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30일 헌법재판소는 옥소리 씨의 간통죄 위헌심판제청에 합헌 판결을 내렸다. 이로써 국가가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까지 침해하는 간통죄가 존치하게 된 것은 매우 유감이다.

한편, 위헌 정족수 6명을 채우지는 못했지만 헌법재판관 9명 중 5명이 ‘위헌' 의견을 내 ‘합헌' 의견보다 우세했다. 이는 1990년부터 벌써 네 번이나 위헌 소송이 제기되고 간통죄 기소율이 급감한 것이 보여 주듯, 국가의 성 통제에 대한 반감이 커진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여전히 의견이 분분한 간통죄 존치 여부에 대해, 간통죄의 구실이 가족제도 강화와 성 억압에 있음을 밝히는 지난 기사를 재게재한다. 이 기사는 옥소리 씨가 위헌심판제청을 한 시점에 작성했다.

5월 8일, 간통죄가 1990년 이후 네 번째로 헌법재판소(헌재) 심판대에 오르게 됐다. 2001년 헌재가 합헌판결을 한 이후로도 탤런트 옥소리 씨 등의 위헌심판제청이 끊이지 않았다.
특히, 그동안 간통죄 폐지에 반대하던 한국여성단체연합(여연)이 최근 입장을 바꿔 여성민우회, 한국성폭력상담소와 함께 간통죄 폐지에 찬성하는 입장을 표명한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여전히 일부 여성 단체들은 간통죄 존치를 주장하고, 간통죄 폐지에 반대하는 사람의 비율이 69.5퍼센트나 된다. (2008년 3월 조사)

간통죄 폐지에 반대하는 여성단체들은 간통죄가 여성을 보호한다고 여긴다.

그러나 간통죄가 지키고자 하는 것은 여성의 존엄성이 아니라 바로 가족제도다. 그리고 가족의 가치를 강조하는 것은 대체로 여성들의 희생을 강조하는 것과 연결돼 왔다. ‘가족 강화’는 여성들이 집안에서의 역할을 더 많이 해야 하고, 아이의 양육을 위해 모든 것을 바쳐야 하고, 불행한 결혼 생활일지라도 참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해 왔다. ‘여성이 있어야 할 곳은 가정’이라는 관념 때문에 여성들은 남성의 60퍼센트밖에 안되는 임금도 감수하라고 강요받는다.

정부와 우익들이 간통죄를 유지하고, 이혼을 어렵게 하는 등 가족제도를 강화하려는 이유는 이처럼 가사와 육아에 대한 책임을 개별 가정의 여성들에게 떠넘기고 사회적 책임을 회피하려는 이유에서다.

간통으로 더 많은 비난을 받는 것도 여성이다. 옥소리 씨 관련 기사에 달린 거친 댓글들만 봐도 간통죄가 얼마나 여성들에게 편견에 가득찬 시선을 안겨주는지 알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간통죄는 이른바 ‘불륜’을 저지른 개인들을 비난해 보수적인 이데올로기를 강화하고, 개인 간의 관계에서도 국가권력의 통제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심어 준다.
간통죄가 ‘가정 파탄’을 막는 효과도 거의 없다. 간통죄 기소는 이혼을 전제로 성립하기 때문에 간통죄는 가정파탄을 막기 보다는 이미 파탄난 관계에서 복수심을 충족시켜 주는 수단이 될 뿐이다.

여성들은 간통으로 상대방을 처벌하는 것이 목적이라기보다는 대부분 이혼 시 위자료나 재산분할에서 더 유리한 지위를 점하기 위한 수단으로 간통 고소를 한다. 따라서 여성들은 경제적인 보장만 받으면 고소를 취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때문에 최근 20년간 간통죄 기소율은 급격히 떨어져 2006년에는 13퍼센트밖에 안됐다.

게다가 간통죄는 “성관계를 통한 사정 장면”을 목격해야만 신고가 성립되기 때문에 ‘현장’을 ‘덮치기’ 위해 배우자의 일상을 감시하면서 웃지 못할 일들도 벌어진다.

무엇보다 개인의 애정관계와 성생활을 국가가 통제한다는 것 자체가 부당한 일이다. 배우자가 다른 사람을 사랑하고 성관계를 맺는다고 해서 범죄자로 만들고 감옥에 집어넣는 것이 여성과 남성 모두에게 진정한 행복을 가져다 줄 리가 없다.

여성들이 이혼 후에도 안정적인 삶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려면, 간통죄를 존치할 게 아니라 경제적 지원을 보장하는 것이 훨씬 더 나은 해결책이다.

여성들의 경제적 독립을 위해, 여성이 남성의 3분의 2밖에 안 되는 임금을 받고 비정규직으로 내몰리는 현실부터 바꿔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