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20일 ‘경계를넘어’에서 주최한 이라크 출신 반전 활동가 타히르 스위프트 간담회가 열렸다. 타히르 스위프트는 현재 영국에 있는 SIUI(Solidarity for an Independent and Unified Iraq) 사무국에서 활동하고 있다. 타히르 씨는 1979는 사담 후세인의 독재를 피해 영국으로 이주했는데 그녀의 아버지와 남자 형제들은 후세인 치하에서 고문을 당했다고 한다. 1991년 제1차 걸프전을 보면서 반전 운동을 시작했고 현재 팔레스탄인 지원 활동도 하고 있다. 타히르 씨는 영국으로 이주하기 전 이라크 공산당원이었으나 공산당이 제1차 걸프전과 뒤이은 유엔의 경제제재에 반대하지 않자 공산당과 관계를 끊었다.

파산한 신자유주의 실험장

타히르 씨는 미군의 이라크 점령에 반대하는 운동은 반신자유주의 투쟁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미군의 침략 이후 이라크는 신자유주의 실험장이 됐고 주요 사회기반산업들이 사유화됐다. 뿐만 아니라 이라크는 사설 보안 업체들이 점령으로 돈을 많이 버는 국가가 돼 버렸다. 사설보안 업체 요원들은 범죄를 저질러도 처벌받지 않는다.

제국주의자들은 이라크처럼 미개한 국가는 스스로의 힘으로 발전하기 힘들다며 미군이 이라크를 점령하고 석유 자원을 통제하는 것을 지지했다. 그러나 타히르 씨는 이라크가 영국의 식민지였을 때부터 석유와 천연가스 생산에 필요한 모든 시설을 이라크인들 스스로의 힘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그 당시 석유를 시추하고 수출할 수 있는 기술을 가지고 있었고 석유로 이라크는 중동에서 부유한 국가였다고 했다.

따라서 영국·미국 정부가 이라크 석유 시추·채굴 기술을 제공한다며 이라크 정부와 체결한 ‘생산분배협정’은 사기라고 했다. ‘생산분배협정’은 이미 사우디아라비아나 쿠웨이트 정부에도 제안됐던 적이 있으나 이 나라들은 협정 맺기를 거부했다. ‘생산분배협정’은 연안에 석유가 매장된 국가에서나 필요한 기법이라고 한다. 이라크는 땅을 조금만 깊게 파면 석유가 나올 정도로 석유 채굴이 어려운 나라가 아니기 때문에 이 협정으로 셸, BP 등 석유 기업 전문가들이 이라크 석유에 관한 모든 정보를 수집해 강탈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 수 있다며 협정의 본질을 폭로했다.

타히르 씨는 ‘생산분배협정’이 체결됐으나 아직 이라크 석유를 시장에 내맡기는 석유법이 통과돼지 않았다는 사실을 덧붙였다. 특히, 이라크 석유법이 통과되지 않은 이유로 이라크 내 저항과 전 세계적으로 벌어진 반전 운동을 들었다. 이라크 내에는 석유 노동자들의 저항이 중요했다. 이라크 침략 직후 세워진 연합국 임시 행정청 총독을 지낸 폴 브래머는 노조를 탄압하는 법을 만들었다. 바스라 석유 노조가 저항에 중요한 구실을 했는데 불법화돼 탄압을 받아 왔다고 한다. 그럼에도 이라크 내 저항은 의회에서 이라크 석유법이 쉽사리 통과되지 못하게 했고, 이들의 저항과 연대한 반전 운동은 이라크 석유법의 본질을 폭로해 이 법이 통과되기 힘들게 만들었다고 했다.

저항

언론은 이라크 저항 세력들이 무고한 이라크 시민들을 살해하고 사원을 폭파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타히르 씨는 이것은 사실이 아니라며 미국의 연구소인 브루킹스 연구소의 통계 자료를 소개했다. 브루킹스 연구소의 통계 자료는 저항 세력의 주된 타깃이 미군이라는 점을 보여주면서도 베트남전과 달리 미군은 최첨단 방어 수단을 갖고 있어 저항 세력의 공격으로 미군 사망자 수보다 주변에 있던 민간인 사망자가 더 많다는 것이다.

질의응답 시간에는 최근 언론에 보도되고 있는 미군 주둔 시한을 연장하는 안보협정의 의회 통과 가능성, 오바마가 평화를 가져올 수 있을지, 여성운동, 이라크 내 정치단체에 대한 흥미로운 주장과 소개가 이어졌다.

타히르 씨는 안보협정이 최근 이라크 내각에서 통과된 것 자체는 놀랄 일은 아니라고 했다. 다들 알다시피 이라크 내각이 미국의 꼭두각시 정부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그러나 의회는 내각과 달리 여러 종파들이 자신들의 기층 여론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미군의 완전한 철수를 의미하지 않는 안보협정을 쉽사리 통과시키기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마치 이라크 석유법처럼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타히르 씨는 오바마는 이라크에서 현상유지를 하면서 전투병을 아프가니스탄으로 재배치하고 싶어 하지만 이라크 상황이 오바마가 원하는 대로 나아지긴 어렵고 했다. 미군은 현재 이라크군의 치안 담당 지역을 넓히고 있다. 그런데 이라크 군인들 중 대부분은 가족 부양을 위해 입대했다. 최근 미군이 이라크인들, 특히 여성들을 희롱하고 괴롭히는 것을 보고 모욕감을 느껴 미군을 살해하는 일이 빈번해 지고 있다고 한다. 또한 이라크 군의 대규모 탈영이 벌어지고 있고 최근 바스라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고 한다. 그리고 이라크 상황이 개선됐다는 것은 단지 미군 사망자 수가 줄어든 것만을 의미할 뿐 전기·의료·식수처럼 기본적인 복지가 파괴된 이라크 인들의 삶은 전혀 개선돼지 않았다며 위선을 폭로했다.

이라크 여성의 삶에 대한 소개에서 타히르 씨는 중요한 점을 지적했다. 여성들의 삶을 점령 전후로 비교해 보면 점령 이후 더 나빠진 상황 때문에 여성들이 점령에 저항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특히, 저항세력이 강한 지역에서는 미군들이 함부로 남편과 아들을 잡아가지 못하기 때문에 여성들의 처지가 훨씬 낫다고 했다. 반면, 미국과 영국 정부의 지원을 받아 활동하는 NGO들이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고 한다. 이들은 이슬람이 여성억압을 자행한다고 비난하지만 점령이 여성의 삶에 미친 영향은 전혀 말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언론에서 이라크의 모든 외국 군대가 철수하고 나면 종파간 분열이 내전을 부를 것이고 국가 재건이 힘들 것이라는 시각에 타히르 씨는 이라크 인들 스스로의 해방과 국가 재건을 지지한다고 반대했다. 물론, 모든 점령군의 철수가 이라크의 장밋빛 미래를 보장하지는 않더라도 점령은 분열과 갈등을 낳았고 이라크를 최악의 상황으로 몰고 가기 때문에 이라크의 미래를 위해 점령 중단과 군대 철수가 현실적이고 유일한 대안이라고 했다. 점령 전까지 시아파든 수니파든 종교적 차이일 뿐 서로를 멸시하지 않았고, 시아파와 수니파가 결혼해 가족을 이루는 경우가 흔했다는 점만 보더라도 점령이 종교적 차이를 정치적 문제로 만들어 버렸다는 것이다.

간담회 이후 11월 27일 이라크 의회에서 안보협정이 통과됐다. 타히르 씨는 안보협정이 반대 여론 때문에 쉽사리 통과되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했으나 2백75명의 의원 중 1백44명이 찬성표를 던졌다. 이날 의회에는 1백98명의 의원만이 등원했다. 타히르 씨가 간담회에서 알 사드르 계열을 안보협정에 비타협적 반대를 하고 있다고 했는데 알 사드르 계열 의원 30명은 반대표를 던졌다. 수니파는 2009년 7월 안보협정 찬반을 묻는 국민투표 개최를 전제로 찬성표를 던졌다. 그러나 안보협정의 통과가 점령의 종식을 의미하는 것이 아님은 분명하다. 타히르 씨를 주장처럼 점령 종식, 모든 외국군의 즉각 철수를 위해 반전 운동은 계속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