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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인공위성 발사 선언 배경

지난 2월 북한의 인공위성 발사 선언을 전후로 한반도에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북한의 인공위성 발사 선언은 오바마 정부 하에서도 북미 관계가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것을 보여 준다. 미국과 남한 정부는 이와 같은 북미 관계 경색의 책임을 북한에 돌린다. 가령 지난 달 방한한 힐러리 클린턴은 “북한은 2005년 9·19 공동성명을 이행해야 한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2005년 9·19 공동성명을 이행하지 않은 쪽은 미국이다.

9·19 공동성명은 북한이 핵을 포기하는 대가로 “핵에너지의 평화적 이용에 관한 권리”를 “존중”하는 차원에서 “적절한 시기에 북한에 경수로를 제공하는 문제를 논의”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바로 그 회담의 종료 발언에서 미국은 KEDO(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 경수로 건설을 위해 구성된 국제 컨소시엄)를 해체하겠다고 발표했다. 합의문 잉크도 마르기 전에 휴지조각으로 만든 꼴이었다. 또한 공동성명 채택 후에도 미국은 BDA(방코델타아시아) 자금을 빌미로 대북 금융제재를 계속했다.

2006년에도 북한은 미사일을 발사하고 핵실험을 강행했는데, 이러한 강경 조처들은 미국의 약속 불이행에 대한 대응이었던 것이다. 북한이 대응 수위를 높이자 중동 전선에서 발목이 잡혀 있는 상황 때문에 사태를 더 발전시키기를 원치 않던 미국은 그제서야 핵 포기 시 “안전보장과 경제 지원” 또는 “한국전쟁 종료 선언”을 언급하며 북한을 달래려 했다.

그러나 미국은 1994년 제네바 합의 때도 “안전보장과 경제 지원”을 약속했지만 이행하지 않았고, 2000년 북미공동코뮤니케에서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는 것을 논의하기로 약속했지만 역시 이행하지 않았다.

오바마도 대북 압박 지속할 듯

아니나 다를까 지난해에도 미국은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결국 북한은 핵시설 재가동 등 압박 수위를 높였고, 중동 전선에 집중해야 하느라 북한 문제가 더 부각되기를 원치 않는 미국은 작년 10월 테러지원국 해제를 약속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미국이 북한과 근본적으로 관계 개선하는 것을 진심으로 원한 것은 아니다. 사태의 압력에 떠밀려서 일시적으로 양보한 것이므로, 미국은 문제를 일시적으로 봉합한 후 다시금 대북 압박을 지속했다. 미국은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한 핵폐기)를 양보의 조건으로 내밀고, ‘시료채취’ 같은 검증 방식을 둘러싸고 문제를 불러일으켜 시간 끌기를 계속했다.

부시 정부 하에서 미국은 중동 전선의 수렁에서 헤어나지 못해 북한에 전면적인 군사 공격을 하지는 못했다. 그러나 북한과 실질적으로 관계를 개선하려고 하지도 않은 채 패권주의적 압박을 지속했고, 이러한 대북 압박이 지금의 위기를 낳은 것이다.

게다가 힐러리 클린턴이 방한 기간에 북한을 강하게 비난한 것에서 볼 수 있듯이, 세간의 기대와 달리 오바마 정부도 대북 압박 정책을 지속할 것 같다는 의구심이 북한의 강경 대응을 부채질하고 있다.

물론 오바마 정부의 대외정책 1순위는 아프가니스탄 등 중동 전선이고, 북한에 대한 정책은 아직 확정되지는 않은 듯하다. 그럼에도 경제 위기가 심화하면서 중국에 대한 의존과 동시에 견제를 강화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실제 오바마 정부는 동아시아 개입을 위해 대북 압박 정책을 지속할 듯하다.

위기의 근본 원인인 미국의 대북 압박이 사라지지 않는 한, 한반도에서 비슷한 위기는 계속해서 재연될 것이다.