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스 캘리니코스는 가자를 침공해 팔레스타인 저항 운동을 분쇄하려 한 이스라엘의 시도가 실패하면서 미국 제국주의에 새로운 문제가 생겨났다고 말한다.

2001년 9.11 이후 미국과 가까운 동맹국들은 여러 전선에서 전쟁을 벌였다. 이들의 목표는 미국 제국주의의 세계적 지배를 확고히 하는 것이었다. 버락 오바마는 이 전쟁의 중요한 고비에 백악관에 입성했다.

오바마는 백악관 웹사이트에서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에서 알카에다와 탈레반의 부활이라는, 우리 안보에서 가장 큰 위협”을 막는 데 집중하려면 이라크의 실패가 더 커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한다.

오바마 정부는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 숫자를 늘리고, 나토의 동맹국들도 병사수를 늘리도록 압력을 넣고, 아프가니스탄 경제 발전 지원에 더 많은 자원을 투입하겠다”고 약속한다.

그러나 이 계획이 그대로 실현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결정적으로 미국은 아프가니스탄에서 의지할 만한 동맹이 턱없이 부족하다. 신임 국무장관 힐러리 클린턴도 자신의 인사 청문회에서 미국의 후원에 의존하는 아프가니스탄 하미드 카르자이 정부의 부패를 비난하며 이것을 인정했다.

미국에게 더 심각한 것은, 아프가니스탄 전쟁이 파키스탄까지 불안정하게 만들고 있다는 사실이다. 탈레반 지지 세력은 아프가니스탄-파키스탄 국경 지역에 걸쳐 존재해 왔다. 또 파키스탄군과 미군이 파키스탄 지역에서 벌인 군사작전은 탈레반에게 이득이 됐다.

지난 주말 오바마가 파키스탄 마을에 미사일 폭격을 허용한 것을 보면, 그는 자신의 전임자가 저지른 재앙적인 실책에서 아무 것도 배우지 못한 듯하다.

오바마의 가장 긴급한 외교 현안인 이스라엘의 가자 침공에서도 이것은 마찬가지인 듯하다.

야만

이스라엘군의 일방적이고도 야만적인 공격으로 팔레스타인들은 대거 학살된 반면, 이스라엘군은 거의 아무 피해도 입지 않았다.

그럼에도 〈뉴욕타임스〉는 이렇게 고백해야 했다.

“하마스 궤멸이라는 이스라엘의 막연한 목표는 확실히 달성되지 못했다. 하마스는 이스라엘의 야만적 융단폭격과 지상군 작전에도 불구하고 아예 공격을 않거나 주로 원거리 공격을 해 조직원의 다수를 보존할 수 있었다.”

모두가 예상한 대로, 팔레스타인 가자에서 이스라엘군의 살육전이 끝난 뒤에도 상황은 이전과 근본적으로 달라지지 않았다.

이스라엘은 군사적으로 우월하지만, 팔레스타인인들을 굴복시킬 수도 없고 아랍 대중의 저항 의지를 대변하는 하마스와 레바논 헤즈볼라 같은 운동을 분쇄하지도 못한다.

오바마는 어떻게 할까? 백악관 홈페이지에 가 보면, 새 정부의 대외 정책 의제에는 다음과 같은 머리글들이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강력한 유대 관계를 유지한다”, “이스라엘의 자위권을 지지한다”, “이스라엘에 대한 외부 지원을 지지한다.”

내가 지나치게 꼬투리를 잡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런 뻔한 표현 뒤에서 미국 외교 정책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정보기관 전문가 조지 프리드먼은 그런 변화는 없을 거라 말한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은 확실한 해결책이 없는, 까다로운 문제다.

“오바마는 분명 취임 1백일 동안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간 갈등을 중재하려고 애쓸 것이다.

“그는 분명 중동 지역에 특사를 보내야 할 것이다. 그런 사절단을 보내는 것이 곧 개입은 아니다. 오히려 개입하지 않는 방법이 될 것이다.”

이런 냉소적인 전망은 현실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가자 전쟁이 국제적으로 제국주의 질서에 타격을 입혔다는 사실이 바뀌진 않는다.

이스라엘에 대한 전 세계적인 분노와 팔레스타인인에 대한 지지는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에서 전환점을 마련해 줬다. 이제 이 운동은 과거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아파르트헤이트[인종차별 제도] 폐지 운동에 견줄 정도로 발전하고 있다.

노엄 촘스키가 그랬듯, “이스라엘은 고의적으로 아마도 전 세계에서 가장 악명 높은 국가로 변모하고 있다. 많은 서방 사람들이 이스라엘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고 있다. 미국의 청년 유대인들도 이스라엘의 충격적 범죄를 계속 용인하지는 않을 것이다.”

정치 권력의 측면에서 이스라엘의 가자 전쟁으로 아랍 세계에서 미국의 핵심 동맹인 이집트와 사우디아라비아 지배자들이 큰 압력을 받게 됐다.

이스라엘 정부는 사전에 가자 침공에 대해 이들 정부의 지지를 얻었다. 그러나 지난주 금요일 〈파이낸셜 타임스〉에는 인상적인 제목의 칼럼이 실렸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인내심이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이 기사를 쓴 사람은 과거에 사우디아라비아 정보기관의 책임자로 활동하고 주미·주영 대사를 지낸 투르키 알 파이잘 왕자다. 그는 이렇게 경고한다.

“사우디아라비아 왕국은 결국 국민들이 이스라엘에 맞선 전 세계적 저항에 동참하는 것을 막을 수 없을 것이다.”

저항

사우디아라비아 왕족들과 이집트 독재자 호스니 무바라크가 애당초 하마스에 반대해 이스라엘을 지지한 것은 급진 이슬람주의가 국내에서 영향력을 얻는 것을 두려워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제 그들은 이스라엘의 전쟁범죄와 이에 대한 자신들의 동조가 역풍을 일으켜 국내의 저항을 고무할까 봐 두려워한다.

이것은 오늘날 미국이 가장 곤혹스러워 하는 부분, 즉 한 전선에서 겪는 어려움이 다른 전선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잘 보여 준다. 이것은 아프가니스탄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인데, 우리가 앞서 살펴본 것처럼 탈레반에 맞선 전쟁은 파키스탄까지 확대됐다.

이것이 미국에게 고심거리가 되는 여러 이유 중 하나는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에 대한 보급로가 파키스탄 카라치 항구에서 시작하기 때문이다. 이미 카이바르 고개에서 수송차량들이 탈레반의 습격을 받은 바 있다.

이것을 대체할 유일한 보급로는 중앙아시아를 관통하는데, 이것은 러시아가 허락해야만 가능하다.

그러나 지난해 여름 러시아와 그루지야 전쟁은 러시아가 지역 내 패권국가로 자리매김할 의도를 분명히 갖고 있음을 보여 줬다.

그 뒤로 러시아는 금융 위기와 유가 급락을 겪으며 경제력에 타격을 입긴 했지만, 최근 천연가스를 둘러싼 우크라이나와의 갈등이 보여 주듯 언제든 자신의 힘을 과시할 태세가 돼 있다.

미국이 공세를 벌인 여러 전장을 조지 부시에게 이어받은 오바마는, 한 곳에서는 이미 패배를 인정했고(이라크) 다른 한 곳에서는 패배로 나아가고 있으며(아프가니스탄) 마지막 한 곳에서는 난처한 상황에 처해 있다(이스라엘-팔레스타인).

또 오바마는 새롭게 부상하는 러시아의 도전을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만약 오바마가 자신의 어깨 위에 놓인 제국의 무게가 얼마나 무거운지 아직 깨닫지 못했다면, 곧 깨닫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