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일처제가 인간사회를 유지시켜 주는 제도일진 몰라도 인간의 본성에는 맞지 않습니다” 하고 주장하는 주인공들의 도발적인 소설 《아내가 결혼했다》가 최근 영화로도 만들어져 화제가 되고 있다. “나는 당신도, 그 사람도 놓치고 싶지 않아. 내가 무슨 별을 따 달래 달을 따 달래 그냥 남편만 하나 더 갖겠다는 거잖아”라면서 애절하지만 당당하게 이야기하는 여주인공.

그러나 현실은 배우 옥소리 씨가 낸 간통위헌소송이 결국 ‘합헌’이라니 기혼남녀들의 사랑은 형사처벌을 피하기 어려운 ‘불법’이다.

소설은 이 시대를 살고 있는 ‘평범한’ 남성이 자신뿐 아니라 다른 남자를 사랑하고 있는 부인 때문에 느끼는 억울함과 배신감을 섬세하게 표현한다. 한 번쯤 본인 혹은 본인의 파트너가 ‘일편단심’이 아니라는 이유로 괴로워해 본 사람이라면 남자 주인공의 절절한 내레이션에 ‘그래 이런 기분이지’ 하며 손바닥이라도 마주치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단지 이러한 ‘공감’에서 그쳤다면 그냥 뻔한 연애소설이 됐을 것이다. 이 소설의 가치는 남성의 감정기복을 통해 소유욕과 독점적 연애, 배타적 결혼관이 우리의 행복을 억압하는 방식을 역설적으로 보여 준다는 점에 있다. ‘사랑은 나눌 수 없는 것’이라는 세간의 ‘상식’이 오히려 인간의 본성에 반(反)한다는 문제제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두 아빠

여성 주인공은 결혼제도란 언제나 그 사회의 경제적 필요성과 맞물려 다양한 형태를 취해 왔다는 역사적 사례들을 제시한다. 두 아빠 사이에서 낳은 딸아이가 ‘우리 딸’이니 함께 키우자는 여주인공은 지금도 ‘아버지’라는 단어가 아예 없는 중국의 모계사회 모수족 사례를 든다.

‘내 인생은 엉망이 됐다’던 남자 주인공의 의미 있는 의식 변화가 작위적이지 않게 전개된다는 것도 이 책의 큰 장점이다. 남자 주인공은 부인의 두 번째 남편을 ‘미친놈’이라고 여겨왔지만 마침내 ‘딸아이를 사랑하는 사람은 많을수록 좋다’며 그와 같이 이층집에서 살기로 결정한다.

그러나 영화는 소설보다 여러모로 덜 매력적이다. 특히, 배우 손예진의 ‘완벽한 여성’이 가진 발칙한 생활양식 정도에서 메시지가 멈춘 점은 매우 아쉬운 일이다. 게다가 영화 속 여주인공은 수퍼우먼 컴플렉스를 부추긴다는 점에서 그다지 유쾌하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연인을 “약탈적이고 불건전한 방식으로 집착”(《성의 관계와 계급투쟁》, 알렉산드라 콜론타이)하지 않는 새로운 애정 관계를 고민할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는 가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