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이 글은 서울지하철노조 합의안에 대한 찬반투표가 진행중이던 12월 3일에 발표한 성명이다. 서울지하철노조의 잘못된 합의안은 지난 12월 5일 투표결과 부결됐다. 그러나 부결에도 불구하고 노조 지도부와 사측이 맺은 합의 자체는 효력이 있다. 이 성명서에 나온대로 ‘현장에서부터 구조조정에 맞선 강력한 투쟁을 다시 준비해 나가야 한다.’

11월 20일 서울지하철노조 지도부는 파업 전야제에 모인 조합원들을 저녁 10시경 해산시킨 후, 사실상 구조조정을 인정하는 굴욕적인 합의안을 사측과 합의했다.

서비스지원단과 민간위탁 등 인력 퇴출과 구조조정을 “노사협의” 하에 실시하기로 합의했다. “노사협의”로는 사측의 일방적 구조조정을 막을 수 없다. 따라서 이 합의는 서비스지원단과 민간위탁 등으로 심각한 고용 불안에 내몰린 조합원들을 외면한 것이다.   

노조 지도부가 임금 삭감을 낳을 임금피크제를 구조조정의 대안이라고 제시한 것도 매우 실망스럽다. 이런 내용을 조합원들의 의사도 묻지 않고 지도부가 비민주적으로 합의한 것도 민주노조 운동의 전통에 어긋나는 것이다. 지난 9월에도 노조 지도부는 예정됐던 파업을 갑자기 연기해서 파업 지지자들을 힘 빠지게 한 바 있다. 

노조 지도부는 파업 동력의 부족을 말하지만, 11월 20일에 파업 채비를 한 2천여 명의 조합원들이 전야제에 집결했었다. 지하철 조합원들은 지난 9월에 이미 74.39 퍼센트의 찬성으로 파업을 가결한 상태였다. 실제 파업에 돌입했다면 구조조정 위협을 느끼고 있는 더 많은 조합원들이 투쟁에 동참했을 것이다.

더구나 광범한 반이명박·반민영화 여론 속에서 지하철 파업은 많은 사람들의 지지와 기대를 받고 있었다. 특히 지난 9월 파업 예정일 직전에는 아고라와 지하철노조 게시판에 수많은 네티즌들이 파업 지지글을 올리기도 했다. 일부 네티즌들은 11월 20일 파업 전야제 때도 동참했다. 시민들의 지지를 받으며 파업할 수 있는 흔치 않는 소중한 기회였던 것이다. 아마 많은 사람들은 경제 위기의 고통을 노동자 서민에게 떠넘기는 정부에 맞서서 지하철노조가 앞장서서 멋지게  반격하기를 바랐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단호하게 파업에 돌입하고 정부의 공기업 구조조정에 제동을 걸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노조 지도자들은 제대로 싸워보지도 않고 사측의 구조조정을 인정해 버렸다. 이것은 파업을 지지한 시민들을 외면한 것이기도 하다.      

분통터지게도 노사합의 직후 서울메트로 사장 김상돈은 “구조조정이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기뻐했고 그날 저녁 노조 지도자들과 술자리까지 가졌다고 한다. 친기업적인 〈중앙일보〉도 11월 21일자 사설에서 “지하철 파업 타결은 고통 분담 신호”라며 반겼다. 

이런 상황에서 만약 합의안이 가결된다면 사측은 ‘조합원들도 찬성하지 않았냐’며 더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진행할 것이다. 반면, 합의안이 부결된다면 향후 구조조정에 맞서 싸울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될 수 있다. 따라서 오늘(12월 3일)부터 진행될 찬반 투표에서 이 잘못된 합의안은 부결돼야 한다. 

한편, 지하철노조의 투쟁적 좌파 활동가들뿐 아니라 일부 친공사측 우파 활동가들도 이번 합의안을 부결을 주장하고 있다. 구조조정에 맞서며 노동자들의 권리를 지키지 않고 노사협조적 노선을 걸었던 세력이 노조 지도권만을 노리고 부결을 주장한다면 문제일 것이다.

그러나 이런 상황을 자초한 책임은 잘못된 합의를 한 현 노조 지도부에 있다. 따라서 잘못된 합의안을 부결시키고, 진정으로 민주적이고 투쟁적인 지도부를 세우고, 무엇보다 현장에서부터 구조조정에 맞선 강력한 투쟁을 다시 준비해 나가야 한다.  

2008.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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