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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학살 중단 촉구 긴급행동:
“이스라엘과 미국은 학살을 중단하라!”

영하의 추위가 온 도시를 얼릴 듯했던 1월 10일 오후, 종로 보신각 일대에는 곳곳에서 팔레스타인 깃발이 넘실댔다. 한국의 75개 진보적 시민·사회·정치 단체가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학살 중단 촉구 긴급행동, 학살을 중단하라!’를 연 것이다.

한쪽에선 집회 참가자의 얼굴에 팔레스타인 국기를 그려 주는 페이스페인팅 행사를 하고 있었고, 다른 한쪽에선 팔레스타인인들의 비참한 현실을 보여 주는 사진이 전시돼 지나가는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다.

이날 집회에 참가한 시민 4백여 명은 모두 이스라엘의 폭탄에 스러져 간 팔레스타인인들을 추모하는 의미에서 가슴에 검은 리본을 달았다.

집회의 첫 발언자는 가자지구에 부모·형제를 두고 있는 팔레스타인 출신 유학생 마나르 모하이슨 씨와 타메르 아부메드 씨였다.

이들은 “팔레스타인인들은 UN이 팔레스타인 영토로 승인한 가자와 요르단강 서안지구만이라도 이스라엘이 보장해 주길 바랄 뿐”이라며 지난 보름 동안 팔레스타인인 8백여 명을 학살한 이스라엘을 규탄했다. 또, “곧 취임할 오바마 정부가 이스라엘의 학살을 멈추게 하길 기대한다”며 “팔레스타인인과 이스라엘인이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기를” 소망했다.

민주노동당 곽정숙 의원은 “이스라엘과 전쟁 공범 미국은 학살을 중단하라!”고 외친 뒤 “우리 모두에게 평화를 지킬 책임이 있다”며 행동을 호소했다.

국내에서 가장 권위 있는 팔레스타인 전문가로 최근 활발히 팔레스타인 연대 활동을 펼치고 있는 홍미정 박사는 “이스라엘과 미국의 정책이 바뀌지 않는 한 학살은 계속될 것”이고 “서방과 아랍 정부들도 팔레스타인인들의 고통에 무관심하다”며 “전 세계 시민사회가 각국 정부에 압력을 넣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노총 허영구 부위원장은 “이것은 전쟁이 아니라 야만”이라며 “이스라엘과 미국의 학살 동맹에 맞서 싸우자!” 하고 목소리를 높였다.

보건의료단체연합 우석균 정책실장은 “이스라엘 시오니스트들이 가자에서 홀로코스트를 재현하고 있다”고 일갈하고, “이스라엘 군사지원안을 통과시킨 미국 의회”와 “애매한 태도를 취하며 사실상 이스라엘의 학살을 돕고 있는 오바마”, “이스라엘과 군사협정을 맺어 이스라엘의 무장을 도운 이명박 정부”를 날카롭게 비판했다.

‘다함께’의 김덕엽 씨는 “이스라엘이 지금 가자에서 하고 있는 것은 부시의 ‘테러와의 전쟁’의 축소판”이라며 “이스라엘의 야만이 전 세계에서 저항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이스라엘을 두둔하는 이명박 정부가 베네수엘라에서 이스라엘 대사를 쫓아낸 차베스 정부처럼 하게 만들자”며 “학살이 끝날 때까지 저항은 계속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화를 위한 변호사 모임’의 박주빈 변호사는 “군인과 민간인을 가리지 않고 학살하는 이스라엘은 국제법을 위반하고 있다”고 지적한 뒤, “이를 방조하는 한국 정부는 인권이사회 자격이 없다”고 일침을 놓았다.

진보신당 박김영희 공동대표는 “팔레스타인인에 대한 학살은 곧 우리에 대한 학살”이라며 더 많은 사람들이 행동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함께 성명서를 낭독한 뒤 차도로 나가 행진을 하려 했지만 경찰의 방해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결국 인도를 통해 이스라엘 대사관까지 걸어가 예수살기 등 기독교 단체들이 주최한 ‘이스라엘 침략 규탄 및 팔레스타인인 희생자 추모 기도회’에 참가한 뒤 집회를 마무리했다.

팔레스타인 출신 한국 거주 유학생 마나르 모하이슨 씨, 타메르 아부메드 씨 인터뷰

두 사람은 “한국은 팔레스타인과 지리적으로 멉니다. 그럼에도 한국인들이 인간적인 유대를 보여 준 것을 고맙게 생각합니다” 하고 집회 참가 소감을 밝혔다. 또 “한국인들이 이스라엘의 유혈낭자한 점령과 가자지구의 현실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 주길 바랍니다” 하고 바람을 전했다.

이들은 1월 9일 UN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채택된 휴전결의안 1860호가 “공정하지 못하다” 고 말했다. “결의안은 정전을 요구합니다. ‘정전’은 두 군대가 맞붙었을 때 쓸 수 있는 말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한쪽은 점령군이고 다른 한쪽은 민간인인 상황입니다. 정전이라는 말이 맞지 않죠. 게다가 결의안은 이스라엘 점령군의 철수 시한도 못 박지 않고 있습니다. 가자지구에 물과 전기 등이 들어오는 것에 대한 언급도 없습니다.”(모하이슨)

끝으로 모하이슨 씨는 “전 세계에서 이스라엘의 학살에 반대하고 팔레스타인의 해방을 지지하는 시위가 벌어지고 있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어제도 시카고에서 큰 시위가 있었다고 합니다. 이런 시위들은 매우 효과적이고 팔레스타인인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하고 행동을 촉구했다.

집회 현장의 목소리

“민간인의 죽음을 보면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했어요. 저 한 명은 작고 큰 힘이 없지만 집회에 나와 세계의 많은 사람들이 이스라엘의 폭격과 민간인 학살에 반대한다는 것을 보여 주고 싶었어요.” - ‘광진·성동 야옹이들’ 까페 회원

“신문에서 사람들이 죽는 걸 보고 인터넷을 찾아봤어요. 동영상을 하나 봤는데 너무 참혹했어요. 그래서 오늘 집회에도 나오게 됐어요. 날씨가 너무 추워 힘들지만 이렇게나마 팔레스타인인들을 도울 수 있어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앞으로도 계속 행동에 나올 거예요.” - 청소년

“아빠가 이스라엘 학살 중단을 위해 [집회에] 가신다기에 함께 가자고 했어요. 팔레스타인 어린이들아, 지금은 학살을 당하고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공격을] 멈추라고 도와주고 있으니까 힘내!” - 아빠와 함께 참가한 10살 안정민 어린이

인터뷰/정리 : 김지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