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17일 북한 당국이 인민군 총참모부 대변인 성명을 통해 남한과의 “전면대결 태세” 진입을 선포해 그동안 경색돼 온 남북 관계에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북한 당국의 이러한 반응은 예견된 것이었다.

이명박 정부는 당선 직후부터 대북 강경 대응을 지속했다. 위선적인 북한인권결의안 찬성, 북한 압박 프로젝트인 비핵개방 3000구상 발표, 북의 핵 기지 선제 타격을 거론한 합창의장 내정자의 발언, 통일부 장관의 “북핵 타결 안 되면 개성공단 확대 어렵다”는 발언 등으로 북한을 자극해왔다.

이명박 정부는 북한 식량 위기가 심각한 상황인데도 매몰차게 대북 식량 지원을 중단했고, 재작년 10?4 선언 때 합의된 남북경협 확대 합의조차 이행하지 않았다.

북한이 선언문을 발표한 더 근본적인 원인은 미국의 태도에 있다. 미국은 2008년 10월 북한에 테러지원국 해제를 약속한 뒤에도 “검증가능한 핵폐기”가 시행되기 전까지는 북한에 양보할 수 없다며 압박의 끈을 놓지 않았다. 마치 북한이 약속을 이행하지 않은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약속을 지키지 않은 쪽은 줄곧 미국이었다. 지난 1994년 제네바 합의 이후부터 미국은 안전보장과 경제지원 약속을 헌신짝처럼 내던져왔다.

지난 17일 발표된 북한 외무성 성명은 “우리가 핵무기를 만들게 된 것은 … 미국의 핵위협으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밝히고 있는데, 미국이 “북한에 대한 핵무기 불위협 또는 불사용에 관한 공식 보장을 제공”하기로 한 15년 전 약속만 지켰어도 사태가 이렇게 악화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며칠 전 북한이 〈노동신문〉 사설에서 요구한 “평화협정 체결”도 이미 2000년 북미공동코뮤니케에서 합의된 사항인데 미국은 이행하지 않고 있다.

이렇듯 미국이 약속을 지키지 않고 북한에 더 압박한 것이 위기를 고조시킨 근본 원인이다.

오바마 정부 하에서도 이런 상황이 바뀔 것 같지 않다는 전망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며칠 전 오바마 행정부의 국무장관 내정자 힐러리 클린턴은 국회 청문회에서 북한에 대한 새로운 제재를 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중동과 아프가니스탄에 발이 묶여 당장 북한을 상대로 군사 작전을 펼 처지는 아니지만, 경제 재제를 포함해 각종 대북 압박 정책을 지속할 것임을 명백히 드러낸 것이다.

이렇듯 북한의 강경 대응의 주된 책임은 위선적인 대북 압박을 지속하고 있는 미국과 이명박 정부에게 있다.

물론 북한의 강경 대응을 옹호할 수는 없다. 남북 간 경색 분위기와 군사적 긴장 고조는 남한 정부가 남한 민중에 대한 억압을 강화하는 빌미를 제공할 수 있고, 남한에서 반제국주의 운동이 성장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게다가 지난 60년 동안 원치 않는 분단으로 고통받아 온 남북한 민중이 단결하는 데에도 해가 될 것이다.

남북 간 진정한 화해와 평화를 위해서 우선 미국과 남한 정부의 대북 압박 정책이 철회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