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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ㆍ15 국제 공동 행동:
더 강력한 반전 운동 건설을 위해

서울 마로니에 공원에서 열린 ‘이라크 공격 반대·한반도 전쟁 위협 반대 2·15 국제 반전 평화 대행진’은 매우 성공적이었다. 약 5천 명이 참가해 반전 시위 행진을 벌였다. 부산(7백여 명), 광주(2백여 명), 원주(70여 명), 대구와 대전(각각 40여 명)에서도 집회와 시위 들이 있었다.

시간이 촉박해서 충분히 준비하지 못한 아쉬움이 있지만, 이만큼 모인 것을 보면 우리 나라에서도반전 분위기가 대중적임을 알 수 있다. 그리고 한국에서 반전 운동의 가능성을 보여 준 계기였다.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는 “반전의 무풍지대였던 한국에서 본격적인 반전 운동의 막이 올랐다.” 하고 보도했다.

이 날 전 세계에서 1천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거리로 뛰쳐나와 이라크 전쟁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그래서 미국의 〈뉴욕 타임스〉조차 “거리의 새로운 힘”을 언급하며, “지구 상에는 아직도 두 개의 수퍼 파워가 있다. 하나는 미국이고 다른 하나는 세계 여론이다.” 하고 보도해야 했다.

전 세계 수많은 사람들의 반대에 부딪힌 조지 W 부시는 오히려 전쟁을 서두를 수 있다. 그의 말처럼 “앞으로 몇 주”가 사태의 향방을 가름할 것이다.

종묘 정리집회에서 나온 “우리는 이기고 있다.”는 말은 이번 집회에 참가한 사람들의 자신감을 잘 보여 주었다.

서울 집회는 화려하고 다채로운 집회 풍경이 두드러졌다. 전쟁에 반대하는 사람이라면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누구나 참가한 “색다른 집회”였다. 유모차를 끌고 온 사람들, 동성애자들, 외국인 학원 강사들, 이주 노동자들, “방학동 시어머니와 천호동 며느리, 온 가족이 전쟁에 반대한다”는 팻말을 들고 온 가족 등 다양한 사람들이 참가했다.

또, “엄숙하기보다는 활기찬” 집회 모습에서 새로운 좌파, 새로운 활동가 세대의 출현 가능성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머리에 형형색색의 물을 들인 이 젊은이들은 지난해 연말에 열린 촛불 시위에 이어 반전 운동에도 거침없이 뛰어들고 있다. 이들은 지금 새롭게 떠오르는 전 세계 반자본주의 운동 대열에 합류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세계화의 효과”, 특히 통신의 세계화 덕분에 이제 한국의 평범한 사람들도 전 세계에서 벌어지는 이런저런 사건들을 “나와 무관한 머나먼 남의 나라 일”로만 치부하지 않게 됐다. 이라크 전쟁은 단순한 ‘국제’ 문제가 아니라 ‘지구촌’ 어디선가 지금 발생하는 비극과 참상이며 그것은 결국 ‘세계 시민’의 일원인 자신의 삶에도 나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문화의 세계화가 폭넓게 진전돼 있다.

그래서 한반도 위기 예방 차원에서 이라크 전쟁을 반대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더 많은 사람들은 이라크 전쟁이 낳을 참상과 미국의 패권적 행태만으로도 전쟁에 반대했다.

그리고 이번 집회는 사람들이 더 급진화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 집회 참가자들은 영화배우 정찬 씨가 “제국주의 전쟁”을 밀어붙이는 “악의 축” 미국을 비난했을 때 환호와 큰 박수를 보냈다. 한 활동가는 “이 집회 참가자들은 ‘과격한’ 구호에 더 열광한다.” 하고 말했다.

대중 정서가 이렇게 급진화한 이면에는 가깝게는 여중생 사망 항의 촛불 시위의 폭발적인 열기가 자리잡고 있다. 더 나아가, 미국 주도의 신자유주의 정책들로 삶이 파탄난 IMF 경제 위기 경험이나 한국은 물론 전 세계에서 끊이지 않는 미국의 오만하고 강압적인 행태에 대한 자각도 한몫 했다.

이번 마로니에 집회가 상당한 성공을 거둔 데는 국제 공동 행동의 일환이었다는 점도 한몫 했다. 오늘(3월 1일) 영국 런던에서는 전 세계의 반전 활동가들이 모여 앞으로 취할 행동들을 논의한다고 한다.

늦게 준비된 데 비해 2·15 집회가 커다란 성공을 거뒀지만, 아쉬움은 남는다. 반전 평화 대행진 하루 뒤 열린 노동자 대회에 5천 명 가량이 참가한 것을 보면 더욱 그렇다. 노동자들이 전날 열린 반전 집회와 행진에 참가하고 여기에 한총련 학생들이 더 적극적으로 합류했더라면, ‘2·15 국제 반전 평화 대행진’은 적어도 1만 명이 훨씬 넘는 훨씬 더 큰 규모의 시위가 됐을 것이다.

지난 1월 말 브라질 포르투 알레그레에서 열린 제3차 세계사회포럼(WSF)에 참가한 민주노총 대표단은 매우 옳게도 한국 반전 운동의 기수가 되겠다고 자임한 바 있다. 머지않아 이것이 실현되기를 희망한다. 그리 되면 한국 반전 운동은 더한층 커질 것이다.

무엇을 할 것인가

“초강대국” 미국이 벌이려는 전쟁을 꺾기 위해서는 초강력 반전 운동을 건설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 반전 운동이 갖는 사활적 중요성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이라크 전쟁은 미국의 제국주의적 지배를 위한 전쟁만은 아니다. 그것은 엄청난 불평등과 파괴를 동반하는 신자유주의 모델을 유지·강화하기 위한 전쟁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미국이 이라크 전쟁에서 승리하면 그것은 미국 자본가들뿐 아니라 전 세계의 자본가들도 강화될 것이다. 미국의 승리는 전 세계의 기업주들에게 자신들의 계획을 더 효과적으로, 더 강력하게 밀어붙일 수 있는 여건을 제공할 것이다.

미국이 승리하면 또한 대북 압박도 강화돼 한반도의 불안정은 더욱 고조될 것이다.

반면, 미국이 패배하면―군사적으로는 아닐지라도 정치적으로 패배하면―전 세계에서 해방을 위해 싸우는 모든 사람들이 힘을 얻을 것이다.

그러므로 지금 우리 운동이 집중적으로 매달려야 할 “핵심 고리”는 바로 이라크 전쟁이다.

이번 2·15 반전 집회와 행진이 대규모 반전 운동을 건설할 수 있음을 보여 주었으므로, 우리는 광범한 반전 정서를 직접적 행동으로 끌어 낼 수 있는 계기들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앞으로 우리는 이번 집회와 행진에 참가한 사람들의 열기와 의지를 더 확산시키기 위해 다양한 활동들을 펼쳐야 한다. 거리 캠페인, 반전 모임, 토론회 등을 지속적으로 전개해야 한다. 그리고 이런 활동들을 지역과 대학과 직장 차원의 반전 조직 건설로 이어 가야 한다.

광범한 대중의 반전 정서라는 ‘증기’를 강력한 힘으로 전환시켜 줄 ‘피스톤’, 즉 반전 조직 건설이 중요하다. 성장하고 발전하는 운동에서 제기되는 다양한 요구와 활동을 더 치밀하고 짜임새 있게 조직해야 한다.

전 세계 6백여 도시에서 벌어진 거대한 시위는 우연한 사건이 아니었다. 이번 국제 공동 행동은 지난해 11월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열린 유럽사회포럼(ESF)에서 처음 제안됐고, 올해 1월 말 세계사회포럼에 참가한 각국 활동가들이 이 제안을 받아들여 급속히 전 세계로 확산됐다.

이처럼, “운동은 건설하는 것이다.” 비록 소수이지만 열의 있게 활동하면 결과는 사뭇 다를 수 있다. 이번 마로니에 집회에서도 무슬림, 고등학생, 외국인 들이 수십 명씩 참가한 데는 바로 이런 열정과 적극성이 결정적인 구실을 했다.

석유와 미국의 패권을 위한 ‘더러운 전쟁’에 대한 ‘전쟁’을 준비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