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발표된 국제노동기구(ILO) 보고서는 지난 10년 동안 전 세계 노동계급이 성장했다고 지적한다.(출처 : 영국 반자본주의 주간지 〈소셜리스트 워커〉 2125호)

지난주에 전 세계 금융기관들이 새로운 세계 불황을 현실로 받아들이기 시작하면서 각국 주식시장이 급락했다. 경기 침체의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하면서 수입(收入)·이윤·경제성장률이 모두 하락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이윤을 창출하는 노동자들에게 무엇을 뜻하는가?

많은 주류 평론가들은 세계의 노동계급을 사멸하는 세력으로 여기고 무시해 왔다. 선진국에서는 성장하는 ‘중간계급’이, 남반구[개발도상국이나 후진국]에서는 비정규로 일하는 사람들이 노동계급을 능가하게 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ILO의 새 보고서는 사뭇 다른 그림을 보여 준다. 그 보고서는 노동계급 ─ 노동의 대가로 임금을 받아서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들 ─ 이 여전히 중요한 세력이라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 준다.

ILO가 노동자로 분류한 사람들이 전 세계에 약 10억 명이 있다. 이 수치는 자기 땅에서 농사지어 먹고사는 사람들이나 소작농을 제외한 것이다. ILO가 분류한 노동자들은 한때 서구 나라들에 집중돼 있었지만 오늘날에는 점점 더 세계화하고 있다.

세계 전체의 노동자 중에서 선진 부국의 노동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15퍼센트를 약간 넘을 뿐이다. 이 비율은 지난 10년 동안 계속 낮아졌다.

반면에, 아시아·태평양·라틴아메리카·카리브해 지역 노동자가 세계 전체 노동자의 거의 3분의 2를 차지하고 있다. 세계 노동자들의 절반 이상이 아시아에 있다.

세계 노동계급은 사멸하는 세력이기는커녕 그 규모가 급속히 증가해 왔다. 지난 30년 동안 자본주의가 성장하면서, 노동자들이 생산하는 부(富)뿐 아니라 노동자들의 머릿수도 그만큼 늘어난 것이다.

그러나 그런 부가 지배계급 ─ 우리가 창출하는 부를 빨아들이며 세계를 지배하는 극소수의 기업주들, 고위 정치인들, 억만장자들 ─ 에게 엄청나게 많이 이전되는 부의 재분배도 진행됐다.

지배계급

다가오는 경기 침체에서 가장 고통을 겪을 사람들은 과거의 성장기에 얻은 것이 거의 없거나 전혀 없는 사람들일 것이다.

1990년대 초부터 2007년까지 전 세계 노동자는 30퍼센트 증가했다.

그러나 부자와 빈민의 소득 격차는 훨씬 더 크게 벌어졌다. 그리고 노동자들이 자신들이 창출한 부에서 실제로 가져가는 몫은 전 세계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국내총생산(GDP) ─ 어느 한 나라에서 생산된 부의 총합 ─ 에서 임금이 차지하는 비율을 살펴보면 부를 창출한 사람들에게 돌아가는 몫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다.

라틴아메리카와 카리브해 지역에서 이 수치[GDP에서 임금이 차지하는 비율]는 지난 30년 동안 13퍼센트 하락했다. 아시아와 태평양 지역에서는 10퍼센트 하락했고, 가장 부유한 나라들에서도 9퍼센트 하락했다.

똑같은 과정을 알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은 노동자들의 생산성을 살펴보는 것이다. 노동자들은 전보다 더 많이 생산하지만 ─ 더 오랫동안 더 강도 높게 일하지만 ─ 임금은 그만큼 오르지 않았다.

ILO 보고서는 http://www.ilo.org/public/english/bureau/inst/download/world08.pdf에서 내려받을 수 있다.

생산성

ILO 보고서를 보면, 조사 대상 32개국 중 24개국에서 1990년부터 2006년까지 생산성 증가율이 임금 상승률을 앞질렀다.

다시 말해, 노동자 1인당 생산량이 임금보다 더 빨리 증가했다는 것이다. 이것은 노동자들에게 돌아가는 부의 몫이 세계적으로 낮아지는 데 한몫했다.

1990년부터 2000년까지의 자료를 입수할 수 있는 85개국 가운데 3분의 2 이상에서 불평등이 심화했다.

같은 기간에 상위 10퍼센트와 하위 10퍼센트의 소득 격차가 크게 벌어진 나라가 70퍼센트를 차지했다.

그러나 ILO 보고서에서 끌어내야 할 다른 교훈들도 있다. 세계 어느 나라를 보더라도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으로 조직된 경우에 사정이 더 나았다.

‘노조 가입률’이 높은 나라들 ─ 노동조합으로 조직된 노동자들이 많은 나라들 ─ 일수록 소득 분배가 더 평등했다.

브라질·중국·인도·파라과이·싱가포르·스페인의 노조 가입률은 상승한 반면, 벨기에·핀란드·파키스탄의 노조 가입률은 지지부진했다.

세계 전체로는 노조 가입률이 약간 낮아졌지만, 이것은 옛 동구권 나라들에서 국가가 통제하는 ‘노조’의 가입률이 급속히 낮아졌기 때문이다.

비정규직 노동자들

비록 흔히 생각하는 것만큼 빠르지는 않지만 전 세계에서 임시직 고용이 증가하고 있다. 지난 몇 년 동안 그런 일자리의 비중이 점차 커졌다. 물론 나라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다.

선진국들의 경우 총 고용에서 시간제 노동이 차지하는 비율이 1990년대 중반 이후 대체로 안정돼서 2006년에는 16퍼센트를 기록했다.

나라를 불문하고 불안정한 일자리의 급여 수준이 안정된 일자리보다 더 낮다. 유럽 나라들에서는 임시직의 급여가 정규직보다 평균 20퍼센트 더 낮다.

라틴아메리카에서는 비공식 부문[도시 빈민·노점상처럼 정부 공식 통계에 잡히지 않는 경제 부문] 노동자들의 소득이 공식 부문 노동자들보다 평균 43퍼센트 더 낮다.

또 다른 불평등도 있다. 인도에서는 비정규직 노동자 임금이 1983년에는 정규직 노동자 임금의 62퍼센트 수준이었는데 2004~2005년에는 약 44퍼센트로 떨어졌다. 요컨대, 전 세계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를 고용하는 경향 때문에 노동자들의 임금이 감소하고 있다.

여성 노동자들

1990년대 초 이후 여성 노동자들의 처지는 지역에 따라 크게 달랐다. 부유한 나라들에서는 여성 고용이 고용 증가의 대부분 ─ 60퍼센트 이상 ─ 을 차지한 반면, 다른 나라들에서는 3분의 1도 되지 않았다.

여성들의 일자리가 불안정한 직종에서 안정된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이 일반적 변화 양상이었다. 그러나 이런 흐름에도 불구하고 직장에서 남녀 성별 격차는 크게 좁혀지지 않았다.

세계적으로 여성 취업률은 49퍼센트인 반면 남성 취업률은 74퍼센트다. 중동·북아프리카·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는 여성 실업률이 약 80퍼센트 또는 그 이상이다.

세금 감면

전 세계에서 부자들의 세금 부담은 가벼워졌다. 세계 전체의 평균 법인세율 ─ 다시 말해, 기업의 이윤에 매기는 세금의 비율 ─ 은 1993년 38퍼센트에서 2007년 27퍼센트 미만으로 낮아졌다. 2000년 이후 법인세율이 증가한 나라는 단 하나도 없다.

부자들은 개인[소득]세율에서도 혜택을 봤다. 그들의 평균 세율은 같은 기간에 37퍼센트에서 34퍼센트로 낮아졌다.

그와 동시에, 정부 세입의 훨씬 더 많은 부분이 부가가치세 같은 ‘간접’세에서 나왔다. 이런 조처들로 노동자들이 더 큰 타격을 입었다. 왜냐하면 소득을 소비재 구입에 쓰는 비율은 노동자들이 훨씬 더 높기 때문이다.

간접세 증가는 전 세계적 추세였다. 독일의 부가세는 1980년 13퍼센트에서 2007년 19퍼센트로 증가했다. 라틴아메리카에서는 부가세가 1980년 10퍼센트에서 2007년 15퍼센트로 증가했다.

전 세계에서 노동자들의 공공 서비스 부담은 증가하고 있는 반면, 부자들의 부담은 감소하고 있다.

사용자들의 보수

전 세계에서 사용자들의 보수는 노동자들의 평균 임금보다 적어도 50배나 더 많다. 심지어 1백80배나 더 많은 경우도 있다. 그것도 상여금을 제외한 수치가 그렇다.

선진국 중에서 가장 불평등한 나라는 미국이다. 미국에서는 기업 경영자들과 평범한 노동자들 사이의 불평등이 엄청나게 커졌다.

2003년에 미국의 최고 경영자들은 평범한 노동자들보다 3백60배 더 많이 벌었지만 2007년에는 5백20배나 더 많이 벌었다.

홍콩과 남아공의 경영자들은 미국의 경영자들보다 덜 받는다. 그러나 홍콩의 최고 경영자 보수는 평균 노동자 임금의 1백60배, 남아공의 경우는 1백4배다.

상여금도 포함시키면, 미국 사용자들의 평균 연봉은 2003년 1천6백만 달러에서 2007년 2천4백만 달러로 상승했다. 이것은 연평균 거의 10퍼센트씩 증가한 수치다. 반면에 미국 노동자들의 임금은 연평균 0.7퍼센트씩 증가했다.

그리고 이 엄청난 세계적 격차는 해당 기업의 성공 여부와 무관하다.

위기

지금의 위기에서 너무나 분명히 드러나듯이 자본주의는 세계적인 체제다. 그리고 이 위기에 맞서 싸우려면 전 세계 노동자들의 세계적 행동이 필요할 것이다. 따라서 선진국 노동자들은 가난한 나라의 노동자들과 공통의 이해관계를 갖고 있다.

기업 탐욕을 바탕으로 한 경제 체제를 인간의 필요를 위한 생산을 바탕으로 한 체제로 대체하려면 선진국 노동자들과 가난한 나라 노동자들이 단결해야 한다.

ILO 보고서의 통계 수치들은 세계 노동계급의 수가 그 어느 때보다 더 많다는 것을 보여 준다. 그리고 반격할 이유가 충분하다는 것도 보여 준다. 보고서의 통계에서 드러나지 않는 것은 정치적·경제적 투쟁의 수준이다.

노동자들이 지난 30년 동안 사용자들에게 부를 빼앗겨 온 과정을 역전시킬 수 있는지 없는지는 그런 투쟁에 달려 있을 것이다.

그리고 자본주의의 현재 위기가 사회주의 세계의 건설로 이어질지 아니면 우리가 모두 또 다른 야만주의로 빠져들지 아닐지도 그런 투쟁에 달려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