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는 어떻게든 전쟁을 감행할 태세다. 부시는 유엔 안보리 이사국들을 회유하거나 협박해 국제적 지지라는 외피를 쓰려 한다. 그러나 이 전쟁이 옳지 못한 것이라면, 그것은 유엔의 지지가 있든 없든 마찬가지다.

부시는 “이라크가 미국에 대한 커다란 위협”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라크는 결코 미국을 위협할 수 없다. 이라크에 핵무기가 없다는 사실은 유엔 무기사찰단조차 인정했다. 무기사찰단은 또 이라크가 핵무기 제조에 사용될 수 있는 우라늄을 수입하려 했다는 미국과 영국의 주장이 거짓말이라고 폭로했다.

이라크는 미국이나 영국은 물론 이웃 나라들도 위협하지 못한다. 이라크가 최근에 파괴하고 있는 알 사무드 미사일의 사정거리는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에서 남부의 바스라에도 못 미친다. 지금까지 무기사찰단은 이라크가 생화학 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 1991년 걸프전 때와 비교해 이라크 군대의 규모는 절반 이하로 줄었고 그 무기들은 훨씬 더 형편없다. 이라크에는 사실상 공군도 해군도 없다.

10년 넘게 계속된 경제 제재 때문에 지금 이라크는 거의 파산지경이며 사람들은 극심한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조차 “가까운 미래에 사담 후세인이 선제 공격을 감행할 가능성은 아주 낮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부시의 국가안보보좌관 콘돌리자 라이스도 한때 이렇게 지적한 바 있다. “이라크가 대량 살상 무기를 획득한다 하더라도 그것은 무용지물이 될 것이다. 왜냐하면 그런 무기들을 사용하려 했다가는 나라 전체가 파멸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미국이 이라크 전쟁을 밀어붙이는 진정한 이유는 무엇일까? 미국의 패권과 석유 때문이다. 부시 정부의 주요 인사들은 대규모 군사력을 과시해 미국의 세계 전략 목표를 실현한다는 계획을 오래 전부터 간직하고 있었다.

부통령 딕 체니는 1992년에 이렇게 썼다. “지금 우리의 전략적 목표는 미래의 잠재적 경쟁자가 출현하지 못하게 예방하는 것이어야 한다.” 국방부 부장관 폴 월포위츠는 1990년대 초에 미국은 다른 국가들이 “미국의 지도력에 도전하거나 지역적·세계적으로 더 큰 구실을 하겠다는 열망을 품지 못하도록 만들기 위해” 군사력을 이용해야 한다고 썼다. 지난해 9월에 나온 미국 국가 안보 전략 보고서는 미국이 “비할 바 없이 강력한 군사력”을 “자유 시장”이라는 “유일하고 지속 가능한 모델”을 위해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부시는 지금 후세인 정권을 철저하게 짓밟음으로써 전 세계에 미국의 뜻을 거스르면 비참한 최후를 맞이한다는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전하려 한다. 그 메시지는 러시아·중국·일본·유럽 등 군사적·전략적·경제적 경쟁국들을 겨냥한 것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라크와 중동은 막대한 석유 산지다. 석유는 현대 산업 자본주의의 핵심 상품이다. 이라크에는 세계 석유 매장량의 10퍼센트가 묻혀 있고, 이웃 나라 사우디 아라비아에는 25퍼센트가 매장돼 있다. 이라크와 인접한 쿠웨이트와 이란도 주요 산유국들이다.

2000년 9월 딕 체니, 도널드 럼스펠드, 폴 월포위츠, 부시의 동생인 플로리다 주지사 젭 부시 등은 ‘새로운 미국의 세기를 위한 프로젝트’라는 보고서를 작성한 바 있다. “미국은 수십 년 동안 페르시아만에서 더 상시적인 구실을 하려고 애써 왔다. 아직 해결되지 않은 이라크와의 분쟁이 [그런 구실을] 직접적으로 정당화하는 것이라면, 미군이 걸프에 계속 주둔할 필요성은 사담 후세인 정권이라는 문제를 뛰어넘는 것이다.”

부시는 독재자 후세인을 제거하고 이라크 민중을 해방시킬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 또한 거짓말이다. 미국은 1980년대 내내 후세인 정권을 지원했다. 또, 전 세계에서 후세인 정권만큼 사악하고 억압적인 정권들에 돈을 대주고 그들을 무장시키기도 했다. 사우디 아라비아는 이라크보다 더 억압적인 봉건 왕정 국가지만, 미국은 결코 사우디 아라비아의 독재 정권을 문제 삼지 않는다.

미국은 후세인 이후의 이라크에 대해 두 가지 복안을 갖고 있다. 하나는 미군 중부사령관 토미 프랭크스를 수반으로 하는 군사 정부를 세우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후세인을 제거하고 미국의 말을 잘 듣는 이라크 장성 몇 사람을 찾아 내는 것이다. 둘 다 우리의 대안은 아니다. 이 전쟁은 옳지 않은 전쟁이며, 유엔의 지지가 있든 없든 야만적인 전쟁이다. 이 야만에 맞서 싸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