을 망쳐 왔는가

신자유주의 세계화와 전쟁으로 삶이 황폐해진 미국 노동계급은 미국 사회의 변화를 원하고 있다. 《두 개의 미국》은 왜 평범한 미국인들이 변화를 원하는지에 대한 설명을 담고 있다.

1960년대 중반 이후로 미국을 포함한 선진국에서 산업 이윤율이 하락하면서 경제 성장이 둔화했다. 미국 지배계급은 1981년 레이건의 당선과 함께 이윤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총공세를 벌였다.

항공 관제사 파업 분쇄를 시작으로 노동조합을 무자비하게 공격했고, 공장에서 해고된 노동자들은 전에 받던 임금의 절반이나 3분의 1을 받으며 일해야 했다. 복지, 교통, 보육 등 공공지출을 삭감했고, 의료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미국 지배계급은 1930년대와 1960년대 저항운동의 유산인 노동조합 운동, 공민권운동, 반전 운동, 여성해방운동, 동성애자해방운동을 깎아내렸다. 연대와 평등의 정신을 파괴하고 저항을 통해 승리할 수 있다는 생각을 분쇄했다.

대대적인 흑인 투옥 정책으로 수많은 사람의 삶이 파괴됐다. 1980년에 연방 교도소와 주 교도소, 지역 유치장에 수감돼 있는 성인은 30만 명이었는데, 이 수치는 2001년에 2백만 명으로 늘었다. 청소년 보호시설에 구금된 사람들까지 포함하면 3백만 명에 이른다.

또, 가족 가치를 강조하며 여성해방운동을 공격했고, 동성애자들이 에이즈로 죽어 가도록 내버려 뒀다. 저자는 특유의 뛰어난 감수성으로 이 과정에서 미국 노동계급이 느꼈을 박탈감, 모멸감, 불쾌감 등을 뛰어나게 묘사하고 있다.

미국의 부자들과 권력자들은 자국의 노동자들을 공격하는 방식과 똑같이 ‘세계화’를 통해 전 세계 노동자들에게서 더 많은 이윤을 쥐어짜내려 했다.

동전의 양면

저자 조너선 닐은 미국의 경제적 지배는 군사력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지적한다. 미국의 “외교정책에 관한 책은 전쟁에 집중하면서 경제적 측면은 그다지 언급하지 않으며, 세계화에 관한 책은 전쟁보다는 경제적 측면만 집중해서 다룬다. 그런데 전쟁과 경제적 측면은 동일한 정책의 양면이다.”

미국은 국내에서 노동계급을 공격했던 시기인 1980년 이후로 그라나다, 파나마, 쿠웨이트, 소말리아, 아이티, 리비아, 레바논, 코소보, 세르비아, 아프가니스탄, 이라크를 폭격하거나 침공했다.

지금 미국인들뿐 아니라 전 세계의 수많은 사람들이 미국 대선을 주목하고 있다. 그러나 이 책은 전 세계를 미국의 지배 아래 두고 자국의 평범한 노동계급을 공격하는 문제에서 공화당과 민주당은 전혀 차이가 없었다는 점을 잘 보여 준다.

그리고 조너선 닐은 “미국의 정책에만 분노할 뿐 지배계급을 비난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너무 쉽게 모든 미국인을 탓하는 반미(反美)로 빠지고 만다”고 지적한다.

《두 개의 미국》은 미국 노동계급의 이해와 요구는 미국 지배계급과 정반대라는 점을 보여 준다. 동시에 미국 노동계급이 문제 해결의 핵심적 주체라고 지적한다.

미국 노동계급은 한동안 무기력과 쓰라림을 축적해 오다 1998년 UPS 파업과 1999년 시애틀 시위로 분노를 표출했다. 특히 시애틀 시위는 미국 노동계급의 저항의 잠재력을 보여 줬다.

조너선 닐은 오바마 당선 이후의 과제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가장 중요한 일은 시위, 파업, 항의 운동 등 저항이 지속되고 더 활발해지도록 활동가들이 노력하는 것이다. 두 가지 핵심 요인이 결과를 좌우할 것이다. 하나는 전 세계에서 벌어지는 시위와 행동의 규모일 것이다. 다른 하나는 오바마를 지지했던 활동가들이 사기 저하할 것인지, 아니면 그를 넘어서고 결국에는 그를 비판하게 될 것인지 하는 선택이다.”

《두 개의 미국》은 현재 미국 사회를 이해하는 데 커다란 도움이 될 뿐 아니라 분노가 모든 미국인들이 아니라 미국 지배계급을 향해야 한다는 점도 설득력 있게 보여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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