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항의 촛불〉 10호의 ‘이명박의 위기 대책 ─ 투기꾼들에게 ‘묻지마’ 혈세 퍼 주기’ 기사는 노동자·서민 구하기 요구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훌륭한 기사였다.

그런데, 이 기사는 은행들이 “낮은 이자로 해외 단기자금을 빌려 파생금융상품 등에 투기하다가 최근 위기에 빠졌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는 정확한 평가가 아니라고 본다. 지금 국내 시중은행들에 찾아온 유동성 위기는 ‘파생금융상품 투기 손실’보다는 ‘투기적 대출’에서 비롯한 자금 경색 성격이 훨씬 짙다.

자금 경색

현재 시중 은행들은 예금으로 모은 돈의 1백30퍼센트에 이르는 돈을 대출에 사용한 상태다. IMF 이후 추진한 은행 대형화(합병) 과정에서 격해진 시장 점유율 경쟁은 무리한 자산(대출) 확대 경쟁으로 이어졌고 부동산 거품을 배경으로 한 가계대출은 기업 수익성이 낮아진 여건에서 더 수익성 있는 시장이었다.

그리고 신자유주의 금융 정책은 은행이 전통적인 예금대출마진보다 비(非)이자수익인 보험과 펀드 등의 상품 판매에 주력하도록 했다. 보험과 펀드 판매 수익은 수수료 수익이므로 자산 건전성을 유지하면서도 수익을 지속할 수 있다는 논리다.

그러나 예금으로 와야 할 자금이 보험과 펀드로 빠져나가면서 대출 확대를 뒷받침할 예금이 부족해 졌다. 그래서 국내 은행들은 이미 지난해 말부터 원화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으며 은행채, CD[양도성예금증서] 의존에서 나아가 단기 외채에 의존하게 된 것이다. 이것이 지금 세계적인 자금 경색 국면에서 달러 유동성 위기까지 낳고 있다. 더구나 부동산 거품이 꺼지기 시작하며 대출 부실화도 확대되고 있다.

은행 자금 경색은 흑자 기업에 대한 대출까지 어렵게 만들어 은행발 기업 도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명박 정부가 시중은행들에 2백조 원에 육박하는 지급 보증을 한 이유가 이것이다.

국내 은행들의 실패는 단순한 투기 실패가 아니다. 기업 수익성(이윤율) 저하에 직면한 한국 자본의 몸부림이 총체적으로 실패했다는 증거다. 은행 국유화와 민주적 계획경제에 대한 논의를 본격화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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