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여성의 날을 맞이한 나의 맘은 착잡하기 그지 없었다.

지난해 서울시는 여성이 ‘눈물겹도록’ ‘행복’한 도시를 만들고자 ‘여행(女幸) 프로젝트’를 만들었다. 이 프로젝트는 “도시정책의 기획·설계 단계부터 여성의 시각과 경험을 적극 반영해 여성이 살기 좋은 사회문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여성인 나는 ‘행복’이 별로 실감나지 않았다. 서울시는 이 사업 중 한 가지인 ‘서울형 어린이집’을 만들겠다고 96개 항목으로 구성된 평가인증을 준비시켰는데 나는 그 일을 하느라 새벽까지 무료봉사해야 했기 때문이다.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제대로 ‘눈물 흘렸던’ 나와 내 동료들은 ‘일하는 우리는 여성이 아니었구나. 서울시가 울리려는 여성은 과연 누구인가’라는 얘기를 나누어야 했다.

3.8 여성의 날 행사 장소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여성이 행복한 조직을 건설하자’ 는 민주노총의 슬로건이었다. 나는 행복하게 일할 권리를 쟁취해야 한다고 그동안 주장해 왔지만, ‘행복’이라는 단어를 서울시가 더럽혀 놓은 바람에 쳐다보기도 싫었던 것이 사실이다. 나는 그놈의 ‘행복’ 프로젝트에 노동력을 착취당한 보육노동자이기 때문이다.

3.8세계여성의 날 101주년 기념 민주노총 결의대회에는 1천여 명이 모였다. 규모는 지난해에 비해 약간 줄어든 듯 하지만 참가한 노동자들의 활기는 작년 못지 않았다. 투쟁기획단이 준비한 가판은 아이와 함께 지나가는 사람들, 연인들, 친구들의 발목을 잡았고 발언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했다.

이날 여성 노동자들의 핵심 요구는 “경제 위기 책임, 여성노동자에게 전가 말라”는 것이었다. 경제 위기때마다 비정규직 확산·구조조정의 피해가 고스란히 여성 노동자들에게 먼저 찾아오기 때문이다. 특히 최저임금 적용대상자의 60퍼센트가 여성인 현실에서 이명박 정부가 최저임금을 삭감하려 해 여성 노동자들의 분노가 하늘을 찔렀다.

민주노총 결의대회에 앞서 전국공공서비스노동조합에서는 ‘돌봄 노동자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라는 증언대회를 열고 요양보호사·간병인, 보육교사, 장애활동보조인, 학교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노동자들이 여성 노동자의 현실을 폭로했다. 우리는 발언을 들으며 이 사회의 공공서비스의 질이 얼마나 형편없는지 다시 확인했다. 특히 “요양보호를 받아야 하는 부모를 둔 비정규직 노동자가 그 서비스를 위해서 한달에 55만 원씩 지불할 수 있냐”는 물음을 들었을 때 이 정부의 복지정책이 얼마나 소름끼치게 잔인한가를 느꼈다.

이명박 정부는 20만 개의 사회서비스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하지만 나는 ‘얼마나 저질의 일자리, 노동자를 죽이는 일자리겠는가’는 생각부터 든다.

민주노총의 결의대회에서 임성규 비대위원장은 “뿌리부터 바꾸는 조직문화 혁신에 뼈를 깎는 노력을 기울여 성인지적인 감수성을 높여내겠다”고 발언했고 “오늘을 계기로 여성이 핍박받지 않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오는 4월 1일 민주노총 임시대대 지도부 선출에서 뛰어난 여성지도자를 민주노총 위원장으로 세우는 것이 어떠냐”고 제안해서 박수를 받았다. 하지만 나는 그가 남성, 정규직 노동자들의 반성을 촉구하는 것보다는 올해 자신이 앞장서서 정규직과 비정규직, 남성과 여성이 연대하는 투쟁을 조직하는 데 사활을 걸겠다고 약속하는 것이 더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8백40만 비정규직 중 70퍼센트가 여성이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연대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여전히 투쟁 중인 기륭노동자들, 여성 노동자대회 대열에 새롭게 합류한 강남성모병원, 명지대 행정조교 비정규여성노동자들을 볼 수 있었다.

네팔노총에서 온 지푼트 먼주씨는 세계 어느 나라든지 여성노동자들은 모두 같은 고통과 시련을 겪고 있다고 강조했고 “여성노동자의 마음으로 세상을 바꾸자”며 '우리 승리하리라'라는 노래를 흥겹게 불러 정말 많은 박수를 받게 되었다. 이 박수에는 여성 이주노동자가 겪는 애환을 함께 투쟁으로 이겨내자는 굳은 다짐이 묻어 나오는 듯 했다.

노동자 서민 죽이는 심각한 경제 위기, 더 열악해지는 노동조건이 말해 주는 건 단 한가지다. 바로 혁명이다. 트로츠키는 여성차별은 너무나 뿌리가 깊어서 “그 무거운 흙덩이를 파내려면 아주 무거운 쟁기가 필요하다” 라고 했다. 그 무거운 쟁기는 바로 사회주의 혁명인 것이다. 야만적인 착취를 낳는 자본주의의 뿌리를 뽑고 모든 억압과 차별이 없는 ‘다른 세계’를 건설하기 위해 만국의 노동자가 단결해야 한다는 말을 나도 강조하고 싶다. 그 세계에서 여성은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를 알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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