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영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이라크 전쟁 결의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공갈·협박·뇌물을 사용하고 있다.

부시와 블레어가 결의안을 통과시키기 위해서는 안보리 회원국 15개국 중 9개국 이상의 찬성표가 필요하다.

또, 그들은 5개 상임이사국(미국·영국·중국·러시아·프랑스) 중 어느 한 국가도 거부권을 행사하지 못하게 막아야 한다.

그러나 모든 나라에서 반전 여론이 너무 강력하다 보니 각국 정부는 찬성표를 던지지 말라는 강력한 압력에 시달리고 있다.

그래서 미국과 영국은 그들이 “준비된 자들의 연합”이라고 부르는 것에 다른 나라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피묻은 돈을 쓰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학살자 연합이라고 불러야 마땅하다. 영국의 일간지 〈가디언〉은 “러시아와 중국은 외채를 탕감받고 전후 석유 계약에서 지분을 보장받기 위한 거래용으로 거부권을 이용하고 있다.” 하고 말했다.

프랑스가 유엔에서 미국의 입장에 맞서 거부권을 행사한 사례는 수에즈 운하 위기가 발생한 1956년 이후 단 한 번도 없었다.

다른 비상임이사국 10개국은 미국의 회유와 협박에 시달리고 있다. 한 미국 관리는 비록 직접적인 경제적 위협은 없지만, “이것이 우리가 그런 국가들을 지원한다는 사실을 그들이 깨닫지 못하고 있다는 말은 아니다.” 하고 말했다.

멕시코가 찬성표를 던지면 멕시코인들에 대한 미국의 이민 장벽은 완화될 것이다.

불가리아는 유럽연합(EU) 가입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의 협력을 도와 주겠다는 미국의 약속을 받고 찬성표를 던질 공산이 더 커졌다. 불가리아는 미국한테서 3천1백만 달러(약 3백66억 원)가 넘는 군사 보조금을, 그리고 다른 기금으로부터 거의 1억 달러(약 1천1백81억 원)에 달하는 돈을 받기 시작했다.

칠레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찬성표를 던지지 않으면 무역 협정이 중단될 수 있다는 점이다.

앙골라·기니·카메룬 같은 아프리카 국가들은 미국의 말을 듣지 않으면 원조가 끊길 것이라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것은 결코 근거 없는 두려움이 아니다. 1991년 걸프전 당시 미국에 반대표를 던진 예멘은 7천만 달러 상당의 원조 프로그램을 놓쳐야 했다.

만약 미국이 아홉 표를 얻고도 거부권이 행사된다면, 부시는 미국의 입장이 “도덕적 다수”를 획득했다고 주장할 것이다.

그러나 그는 이스라엘을 상대로 해서는 이런 주장을 결코 하지 않을 것이다.

이스라엘 군이 구호 활동을 벌이던 유엔 직원들을 살해한 뒤 안보리에 상정된 대(對)이스라엘 결의안은 14개국의 찬성표를 얻었지만, 미국은 거부권을 행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