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발표된 예산안을 보면 이명박 정부가 경제 위기를 어떻게 돌파하려는지 알 수 있다.

이명박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내년도 예산에서 보건·복지 분야를 올해보다 9퍼센트 더 늘렸다”며 엄청난 선심이라도 쓴 듯이 말했다. 그러나 늘어난 복지예산 6조 원의 대부분은 기초노령연금 지급대상 확대분, 건강보험 재정부담금 등 어쩔 수 없이 늘어나는 ‘법정 의무 지출’들이다. 오히려 빈곤·취약 계층과 직결되는 사업비는 4천6백억 원 이상 삭감됐다.

촛불시위가 벌어지기 전, “그간 복지재정이 너무나 빠르게 확대되었으므로 더 이상의 복지재정 확충은 없다”고 밝힌 강만수가 차라리 솔직했던 것이다.

정부의 복지예산 삭감 계획은 특히 저소득층에게 더 가혹하다. 차상위계층 양곡할인 지원, 의료급여 등 5천억 원을 삭감했고 한 달에 고작 2만 원 정도인 저소득층 난방비도 전액 삭감해 버렸다.

부자들에게는 5년간 무려 75조 원에 이르는 감세 선물을 안겨 준 이명박은 이런 방식으로 빈곤층 한 명당 지원 예산 6만 원을 ‘갈취’하려 한다. 마른 수건을 쥐어짜는 이런 행태에 지독하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는다. 난방비가 없는 가난한 사람들이 얼어 죽는 끔찍한 일이 올겨울에는 더욱 잦아질 것 같다.

장애인 자녀 학비 지원 등 장애인 예산도 1.6퍼센트 줄었고 장애수당과 장애아동수당을 무려 4백억 원 이상 삭감했다.

마른 수건 쥐어짜기

특히 올해 광우병, 조류독감, 멜라민 파동 등이 있었음에도 식품 안전 관리, 신종 전염병 대응체계 등 관련 예산을 삭감해 버리는 ‘대범함’도 보여 줬다. 반면 국방비는 28조 원으로 7.6퍼센트 인상됐다. 매일 7백80억 원을 전쟁 준비에 쏟아 붓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백골단’ 경찰관 기동대 충원 예산 6백억 원을 비롯해 ‘촛불 시즌2’를 대비한 집회대응 비용을 무려 7배 가까이 늘렸다. 공안수사 예산도 올해보다 32퍼센트 늘려 국가보안법 등을 이용한 탄압 강화를 예고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대통령 전용기 구입에 3천억 원을 요구하는 ‘섬세함’은 잃지 않았다.

이처럼 이명박은 경제 위기의 책임과 고통을 노동자·서민에게 ‘전담’시키는 한편, 그렇게 짜낸 고혈로 부자들의 배는 채우려 하고 있다.

올해 한국 사회를 뒤흔들며 이명박의 간담을 서늘케 했던 촛불시위처럼 파괴력 있는 대중투쟁을 건설해 노동자·서민이 아니라 이명박과 부자들이 고통의 가시밭길을 걷게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